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호의 와인 한 잔] 45. 와인으로 느끼는 자부심

2021.04.04 최고관리자
0 100


13cb82a6e77a511dad8c49ff0c2b95ff_1617505974_4686.jpg 

전통적인 ’고블레‘방식으로 포도를 재배하는 포르투갈의 포도밭.


흔히 ‘와인은 유럽와인이 최고’라고 말한다. 위대한 와인들의 탄생을 살펴보면 그들이 가진 떼루아(와인의 원료가 되는 포도를 생산하는 데 영향을 주는 토양, 기후 따위의 조건을 통틀어 이르는 말)에 대한 자부심은 대단하다.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등 유럽인의 와인 사랑과 자부심이 오늘날의 와인을 있게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와인에는 와인 메이커의 자부심이 묻어있다. 자부심이 자기를 자랑스럽게 여기는 것과 관계 있다면, 자존심은 남에게 굽히지 않으려 하고 ‘나다움’을 지키고 싶어 하는 것이다. 역사를 중시하는 민족에게 문화는 외형 문제가 아닌 내면에 면면히 흐르는 자부심이 중요한 문제인 것처럼 와인 또한 그들만의 문화에 대한 자부심이다.

유럽의 와이너리들이 전통적인 방법을 고수하며 명예를 지켜오는 동안 신대륙 국가들은 새로운 기술도입으로 품질 향상에 노력해왔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와인 강국 프랑스의 포도 품종인 말벡과 쉬라즈를 새롭게 세계 최고 품종으로 만든 아르헨티나와 호주, 그리고 다양한 고급 와인을 생산하며 와인 강국으로 올라선 미국. 유럽에서 빛을 발하지 못하던 품종이 신대륙으로 넘어가 잠재력을 꽃 피우고, 유럽과 신대륙의 합작 투자를 통해 고품질 와인이 만들어지고 있다.

신대륙뿐 아니라 잘 알려지지 않았던 몰도바, 조지아 등 동유럽 지역도 훌륭한 와인을 많이 선보인다. 세계 질서 변화와 함께 오랜 세월 유지해온 전통과 새로운 현대기술로 경쟁력 있는 와인을 만들어낸다. 바야흐로 와인 춘추전국시대, 세계 와인 산지에서 우수한 품질의 와인이 쏟아져 나온다.

국내 많은 와인 수입사, 와인 레스토랑, 와인 숍 또한 철학과 신념에 맞는 ‘나다움’을 지킬 와인을 찾아 수입하고 홍보하고 판매한다. 더불어, 인터넷 기술 발전으로, 다양한 와인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시대의 새로운 소비트렌드에 맞춰 다양한 와인을 즐기는 소비 패턴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새로운 문화, 새로운 트렌드, 새로운 자부심이 생겨나는 것이다.

개인의 자부심, 직업에 대한 자부심, 국가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사람은 쉽게 굽히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와인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사람일수록 새로운 정보에 수긍하고 귀 기울이게 된다. 신기하게도 와인은 마실수록 더 궁금해지고 경험할수록 느끼는 바가 더 많아진다. 알아갈수록 다른 사람의 의견을 존중하고 서로의 자부심을 인정하려고 노력한다.


좋은 벗을 만나는 자리에 가져갈 의미 있는 와인 한 병을 고르기 위해 고민해본 적이 있는가? 그 것을 마시며 즐거워 할 친구들을 상상하며 와인을 고르는 설렘. 나를 행복하게 하고 서로를 사랑하게 만드는 자부심. 내가 ‘와인으로 느끼는 자부심’이다.



653f7098f376f8cb2c0b7f6ecf2b6264_1628732825_8828.jpg


부산가톨릭대 와인전문가과정 책임교수



Comments

  1. 등록된 코멘트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