[백난영의 이탈리아 와인] 04. 와인 덕후 바롤로(Barolo), 그것이 전부가 아니다(3)

2021.04.28 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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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덕후 바롤로(Barolo), 그것이 전부가 아니다(3) – 바롤로는 알바(Alba)의 미식세계를 연결하는 접착제다

 

아무리 바롤로 와인이 맛있더라도 음식이 받쳐 주지 않으면 독불장군처럼 외톨이가 된다알바(Alba)는 바롤로 클러스터 경계에서 차로 약 10분 정도 거리에 있는 중세 모습을 간직한 소도시다한 때는 백 개 탑의 도시로 불렸던 알바는 이제는 탐스러운 화이트 트러플 덩어리와 이를 발견한 트러플 사냥견이 나란히 찍힌 사진을 트레이드 마크로 하는 미식 세계로 등극했다.

 

포도농사가 잘되면 트러플 농사는 흉년이 들고 반대의 경우는 트러플 농사가 풍년이라고 했던가농부의 타 들어가는 속과는 상관없다는 듯트러플 헌팅 투어는 알바 관광 필수코스로 자리 잡았다어미가 트러플 사냥견이라 어릴 때부터 예민한 후각을 물려받은 트러플 견이 리드하는 숲 길을 따라 트러플 사냥은 시작된다보통트러플 사냥터는 사냥 견의 주인이 소유하는 밭이나 숲으로 참나무포플러버드나무 등 트러플 포자가 자생하기 적합하며 포도밭처럼 석회석이 많이 섞여있지만 포도농사에는 적당하지 않은 토양에 공기는 습하며 트러플 향이 서려있다.

 

사냥의 대부분은 트러플 견과 주인만 아는 사냥 루트를 쫓아다니는 게 일이지만 트러플 견이 갑자기 숲의 어느 지점에 멈춘 후 땅을 파기 시작하면 그 절정에 이른다그 장소까지 광속으로 달려간 주인은 견을 밀어내고 트러플 삽을 이용해 조심조심 파내려 가기 시작하는데 구멍 주위에 흙더미의 크기가 높아질수록 트러플 향기가 진하게 주위에 퍼진다땅 표면으로부터 손 끝에서 팔 뒤꿈치 길이만큼 파내려 가다 보면 트러플이 모습을 드러낸다보통 이런 식으로 세 시간 정도 사냥하면 밤알 크기 만한 트러플을 3~4알 정도 포획한다.

  

사냥견 주인이 음식 솜씨가 좋다면 그 날 사냥한 트러플로 풍성하게 차려진 식탁을 만날 수 있다. 토기 그릇에 익힌 계란 프라이와 아뇰로띠(피에몬테식 사각형 전통 라비올리위에 얇게 저민 트러플이 수북이 얹힌 풍성하지만 소박한 식탁이다트러플 자체가 훌륭하므로 기본 음식은 단순할수록 좋다는 현지인들의 음식 거품 빼기 신념이 담겨있다.

 

네비올로 수확이 끝나고 알코올 발효 냄새가 바롤로 마을에 가득할 즈음 알바의 트러플 축제는 시작된다알바의 크고 작은 광장은 트러플을 흥정하는 사람들의 입담과 알바 대로변에 자리 잡은 맛집에서 흘러나오는 트러플 요리 냄새가 뒤섞인다트러플 가게는 크기 별로 몸 값이 매겨진 트러플의 가격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사람들로 포위되어 있어 실물이 보이기는커녕 사람들 빈틈 사이로 새어 나오는 트러플 냄새로 감질만 돋운다.

