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형의 와인칼럼] 02. 와인의 온라인 판매 허용해야 할까?

2021.04.17 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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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의 온라인 판매 허용해야 할까?

이명박 정부 말기인 2012년 봄에 공정거래위원회와 기획경제부 vs 국세청, 여성부 및 보건복지부가 
와인의 온라인 판매 허용 여부를 놓고 의견의 충돌을 일으켰다. 
전자는 허용해야 한다는 쪽이었고 후자는 허용불가 입장이었다.
그 논란의 배경에는 EU, 미국 등과 FTA를 체결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와인 가격이 피부에 느낄 만큼 내려가지 않았기 때문에
가시적 성과를 거두기 위한 정권 말기의 초조감도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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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가격이 많이 인하되지 않는 원인에 대한 분석 결과는 유통채널이 너무 길고 최종 유통단계인 소매점들 특히 대형 유통업체들(대형마트, 백화점 등)의 마진이 너무 높은 것이 소비자가 인하의 장애요인이 된다는 것이었다. 또 하나는 현행의 와인 유통구조는 유통 대기업에게만 유리한 구조라는 것이었다. 사실 와인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든 외국의 경우 업소 시장(On Premise) vs 샵 시장(Off Premise)의 시장 점유율이 40~50% : 50~60% 정도인데 우리는 시장 발달 단계의 초기라는 측면이 있기는 하지만 20~25% vs 75~80%로 샵 시장이 상당히 높은 편이고, 그 주된 이유가 유통 대기업의 점유율이 아주 높기 때문이다. 그래서 와인 산업내의 중소기업도 살리고 공정 거래를 위해서는 타 OECD국가의 대부분이 허용하고 있고 심지어는 중국도 허용하고 있는 온라인 판매 즉 전자상거래를 허용해야 한다는 것이 공정거래위원회와 기획경제부의 논리였다.

반면 국세청, 여성부, 보건복지부의 논리는 건강에도 좋지 않은 주류를 전자상거래를 통해 너무 쉽게 구매하게 하는 것은 문제고 더구나 청소년들이 쉽게 구매하여 청소년의 건강을 해칠 우려도 있다는 것이었다. 결국 2012년 여름부터 가을 무렵에 청와대에서 관계부서들을 불러들여 협의한 결과는 와인의 온라인 판매 허용 쪽이었다(당시 언론에 그렇게 보도되었다.). 그러나 곧 대선으로 이어지면서 이 문제는 다시 수면 아래로 가라 앉아 버려서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지금의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고서는 더 큰 과제들이 많았던 바 관심의 대상에서 멀어져 버렸고……

당시 와인 수입업체들의 입장도 나뉘었다. 이미 유통 대기업도 자신들의 자회사로 와인 수입사를 갖고 있어서 수입사 중에서 상위 Top 5 정도와만 거래해도 충분했기에 거래선 수를 대폭 줄여서 서너 개 대형 수입업체(사실 대형 수입업체라고 해도 연간 판매액이 1,000억이 넘는 회사는 아직 없다)와만 거래하게 되었다. 따라서 일부 대형 수입업체들은 온라인 판매 허용을 반대했고 또 다른 일부 대형 수입업체들은 어쩔 수 없이 수용하는 자세를 취했다. 그럼 중소형의 약 300여 개에 달하는 와인 수입업체들은? 당연히 온라인 판매 허용에 대해 찬성하는 입장이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유통 경로가 한쪽으로 집중되다 보니 판매 경로를 잃어버린 중소형 업체들은 온라인 판매 허용이 판매 기회의 한 수단으로 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냉정하게 객관적인 입장에서 와인의 온라인 판매 허용했을 경우의 이해 득실을 따져보자.
우선 소비자 입장에서……
소비자 입장에서는 무조건 찬성일 수 밖에 없다. 왜냐하면 분명히 와인 가격이 지금보다 최소한 20~30% 이상 하락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선택의 폭도 넓어지고 객관적인 와인 정보와 와인 가격 정보 비교가 훨씬 용이하게 되기도 할 것이고…… 지금은 유통 대형 매장의 경우 판매 직원의 소속 수입사에 따라 추천하는 상품이 달라서 객관적인 정보를 얻으려면 소비자 입장에서 상대적으로 시간적 투자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수입사 입장에서 보면?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현재 수입사의 시장 점유율(이것이 곧 유통망 확보를 의미한다)에 따라 입장이 다를 것이다. 최소한 Top 5 안에 드는 수입사는 이미 확보한 시장 지위를 놓치고 싶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유통 시스템의 변화는 곧 새로운 경쟁자를 낳고 이에 대한 대응을 위해 새로운 투자를 감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 이외의 업체들은 아주 소규모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온라인 판매 허용을 목마르게 기다리고 있을 지도 모른다. 새로운 판매 기회를 얻을 수 있을 테니까..

