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국가공인 와인컨설턴트 ‘황만수’님

2021.05.01 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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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CENT
한국인으로서는 최고의 독일와인 전문가이신데 독일와인과 인연을 맺게 된 계기를 설명해 주세요.

황만수
한국에서 독어독문학을 전공했었고, 졸업 후 유학을 결정하면서 독일의 여러 대학에 입학허가 신청서를 보냈습니다. 
그때 가장 먼저 허가를 보내준 대학이 지금 살고 있는 트리어(Trier)에 있는 대학입니다. 이 도시가 독일 모젤와인의 중심지라는 것을 당시에는 몰랐는데, 
주변에 와인을 좋아하는 친구들이 있어서 유학생활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와인과 접할 기회가 많아졌습니다.

처음부터 독일와인만을 고집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특히 컨설턴트 교육과정을 다닐 때는 전 세계의 와인산지를 공부해야 했고 그 와인들을 시음했었죠. 
술에도 궁합이 있듯이 그 중에서 제게 가장 인상을 깊게 남겨준 것은 독일와인, 무엇보다도 리슬링 와인이었습니다.

누군가가 제게 와인세계에 들어서게 된 가장 결정적인 계기를 묻는다면 하나는 모젤의 한 와이너리를 방문했을 때라고 이야기합니다. 
저를 맞아 주었던 분은 연세가 지긋한 와인메이커였는데, 그 전에 와인관련 책도 많이 읽기는 했지만 그분이 저를 포도밭에 데리고 가서 직접 보여주면서 
해준 와인에 대한 따뜻한 이야기는 제가 궁극적으로 지금의 일을 하고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비슷한 시기에 제가 읽었던 스튜어트 피곳(Stuart Pigott)의 <Die grossen deutschen Rieslingweine(위대한 독일 리슬링 와인)>이라는 책의 서문이었습니다. 
1995년에 출간된 책이었는데, 1980년대 중반부터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1980년대라고 하면 독일와인이 가장 어려웠던 시기였는데, 저자는 그 책에서 어려운 시기에도 꾸준하게 자신의 길을 가는 사람들의 인내를 보았고, 새롭게 변해갈 미래를 읽고 있었습니다.
지금도 자극이 필요할 때는 그 책을 꺼내서 읽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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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년 모젤의 경사진 포도밭에서 수확하는 모습> 




THE SCENT
와인산지 모젤에 속하는 트리어에 거주하고 계십니다. 제2의 고향일 텐데 트리어 자랑 좀 해주세요.

황만수
뒤돌아 보니 제 인생의 가장 오랜 시간을 트리어에서 보냈더군요.
트리어는 2,000년의 역사를 가진 독일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 서로마제국의 수도중의 하나, 독일에서 로마시대의 유물들이 가장 잘 보존되어 있는 도시와 같은 표현들이 항상 따라다닙니다. 
트리어의 상징인 검은문(Porta Nigra)과 독일의 3대 성당중의 하나인 트리어 돔을 비롯해서 수많은 로마의 건축물들이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있고요. 
앞으로 모젤의 전 생산지역을 유네스코에 등록하려는 계획이 있다고 합니다. 
트리어는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유럽에서는 이미 독일의 관광명소중의 하나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트리어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모젤와인의 역사는 이 도시를 중심으로 시작이 되었습니다. 
로마인들이 이 지역에 처음으로 도시를 만들고 와인을 생산하기 시작했는데, 그들이 만들었던 포도밭들이 지금도 모젤의 그랑 크뤼 밭에 속한다는 사실은 경이롭기까지 합니다. 
그 문화를 이어서 지키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은 존경스럽고요. 트리어에서 오랜 유적과 더불어 그러한 2,000년의 문화를 느낄 수 있다면 모두가 모젤와인의 애호가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해봅니다.


THE SCENT
작년 3월 독일에서 열린 와인박람회 프로바인(ProWein)에서 프로 리슬링(Pro Riesling)이라는 단체로부터 독일 리슬링에 대한 언론분야에서의 업적을 인정받아 공로상을 받으셨습니다.
늦게나마 축하 드립니다. 여름에는 아무래도 리슬링과 같은 화이트 와인이 제격입니다. 리슬링 예찬을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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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리슬링으로부터 공로상을 받고> 




황만수
리슬링(Riesling)은 독일을 대표하는 화이트 품종입니다. 2015년 통계에 의하면 전 세계의 45%가 독일에서 생산이 되고 있고요. 
특히 차가운 기후를 선호하는 리슬링에게 독일, 그 중에서도 모젤과 같이 북쪽에 위치한 생산지는 최고의 궁합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리슬링은 화이트 품종으로 아로마가 매우 다양합니다. 과일 향에서도 레몬, 사과, 살구, 복숭아에서부터 망고나 파인애플과 같은 이국적인 과일의 향도 많죠. 
거기에 다양한 스파이시한 향과 잔디를 막 깎았을 때의 푸릇한 느낌에 잘 익은 포도에서 나오는 꿀 향과 말린 과일의 진함이 어우러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다양함은 리슬링이 가벼운 드라이한 와인에서 파워 있는 드라이, 미디엄 드라이에서 스위트를 거쳐 노블 스위트한 와인까지
하나의 품종으로 다양한 와인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세계에서 유일한 품종이라는 특징과 관련이 있습니다. 

