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W Marriott Dongdaemun Square Seoul Chief Sommelier ‘정하봉’님

2021.05.01 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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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PEOPLE>





THE SCENT

국내의 소믈리에 중에서 금년 상반기에 누구보다도 힘든 시간들을 보내셨다고 생각합니다. 
반포에 있는 JW Marriott Hotel Seoul에서 작년 말까지 근무하시다가 금년이 시작되면서 JW Marriott Hotel Dongdaemun Square Seoul의 Chief Sommelier겸 Manager로 활동하시게 되었습니다. 
지난 달에는 암 선고 받으시고 일년 동안 고생하신 부친을 잃는 큰 슬픔을 겪으셨습니다. 
이 두 가지 이유 때문에 금년 2월과 7월에 베를린와인트로피 심사위원으로 초대받으셨는데 참석하지 못하게 되셨습니다. 금년 상반기에 대한 소감 부탁 드립니다.

정하봉
누구나 그렇겠지만 건강하셨더라면 더 오래 사실 수 있었던 부친을 잃는다는 것은 정말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은 큰 아픔이고 슬픔입니다. 
암 선고 받으시고 일년 동안 고생하신 부친을 바쁘다는 핑계로 잘 모시지도 못하고 많은 대화를 나누지 못한 것이 죄송하고 제 스스로 이기적이었다는 생각에 괴로웠습니다. 
약 한 달 가량 병실의 보조침대에서 부친과 마지막 시간을 보내면서 앞으로 잘 모실 수 있는 시간과 기회를 달라고 기도했지만…… 

부친께서는 늘 제게 ‘배려와 경청’에 대한 인성교육을 하셨습니다.
“인생을 살면서 너와 관계를 갖게 되는 상대방에 대한 배려를 잊지 말고, 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눌 때에는 너의 이야기를 먼저 건네지 말고 상대방이 처한 상황을 먼저 경청하면서 살도록 해라.”라는
당부 말씀을 제 손을 꼭 잡으시면서 마지막 순간에 다시 하셨습니다. 부친의 교훈을 잊지 않고 살아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JW Marriott Hotel Dongdaemun Square Seoul이 작년까지만 해도 시장에서 포지셔닝이 잘 되지 않아 이 호텔에 있는 뉴욕 양식당 BLT Steak의 지배인으로 일하면서 호텔 전체 음료를 총괄하게 되는 큰 책임을 맡았습니다. 
일단 동대문 JW Marriott Hotel은 오픈 한지 1년 반정도 됐기 때문에 좀더 젊은 감성의 다양한 행사들을 통해 호텔을 시장에 알리고 포지셔닝하기 위한 다양한 이벤트들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호텔이 먼저 문턱을 낮추어 대중들과 호흡할 수 있는 이벤트를 연중 기획에서 실행하고 있으며 그 시작이 올해 3월에 열린 ‘와인앤버스커(Wine N’Busker’행사였습니다.
지난 3월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에서 열린 ‘서울 패션 위크’에 맞추어 10개의 와인 수입사의 다양한 와인을 테이스팅하고 직접 합리적인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으며 다양한 ‘버스커’들의 공연을 볼 수 있는 내용의 행사였습니다. 
호텔 앞의 정원에서 열렸는데 3일 동안 1,200명의 손님들이 찾아 주셨고 수입사 별로 이백만 원이 넘는 매출을 올려 성공적이었습니다. 
앞으로도 매년 ‘서울 패션 위크’와 발맞추어 정기적으로 동대문을 찾는 와인애호가들에게 좋은 행사로 남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두 번째 프로젝트로는 최근 폭발적으로 성장한 Craft Beer 시장을 보면서 대중들이 직접 다양한 맥주들을 테이스팅하고 구매할 수 있는 ‘비어 크루즈(Beer Cruise)’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이 행사에는 1,000명 가까운 고객 분들께서 찾아주셨습니다. 10개의 맥주 업체들이 기존에 생산되고 있는 국내 맥주 이외에 다양한 나라에서 생산되고 있는 수제 맥주들을 직접 테이스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비즈니스 마당이었습니다.

세 번째 프로젝트는 다가오는 7월 17일부터 8월 말까지 매주 주말 3일간 개최될 ‘칵테일 비치(Cocktail Beach)’라는 행사로 이번 여름, 멀리 떠나지 않고 ‘시티 베케이션’을 즐길 분들을 위해
‘칵테일 비치’를 오픈하여 시원한 여름 칵테일과 DJ 및 버스커 밴드의 라이브 음악을 자유롭게 즐길 수 있게 할 예정입니다.

이와 같은 프로젝트에서 보듯이 우리의 일상 생활에서 ‘음료’라는 카테코리는 그 안에 맥주와 칵테일 그리고 와인까지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음료를 특화 하여 다양한 이벤트들을 꾸준하게 기획하고 합리적인 가격으로 고객들이 참여하고 즐기실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영광스럽게도 국제와인품평회인 베를린와인트로피에 초대를 받았는데 개인적인 사정 때문에 금년에 참가하지 못하게 되어 무척 아쉽습니다. 
내년에 다시 기회가 오면 감사하겠습니다.