 

다른 쪽에서는주머니가 가벼운 구경꾼들의 눈동자는 화이트 트러플 뒤 쪽에 놓여 있는 트러플 병조림 뚜껑 위에 붙어있는 가격표를 찾느라 분주하다트러플과 섞인 채로 며칠 놔두어 트러플 향을 흡수한 트러플 쌀트러플 소스트러플 오일트러플 소금트러플 가루가 박힌 파스타와  트러플과는 아무 상관없지만 모양이 비슷하단 이유로 트러플 사이에 끼어 있는 트러플 초코릿은  진품 가격에 놀란 구경꾼의 가슴을 쓰다듬어 주는 착한 대용품들이다.

 

알바에 오면 스파게티나 건파스타에 소스를 얹힌 이탈리아 요리는 뇌에서 지워버리고 알바 생면의 맛을 각인시키자한 세기 전만 해도 한국처럼 알바에는 건파스타의 존재가 알려지지 않았다대신 밀가루와 계란 노른자로만 빚은 타야린 생면이 오늘날의 건파스타를 대신했다생면 가닥에 도는 황금빛깔이 마치 천사의 금발 색깔과 흡사해서 천사의 머리카락(Cappeli d’Angello)’이란 별명을 얻게 된 타야린은 밀가루 1kg과 계란 노른자 30개의 비율의 완벽 조합이다이 비율은 색깔에 중요하지만 두 재료를 섞어 반죽할 때 질척거리거나 밀가루 반죽이 뭉치지 않고 부서지는 걸 막는다또한휴지 시킨 반죽을 홍두깨로 밀 때 찢기는 걸 방지하고 돌돌 말은 반죽을 칼로 3mm 크기로 자를 때도 모양이 흐트러지지 않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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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트러플 전용 강판과 타야린일반 타야린에 비해 트러플을 추가하면 가격이 세 배로 비싸진다>

 

 

끓는 물에 2~3분 내로 데쳐 낸 뜨거운 면을 사루비아 향초 향이 배인 버터소스에 버무린 타야린은 사시사철 계절을 가리지 않고 먹는 음식이다쫄깃거림과 진한 버터 향에 어우러진 계란 노른자의 고소함이 입안에 퍼질 때 아마 천국의 맛이 이렇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화이트 트러플 축제기간에는 타야린은 호사를 누린다버터의 윤기가 흐르는 따끈한 타야린 위로 트러플 강판 밑에서 눈송이처럼 쏟아져 나오는 트러플이 쌓일 때 흡사 왕의 머리에 왕관을 얹는 대관식을 보는 것 같다트러플 타야린의 접시 바닥을 순식간에 드러나게 만드는 게 눈 궁합’ 와인은 바롤로 포사티(Barolo Fossati)가 적당하다포사티의 화사한 흑장미와 오렌지 껍질 향이 트러플의 빼어난 향과 한 몸이 되어 독특한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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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Dosio Vigneti가 생산한 바롤로해발 330m 정남향에 위치한 포사티 포도밭에서 자란 네비올로로 만들었다짙은 루비 색이 매혹적이며 드라이 오렌지비올라장미감초의 개성과 실크 감촉의 타닌이 은은한 매력을 풍긴다.>

 

WRITTEN BY Nanyoung Baek

Sommelier of Associazione Italiana Sommelier,

Wine Writer, Blogger, Judging Panel at Wine Competitions

President of BARBAROLSCUOLA(specialized in Italian Wine & Gastronomic Tour)

Member of Cheese Tasters Panel for EUROFINS Cheese Laboratory

 



백난영

이탈리아 소믈리에 협회(Associazione Italiana Sommelier)과정 1,2,3 레벨 이수  소믈리에 자격증 취득

이탈리아 와이너리투어 전문기관 바르바롤스쿠올라(BARBAROLSCUOLA) 운영

각종 온라인 매체 와인칼럼니스트,

ONAF(Organizzazione Nazionale Assaggiatori Formaggio) 주관하는 치즈 테이스터 과정 1레벨 이수  

EUFOFINS 치즈 평가기관 치즈 평가원 멤버

블로거 (주소http://blog.daum.net/baeknanyoung/?t_nil_login=mybl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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