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호의 와인 한 잔] 25. 와인과 인연

2021.04.03 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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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의 와인 트로피.


와인은 오픈해봐야 안다. 좋은 와인은 좋은 사람과 함께 마실 때 그 가치가 빛난다. 와인을 고르고 맛을 평가하는 지식이 많이 보편화됐다. 하지만 와인의 미세한 아로마를 구분하는 능력은 많이 마신다고 절로 느는 것은 아니다. 다분히 타고난 후각·미각이 있어야 하고 수많은 테이스팅 경험이 필요하다.

“후각은 감정과 기억을 생성하는 부위와 연결돼 있어서 옛날의 기억과 감정을 불러온다.” 어린 시절 맡았던 시골 퇴비 냄새를 맡고, 잊었던 어린 시절 추억이 기억나는 것처럼 후각신경의 정보가 뇌로 전달되는 방식은 특별하다. 우리는 평소 먹고 마셨던 음식에 대한 경험과 기억을 갖고 있다. 이런 경험과 기억을 토대로 와인 품종 특징, 와인이 만들어지는지는 과정을 배우고 후각과 미각을 훈련하면 누구나 훌륭한 와인 전문가가 될 수 있다.

와인을 마시다 보면 와인 산지의 기후, 문화와 역사에 대해 알고 싶어진다. 와인을 통한 인연으로 사람을 만나고, 그곳 배경 영화·음악·미술·문학에 관심을 갖는다. 현대 예술가들이 생산하는 작품은 너무나 다양하다. 현대미술이 오늘날 예술이 표현하는 수많은 형태를 대표하는 범주인 것처럼 ‘현대 와인’도 다양한 의미가 있다. 현대미술이 우리가 사는 세계의 문제를 고민하고 다시 생각하는 계기를 주는 것처럼 현대 와인도 우리 사회가 변화하는 방식에 적극적으로 대응한다. 와인은 단순히 먹고 마시는 술이 아니다. 다양한 문화와 진보된 과학기술이 서로 영향을 미치는 글로벌 세계에서 새로운 정보와 인연을 만들어주는 문화의 단초이며 예술 그 자체이다.

“어리석은 사람은 인연을 만나도 인연인 줄 알지 못하고 보통사람은 인연인 줄 알아도 그것을 살리지 못하며 현명한 사람은 옷자락만 스쳐도 인연을 살릴 줄 안다.” (피천득 ‘인연’ 중) 와인과 함께 많은 이야기를 하면서 새로운 만남과 경험이 모인다. 와인은 술이고 음식이지만, 자신을 표현하고 새로운 인연을 맺게 해주는 명함이기도 하다. 와인은 공부하면서 마시는 것도 좋지만, 와인과 함께하는 사람들과 만남이 더 소중하다. 값비싼 명품 와인이 있어도 함께 마실 친구가 없다면 자신이 가진 좋은 와인은 한 병도 없는 것이다. 아무리 많은 와인을 갖고 있어도 마시지 않은 와인은 이미 자기 와인이 아니다.

“어떤 결과를 만들어 내는 직접적 원인을 인(因)이라 하고, 인과 협동하여 결과를 만드는 간접적 원인을 연(緣)이라 한다.” 포도나무가 인이고 포도를 재배하고 와인을 만드는 모든 과정의 노력을 연이라 할 수 있다. 아무리 인이 좋아도 연을 못 만나면 좋은 와인이 만들어질 수 없는 것처럼 아무리 좋은 와인도 좋아하는 친구, 가족과 함께 마실 때 진정 소중한 와인이 될 수 있다. “와인은 마시기 위해 있는 거잖아. 아무리 고급스러운 와인이라도 와인은 사람이 마셔야 완성되는 거야~.”(만화 ‘신의 물방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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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가톨릭대 와인전문가과정 책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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