THE SCENT
이제 과거로 돌아가서 소믈리에의 길을 걷게 된 배경을 듣고 싶습니다.

정하봉
어느덧 15년 전으로 시간이 거슬러 올라가게 됩니다. 1990년대 후반에 대학에 입학하여 정신 없이 1학년을 마치고, 2000년대 초반 군대를 다녀온 후 
복학을 준비하면서 ‘응답하라 1997’ 드라마의 배경이 되는 신촌 지역에 있는 상가 꼭대기 층의 ‘재즈필’이라는 곳에서 바텐더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군대 가기 전에 조주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 칵테일을 만들어 보고 남산의 H 호텔에서 실습 기간을 통해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칵테일을 즐기고 있음에 이미 눈을 뜨게 되었었죠.
또한 바텐더로 일을 한 경험은 제가 가진 기본적인 성격이 서비스업과 잘 맞는다는 것을 확인하고 손님들을 위해 칵테일을 만드는 일이 너무나 즐겁게 느껴지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당시 종각근처에 와인나라 아카데미가 문을 열어 무료로 대중들에게 와인 강의를 해주고 있었습니다. 
무엇이든지 배울 수만 있다면 피곤한 몸을 이끌고도 들을 수 있었던 젊음이 있었고, 
‘와인’이라는 음료에 대해 접해본 경험도 없어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다는 기회 만으로도 제게는 너무나 즐거운 기대로 가득 차 무작정 찾아가게 되었습니다.
그곳에서 저는 인생의 큰 전환점을 맞이하게 됩니다. 바로 와인의 즐거움과 맞닥뜨리게 된 것입니다. 
생전 처음 보는 프랑스의 자세한 지도와 그리스 로마 때부터 와인을 즐겨온 유럽인들의 역사를 듣는 일은 조금 지루하게 느껴졌지만,
수업 말미에 화이트와 레드 와인을 테이스팅하면서 제게는 이론적인 공부와 역사적인 배경을 떠나서 와인을 마신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 즐거운 행위로 다가왔습니다. 
몇번의 와인 수업이 끝나갈 무렵 꿈으로 가득 찼던 20대 시절 저는 마음속에 큰 결정을 내리게 됩니다. 바로 와인에 제 인생을 걸어보고 싶다는 결정을 내리게 된 것입니다.
이것을 계기로 저는 꾸준하게 와인 공부를 병행하면서 무사히 호텔경영을 전공으로 학부를 졸업하고 와인을 다룰 수 있는 직업을 찾아 호텔에 입사하게 되고, 2005년부터는 호텔을 대표하는 소믈리에라는 직업을 가지고 살아오고 있습니다.

THE SCENT
소믈리에로서 활동해 오시면서 화려한 경력을 갖고 계십니다. 특히 2008년에 국가대표 소믈리에 경기대회에서 우승하셨고, 한국인으로서는 최초로 세계 소믈리에 경기대회에 참가하셨습니다. 많은 느낌이 있었을 텐데요.

정하봉
지금까지 돌이켜 생각해보면 소믈리에로 산다는 것은 정말 큰 행운이었습니다. 
체계적으로 와인 공부를 하기 위해서 와인 아카데미 수업을 들을 수 있었고, 이때 매 수업마다 엄선된 여러 가지의 와인을 테이스팅하고 표현하는 방법과 포도 품종에 따른 와인의 향과 맛의 차이를 알게 되었습니다. 
또한 프랑스, 이태리, 미국, 호주, 칠레 등 다양한 와인 생산국가들을 직접 찾아가서 현지의 와이너리 모습들을 보면서 와인 양조자들을 통해
와인을 만드는 방법과 품질 좋은 와인생산을 위한 그들의 노력,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고 경험할 수 있는 값진 기회를 얻을 수도 있었습니다.

2005년부터 소믈리에 대회에 도전했는데 운이 따라서 2008년 국가대표로 선발이 되었습니다. 2010년 칠레 산티아고에서 열렸던 제13회 세계 소믈리에 경기대회 출전은 인생 최고의 경험이었습니다. 
결승전에 3명의 선수들이 올라와 각자 한 시간 동안 주최측이 준비한 여러 관문을 통과하는 서비스 시험을 지켜보면서
‘도대체 제한된 시간에 저렇게 완벽하게 모든 것을 해내기 위해서는 몇 년간 소믈리에로 일을 해야 된단 말인가’라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현장이었습니다.
이 대회의 우승자인 제라드 바셋(Gerard Basset)씨는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마스터 오브 와인과 마스터 소믈리에 두 개의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 무려 5번의 도전, 총 15년 동안 대회에 출전한 끝에 우승을 거머쥐게 되었습니다. 
2010년 결승전을 바로 눈앞에서 지켜본 저로서는 좋은 소믈리에란 누구나 쉽게 되는 것이 아니며 오랜 시간 동안 열정과 노력을 하지 않으면 절대 좋은 소믈리에가 될 수 없다는 것을 몸소 체험한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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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CENT
앞으로 어떠한 소믈리에로 발전하고 싶으신가요?