리슬링은 기후뿐만 아니라 밭을 선택하는데 있어서도 까다로운 품종인데, 독일의 경우에 대부분의 리슬링은 특급 밭에 심어져 있습니다.
이는 각 지역별 밭에 따라서 다양한 미네랄의 특징을 보여주고, 이 또한 리슬링의 다양성에 일조를 하고 있죠.
더불어 리슬링의 산미는 드라이한 와인에서는 미네랄의 특징을 극대화 시켜주고 스위트한 와인에서는 잔당과 어우러져 최고의 청량감을 선물해 주죠.
더 나아가 독일의 리슬링은 대부분 차가운 지역에서 생산이 되기 때문에 알코올 도수가 비교적 낮아서 몸에 부담이 적습니다. 
요즘의 경향들을 보면 예전의 무거운 와인에서 점차 가벼운 와인으로 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리슬링은 일부러 만들어내지 않아도 그런 경향에 가장 적합한 품종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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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확하기 전의 잘 익은 리슬링 포도> 




리슬링의 또 다른 매력은 장기 숙성이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화이트는 빨리 마셔야 하고 레드는 오래 보관해도 된다는 말은 전 세계에 퍼져있는 편견중의 하나입니다.
수정하자면 화이트냐 레드냐를 떠나서 좋은 와인은 장기숙성이 가능하다는 말이 맞습니다. 그러한 전제로 리슬링은 화이트에서 장기숙성의 가능성을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품종이죠. 

잘 만든 리슬링 와인을 마신다는 것은 와인이 줄 수 있는 감각의 절대 경험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그 경험을 다양한 모습으로 보여주는 리슬링은 와인애호가라면 절대 놓치고 가서는 안 되는 와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THE SCENT
독일이 프랑스, 미국에 이어서 세계 3대 피노 누아 생산국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이 아직 많이 있습니다. 
내에 별로 수입되지 않아서 독일의 피노 누아를 경험해본 사람이 많지 않을 텐데 독일의 피노 누아의 특징은 무엇인지요? 앞으로의 전망이 어떨 것 같습니까?

황만수
그렇습니다. 현재 독일이 세계에서 3번째로 피노 누아를 많이 생산하고 있고, 이는 전 세계 생산량의 약 12%에 해당됩니다.
그럼에도 독일의 피노 누아는 아직은 좀 낯선 품종인데요. 먼저 독일에서는 피노 누아가 슈페트부르군더(Spätburgunder)라고 불린다는 점을 말씀 드려야겠습니다. 
부르고뉴 품종 중에서 늦게 익는 특징이 있어서 이러한 이름이 붙여졌는데요. 이 이름도 독일의 피노 누아가 어렵게 다가오는데 어느 정도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독일 피노 누아에 대해서는 역사적인 배경설명이 좀 필요합니다. 자료를 보면 17세기까지만 해도 독일에서 피노 누아가 제1품종이었다고 합니다. 
흥미로운 것은 리슬링이 독일의 대표 품종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피노 누아가 점차 사라지게 되었다는 것이죠. 
그리고 전후 대량생산이라는 물결 속에서 고급 피노 누아의 전통은 잊혀져 갔고, 1980년대에 몇몇 와인메이커들이 새롭게 시작을 하려고 했을 때는 그 전통이 단절되어 있어서 독학을 해야 했었죠. 

그들은 독일 포도밭에 적합한 클론을 찾아서 심기 시작했고, 오크통 숙성이라는 낯선 실험들을 해야만 했습니다.
생산방식에 있어서도 세세한 어려움들은 많았었다고 합니다. 
포도나무만 보더라도 새로 심고 나서 첫 수확을 하는데 2-3년의 시간이 걸리고, 이 나무가 가진 역량이 보여지기 위해서는 또 10년에서 20여 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독일 피노 누아가 90년대 후반 2000년대 초반부터 두각을 나타내게 된 것도 이런 맥락에서 볼 수 있습니다. 
포도나무가 필요했던 시간과 경험을 통해서 축적된 생산자들의 노하우가 지금의 위치까지 끌어 온 것이죠. 
이미 독일 내에서뿐만 아니라 유럽시장에서 독일 피노 누아의 이미지는 상당히 좋아졌지만 한국에까지 미치기에는 조금 시간이 걸리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독일 피노 누아의 모습을 한 마디로 표현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프랑스에서 많이 생산되지만 부르고뉴라는 지역에서 대부분 생산되는 반면에 독일은 대부분의 생산지에서 고루 만들어지고, 토질도 매우 다양합니다. 
석회암이 기반이 되는 밭들도 있지만 점판암이나 사암과 같은 밭의 비율도 높습니다. 기후조건도 달라서 바덴(Baden)과 같이 남쪽에서는 힘이 있고 진한 느낌이 주라면, 위쪽으로 올라갈수록 섬세함이 강조가 되죠.
독일 피노 누아의 가장 큰 변화는 80-90년대에 과도한 오크통 사용이나 힘을 강조하려는 생산방식이었다고 한다면, 지금은 피노의 생명은 섬세함과 우아함에 있다는 것을 이해하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그러한 특성을 독일이 가지고 있는 떼루아에 반영이 되면서 독일만의 피노 누아가 나오게 되죠. 
한국에 피노 누아 애호가들이 많이 있다고 들었는데, 이런 독일만의 특성들이 이해되기 시작한다면 많은 애호가들이 생기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THE SCENT
한국인으로서는 어쩌면 가장 오래 전부터 국제와인품평회의 심사위원으로 참가하고 계십니다. 처음으로 국제와인품평회에 심사위원으로 참가한 것이 언제입니까? 
그 동안 심사위원으로 참가했던 와인품평회를 소개해 주세요. 베를린와인트로피에 매번 심사위원으로 참가하고 계신데 이 품평회에 대한 설명 좀 해주세요.

