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만수의 독일와인] 01. 리슬링과 슈페트레제 (Riesling and Spätlese)

2021.04.17 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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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국가공인 와인컨설턴트 ‘황만수‘님의 와인칼럼‘첫 번째‘

리슬링과 슈페트레제 (Riesling and Spätlese)



매년 9월과 10월이 되면 일년 동안 지은 농사의 결실을 앞두고 와인생산자들의 손과 마음이 바빠진다. 10월의 말로 접어든 지금 유럽의 다른 나라의 경우에는 예외 없이 수확이 끝났지만, 독일에서는 수확이 아직 진행중인 지역이 있다. 수확시기는 기후와 포도 품종에 따라 달라지고, 같은 조건하에서도 와이너리의 스타일과 전체적인 상황을 판단하는 와인생산자에 의해서 결정된다. 독일의 경우에 비교적 차가운 기후조건을 가지고 있어서 수확시기가 다른 나라에 비해서 늦고, 특히 독일의 대표품종인 리슬링(Riesling)의 경우에는 만생종이어서 더더욱 그러하다. 또 리슬링은 수확시기에 따라서 그 품질의 차이를 확연하게 보여주는 품종이어서 일반적으로 늦게 수확을 하면 고급의 품질을 보여질 수 있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독일의 와인등급에 늦수확이라는 뜻을 가진 등급이 있는데, 와인법에 있는 의미는 조금 다르지만 리슬링의 특성에 부합하는 늦수확의 전통을 강조한 개념이 그런 모습으로 보여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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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슬링을 손수확하는 모습/



독일에서 리슬링이 차지하는 비율은 22,9%로 수치는 비교적 낮아 보이지만 여전히 가장 많이 생산되고 독일 고급와인의 상징적인 품종이기 때문에 비율과 관계없이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빈티지에 대한 오래된 보고서들을 찾아 보면 한 해의 일반적인 상황을 설명한 후에 항상 리슬링에 대한 언급이 따로 있을 정도로 그 비율과 관계없이 그 해 빈티지의 평가를 리슬링에 대한 평가와 일치시키는 것을 볼 수 있다. 

리슬링의 흑역사?
그런데 그런 리슬링이 고급 품종으로 취급을 받지 못했던 시기가 있었다. 리슬링 애호가에게는 충격적인 이야기일 수 있지만 18세기 중반의 문서에 보면 굳에델(Gutedel), 엘플링(Elbling)이 최고의 품종이라고 한다면, 리슬링은 가장 좋지 않은 품종이라고 쓴 기록이 있다. 그 전의 기록들에도 리슬링을 높게 평가하는 기록은 찾아볼 수 없다. 이 역시 수확시기와 관련이 있는데, 그 시기가 매우 빨랐다. 당시 기후도 15세기 초부터 19세기까지 이어진 중세의 빙하기에 해당이 되어서 추위가 빨리 찾아 왔고 밤에 서리가 내리면 그 피해가 심해서 수확시기를 빠르게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고 한다. 그런 조건에서 리슬링이 가지고 있는 잠재력이 모두 보여질 수 없었던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리슬링과 슈페트레제
리슬링의 평가에 전환점이 된 이야기가 슈페트레제(Spätlese) 기사의 전설이다. 수확을 하기 위해 오너의 공식적인 허가를 받아야만 해서 슐로쓰 요하니스베륵(Schloss Johannisberg) 와이너리는 1775년 당시 오너였던 풀다의 영주에게 허가를 받으러 사람을 보냈는데, 이 사람이 정확히 밝혀지지 않은 이유로 매우 늦게 돌아왔고, 이로 인해 그 해에는 매우 늦은 시기에 수확을 시작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렇게 만들어진 와인이 매우 높은 품질을 보여주었고, 이는 리슬링 품종 대한 새로운 평가를 내리는 계기가 되었다. 역사적으로 보면 이 사건 이전에도 늦은 수확에 대한 언급들이 있지만 본격적인 시작이 슈페트레제 기사의 이야기와 더불어 시작되었다는 점에서 1775년의 사건은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다. 그 이후로 리슬링의 수확시기가 점차 뒤로 밀어져 지난 세기 말까지만 해도 11월초에 시작하는 일이 다반사였고, 지금은 지구 온난화의 결과로 수확시작이 10월 중순경으로 앞당겨지기는 했지만 리슬링은 여전히 가장 늦게 수확을 하는 품종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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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사진 독일 모젤의 포도밭에서 리슬링을 수확하는 모습들. 옷차림이 선선한 가을날임을 암시하고 있다./




늦수확과 아로마 
늦은 수확을 통해서 당도가 올라가지만 그것만 얻어지는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꽃이 피고 90일에서 100일 정도 후에 수확을 한다면 리슬링의 경우에는 120일에서 130일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이 기간 동안에 리슬링은 더 많은 미넬라과 같은 요소들을 흡수할 수 있는 시간을 갖는다. 또 주 수확기인 10월에는 낮과 밤의 일교차가 커지면서 아로마가 풍부해지는데, 올해 수확을 갔던 모젤의 한 밭에서 2주전에는 맛 보았던 포도가 레몬이나 그린애플의 향이 주로였다면 2주 후에 같은 밭의 포도가 열대 과일향의 아로마로 변해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흥미로운 것은 당도는 2주전과 비교해서 큰 차이가 없었다는 점인데, 그럼에도 그 포도의 풍미는 큰 차이를 보여주고 있어서, 늦은 수확은 고급 리슬링 와인을 만들기 위한 빼놓을 수 없는 하나의 과정임에 틀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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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젤의 우수생산자가 만든 슈페트레제 와인의 라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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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황만수 (ManSoo Hwang)
(독일 국가공인 와인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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