정하봉
세계 소믈리에 경기대회 참가 이후에 제 목표 중에 하나는 ‘내공’ 있는 소믈리에가 되는 것입니다. 
‘내공’의 사전적 정의는 ‘정신적 결함이나 타격이 겉으로 나타나지 않고 속으로만 퍼짐, 오랜 훈련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직관적인 통찰력’입니다. 
즉, 내공이란 한 분야에서 오랜시간 꾸준히 정진하여야만 가질 수 있는 특성인 것입니다. 
소믈리에는 단순히 와인을 테이스팅하고 혹은 와인을 오픈하여 고객들에게 와인을 서비스하는 일을 넘어서
철학, 역사, 건축, 미술, 음악 등 와인과 연관성이 있어 보이는 모든 분야의 책들을 읽어 다양한 지식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제는 ‘와인’을 이야기할 때 단순히 입안에서 느껴지는 와인의 맛과 향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와인이 생산되는 지역의 역사적인 배경과 그 와인을 만드는 양조자의 철학 또한 그가 속해 있는 지역의 문화를 이해하는 것이 그 와인을 깊이 있게 이해하는 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소믈리에로 산다는 것은 인문학자처럼 ‘인간이란 무엇인가’가 아니라 ‘와인이란 무엇인가’라는 과제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치열하게 살아가는 사람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THE SCENT
현재 경희대학교에서 ‘위탁경영 호텔과 프랜차이즈 호텔의 내부고객만족이 경영성과와 외부고객 행동의도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제목으로 박사논문을 쓰고 계십니다. 간단하게 내용을 소개해 주시지요.

정하봉
학부 때부터 ‘호텔경영’을 전공하고 더불어 졸업과 동시에 세계 최고의 체인 호텔인 메리어트 호텔에 계속 몸담고 있습니다. 
논문은 바로 주변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에 대해 그 원인과 결과를 사회적으로 분석하고 더불어 통계를 통해 증명해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논문에서 밝히고자 하는 내용은 단순히 세계적인 체인 호텔의 브랜드를 이용하는 프랜차이즈 형태와 호텔의 전반적인 운영을 맡긴 위탁경영 체제에서 
내부적으로 일하는 직원들의 만족도 분석을 통해 호텔의 경영성과와 더불어 그 호텔을 이용하는 고객들의 행동의도까지 살펴보는 것입니다. 
1년 가까이 계속 준비해 오고 있습니다. 현재 국내에 7개의 메리어트 체인 호텔이 영업 중이고 꾸준하게 추가 오픈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내년에만 2개 이상의 메리어트 브랜드를 단 호텔이 오픈될 예정이어서 꾸준하게 이러한 체인호텔들의 시스템에 대해서 연구할 예정입니다.

THE SCENT
2009년부터 ‘비즈니스와 와인’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많이 하고 계십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지요. 어떤 분들을 대상으로 주로 강연하시며 그분들의 반응이 어떻습니까?

정하봉
아시다시피 대한민국 경제는 내수 보다는 수출에 의존하는 ‘수출주도형 산업’ 모델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양한 제조업에 종사하는 기업 임원 분들이 외국의 바이어들과 중요한 계약을 앞두고 함께 식사를 자주 하게 되며 식사 말미에는 중요한 계약도 성사가 되곤 합니다. 
이와 같이 해외 바이어들과 식사하는 자리에서 첫 단추를 끼울 수 있는 공통적인 분모가 바로 ‘와인’이지만, 이러한 와인을 체계적으로 시간을 내고 공부한다는 것이
기업체 임직원 분들에게 쉽지 않기 때문에 ‘비즈니스와 와인’ 이라는 주제로 많은 강의 요청들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제한된 시간이지만 강의 내용은 해외 유명 와인산지들의 특징, 명품 와인의 공통적인 조건들과 특징, 와인과 음식을 매칭하는 방법, 와인을 서비스 받는 방법 등을 다루고 있으며 
수업 말미에는 명품 와인들을 두 가지 이상 선택하여 같이 테이스팅 하는 식으로 진행해 오고 있습니다. 
매번 2시간 정도 시간을 잡고 강의를 진행하지만 수업에 참여하는 여러 임직원 분들께서 평소에 와인에 관련돼서 궁금한 내용들이 많으셔서 여러 질문을 하시기 때문에 강연시간이 연장되고는 합니다. 
그만큼 와인으로 인해 평소에 많은 스트레스들을 받고 계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문제의 극복을 위해 앞으로 와인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소믈리에들이 더 많은 강연을 통해 비즈니스맨들의 와인에 대한 부담을 덜어줄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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