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호의 와인 한 잔] 43. 욕심이 아닌 바람으로

2021.04.04 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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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치기가 끝나고 휴식기를 맞은 이탈리아 바롤로지역 포도밭. 


아침 이슬 시원한 바람, 햇볕에 구름 도망가고 바람도 따라 간다. 무지하게 내리던 비 그치고 새삼스레 여름, 무더위에 또 지쳐간다. 이럴 땐 비가 올 것 같은 흐린 날이 부럽고, 그 감성에 맞는 와인 한 잔이 그립다.


포도나무는 건조한 상태를 좋아하지만, 광합성을 하려면 어느 정도의 물은 반드시 필요하다. 가뭄이 잦은 지역에서 포도는 제대로 익지 못해 당분이 충분히 만들어지지 않는다. 가뭄과 반대로, 수확기에 지나치게 비가 많이 오면 포도의 당분과 맛이 떨어지고 축축하고 습한 조건 탓에 쉽게 썩을 수 있다.

포도나무는 자가 수분하는 식물이지만, 꽃이 잘 피고 수분이 잘 되려면 따뜻하고 건조하고 바람이 불어야 한다. 과일 품질을 좌우하는 요인 중 하나인 통풍은 과일나무의 열 간 간격과 식재 간격이 중요하며, 와인 양조를 위한 포도나무처럼 식재가 잘 된 경우 가지치기가 중요하다. 이런 것이 소홀해지면 품질은 저하된다.

포도나무가 건강하게 자라려면 많은 미네랄이 필요하다. 석회가 많은 토양은 배수에 좋고, 적절한 광물 성분이 잘 분포돼 있으면 포도가 익는 시기에 산도를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과도한 열, 물 부족 또는 철분 부족은 백화 현상을 일으킬 수도 있는데 이로 인해 포도나무 잎은 황색으로 변하고 광합성 부족으로 수확량이 줄게 된다.

와인 생산에서 중요한 것은 포도 품질이며 품질이 떨어지는 포도로는 좋은 와인을 만들 수 없다. 포도 재배자는 최상의 포도가 생산되기를 바라고, 와인 양조자는 이 포도로 최상의 와인을 만들기를 바란다. 하지만 이러한 간절한 바람과 노력에도 기후와 날씨 같은 자연 요인에 따라 한 해 농사를 망칠 수도 있다. 좋은 포도로도 낮은 품질의 와인이 만들어질 수 있다.

삶도 와인과 많이 닮았다. 포도 재배와 양조 과정을 알면 와인 품질을 더 잘 평가할 수 있는 것처럼 그 사람 생애를 알아야 온전히 그 사람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바람이 넘치면 욕심이 된다. 욕심은 몸과 마음을 긴장시키고 아프게 한다. “최선을 다한 뒤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기를 기다리는 간절한 마음, 그저 ‘욕심이 아닌 바람’ 만으로 충분하다.

“손에 든 찻잔이 뜨거우면 그냥 놓으면 되는데 괴로워하면서도 잔을 놓지 않는다”는 법륜 스님의 말처럼 사람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말에는 무게가 있어야 하고 잘못된 행동으로 일어나는 모든 일은 자신이 감당해야 한다. 하지만 욕심이 이성의 눈을 가리고 어리석은 말과 행동을 하게 만든다. 


이제 욕심의 뜨거운 잔 내려놓고 강산풍월주인(江山風月主人)처럼 살아보자. 서두르지 말고 애쓰지 말고, 노력한 만큼 시간이 해결해주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마음만 가지자. 자기 눈을 가린 욕심을 버릴 수 있다면 언제나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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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가톨릭대 와인전문가과정 책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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