그런데 Top 5의 대형 수입사들의 현재의 지위가 미래에도 보전될 수 있을까?
성숙시장을 100으로 가정할 때 한국의 와인시장은 현재 20~30 정도 밖에 되지 않기에 시장이 성장하는 기간 동안에는 유통 대기업들이 이들을 필요로 하지만 시장이 성숙시장에 들어가게 되면 그 때도 과연 지금의 유통 대기업들이 지금처럼 그들로부터 납품을 받을까? 시장 경쟁 논리와 기업의 수익 논리로 보면 결코 그럴 수 없다. 과거 와인 시장 태동기 단계인 1988년~2005년(좀 더 길게 보면 2006년)까지 유통 대기업이 와인 시장 성장을 위해 투자한 것은 거의 전무 하다시피 했다. 약 200~300여 개에 달하는 중소규모의 영세한 와인 수입사들이 시장을 만들어왔다. 시장이 어느 정도 모양새를 갖추자 그 때 자신들의 점포망 숫자를 이용해서 시장에 진입한 것이 유통 대기업들이었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입장에서 무한 경쟁 시대에 그건 당연한 행동이다. 이러한 과거 행태로 볼 때 언제일 지는 모르나 미래의 어느 시점이 되면 결국 지금의 Top 5도 시장에서 밀려나기 시작할 수 밖에 없다. 유통에서는 고객 DB와 점포수를 많이 가진 자가 강자가 될 수 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고, 기업은 이윤 극대화를 위해 유통단계 단축을 통해 타 수입사가 아닌 자신이 직접 수입하는 형태로 갈 것이기 때문이다(이미 2012년에 수입사가 소매를 할 수 있게 겸업이 허용되었다.). 소비자들에게도 제시할 명분도 있다. 우리가 직구 형태로 공급하면 유통 단계 단축으로 더 저렴한 가격에 공급할 수 있다고…… 독점적 지위에 도달했을 때도 그런 명분 대로 할 지는 의구심이 들지만……
 
온라인 판매가 허용되면 사실 제일 곤란한 것은 도매상들이다. 2012년 당시에도 도매상들은 무조건 반대입장을 표명했었다. 그러나 도매상들은 어차피 소매점이나 업소시장을 대상으로 하기에 온라인 판매를 B2C형태로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것만으로 국한하게 되면 그다지 잃을 것이 없다. 이미 업소시장이 20~25%로 축소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인터넷 시대에 도매상의 역할은 물류기지로서의 역할이 더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물론 독립 소매 점포에 대한 기존의 시장을 잃을 가능성이 크지만…… 하지만 이미 온라인 판매가 허용된 외국사례를 보더라도 도매상이 없어진 경우는 없다. 자신들끼리의 경쟁에서 밀려난 경우는 있지만...... 오프 매장과 온라인 매장의 공존이 가능하다는 것이 해외 사례에서 이미 증명되고 있다. 와인은 남의 말만 듣고 사지는 않고 직접 체험해봐야 하는 상품이기에 온라인 판매 허용 = 오프 라인 매장 폐기는 절대 일어날 수 없다.

정부입장에서 보면?
온라인 판매 허용은 곧 가격 하락에 따른 시장 규모의 확대를 의미하고 이는 곧 세수의 증대로 나타날 것이다. 최근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2008년 무려 80%에 육박하는 30도 이하 와인의 주세를 없앤 홍콩은 2009년 불과 1년 만에 시장이 약 206% 신장했다고 한다. (2014년 홍콩의 와인 수입규모는 10조원에 달했고 이중 해외로 재수출한 것은 2조 9천억 원이라고 한다). 그런데 주세를 없앴는데 세수가 늘었다! 이유는 관세나 주세 등은 철폐했지만 소비세는 그대로 두었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세수는 줄었겠지만 궁극적으로는 시장 규모 확대에 따른 세수 절대액은 당연히 증가할 수 밖에 없다. 또 다른 효과는 기업간의 공정 경쟁 시스템을 제공하는 것이 된다. 중소규모 수입사들이 생존할 수 있는 공간을 허용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과연 온라인 판매 허용이 국민 건강 특히 청소년 건강을 해칠까?
오히려 독주보다 와인을 마시면 건강에는 더 좋다는 건 이미 수많은 의학 보고서들이 증명한다. 그럼 청소년이 와인을 쉽게 살 수 있다? 이것은 제도적 보완 장치를 만들면 된다. 예를 들면 구매자의 성인 인증과 그 성인의 카드로만 구매하게 하면 오히려 지금의 주류 유통시스템보다 청소년이 와인 구매하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다. 청소년 건강 운운하는 논리는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그는 것과 같다.

그럼 마냥 온라인 판매를 허용하면 될 것인가?
보완책이 필요하다. 20도 이하의 저도주인 와인(광의의 곡류와 과일로 만든 알코올 음료로서의 와인)만 판매하게 하고 (예외적으로 강화와인과 와인 증류주인 브랜디나 그라파 정도는 허용하고), 와인 관련 악세서리만 판매하게 해야 한다. 즉 현행의 유통 대기업들이나 다른 상품을 판매하는 온라인 대형 업체들의 진입은 막아야 한다. 그들이 자회사를 만들어 판매하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겠지만. 다만 그 자회사와 모회사간의 협업체계는 막으면 된다. 공정거래에 위반되는 행위니까..

언제쯤 온라인 판매가 허용되고 와인의 주류세 등 각종 세금이 없어질 수 있을까?
저 거대한 중국의 와인 애호가들이 홍콩으로 가지 않고 한국으로 오거나 한국의 온라인 판매 사이트를 통해서 짝퉁 걱정 없이 진품을 저렴한 가격에 마실 수 있는 그 날이 오면 우리 나라의 창조경제가 이루어진 날일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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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이철형 (Chul Hyoung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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