황만수
와인심사를 시작한 것은 독일와인 국가 품질평가원 자격증을 딴 후부터입니다. 
독일의 경우 와인이 시장에 판매되기 위해서는 먼저 해당 관청의 품질평가를 통과해야 하는데, 매주 두 번 정도씩 심사가 있고 거기에 저도 정기적으로 참여를 합니다. 
국제적인 규모의 품평회인 베를린와인트로피에는 2010년에 참가를 시작했고, 비슷한 규모의 문두스 비니에서도 심사를 했습니다. 
올해는 처음으로 포르투갈와인트로피에도 참여를 했고요. 이외에도 모젤지역에서 있는 다양한 품평회에서 심사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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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우수와인생산자협회(VDP)의 그랑 크뤼(GG) 시음회에서> 




베를린와인트로피는 아시아와인트로피와 연계되어 개인적으로 매우 흥미 있는 품평회라고 생각합니다. 
베를린와인트로피만 봐도 30여 개 이상의 나라에서 출품이 되는 와인의 규모는 이미 세계 정상의 수준에 올라와 있고요.
출품된 와인들은 100%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해서 엄격한 심사가 됩니다.
개인적으로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점은 이 대회가 국제와인기구인 OIV의 규정에 따라서 출품된 와인 중에서 30%만이 메달을 받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로 인해 좋은 품질의 와인들이 아깝게 메달을 못 받는 경우가 있지만 메달에 대한 신뢰도는 매우 높습니다. 
또 메달을 획득한 와인들은 따로 검사를 받아서 추후에도 철저하게 품질관리를 받는다는 점도 믿음을 주는 요소이고요. 
베를린와인트로피에 가장 큰 찬사는 어디에선가 이 대회의 메달이 붙은 와인을 본다면 믿고서 기꺼이 구매하겠다라는 것 아닐까요? 저라면 믿고 구매를 할 것 같습니다. 

THE SCENT
모젤 와인 퀸 선발대회에도 심사위원으로 참가하고 계십니다. 아주 재미있을 것 같은데 와인 퀸을 선발할 때 중요하게 여기는 관점이 무엇입니까? 단순히 미모가 아닐 것 같은데요.

황만수
모젤 와인 퀸 선발대회에 나오는 후보들은 먼저 지역별 와인 퀸을 했던 사람들입니다. 이 후보들은 대부분 대학에서 양조학을 전공하거나 현장에서 와인 관련된 일을 하고 있죠. 
이들은 먼저 테이스팅, 양조학, 마케팅, 그리고 생산지로서 모젤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구두시험을 보게 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선발대회에서 500여명의 대중들 앞에서 다시 한번 테이스팅과 인터뷰를 합니다. 이를 위해서 후보로 선발된 사람은 몇 달 전부터 트레이닝을 받고요.

심사를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후보들이 질문에 올바른 대답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중들 앞에서 얼마나 자신감을 가지고 서 있느냐는 점입니다. 
왜냐하면 와인 퀸으로 선발되면 일년 동안 수백 개의 행사에 참여해야 하기 때문이죠. 대부분 어린 후보들이고 배워가는 과정에 있기 때문에 지식은 얼마든지 보충해 나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중 앞에서 너무 소극적이 된다면 아는 것도 전달하지 못할 수 있겠죠. 그런 점은 일년 후에 이들을 다시 만나보면 그들이 얼마나 많은 발전을 했는가를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이 그 후로도 대부분 현장에서 활동을 하고 있다는 점은 생산지역을 위해서도 더더욱 고무적인 일이고요. 

THE SCENT
모젤와인협회의 아돌프 슈미트 명예회장과는 아주 특별한 관계입니다. 마치 부자(父子) 같아요. 그런가요?

황만수
슈미트 회장님과 저를 아시는 분들은 마치 부자 같다는 말씀을 많이 하십니다. 독일에서는 저와 저의 가족들에게는 유일하게 모든 것을 말하고 의지할 수 있는 분이죠.
하지만 슈미트 회장님은 그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처음 뵈었을 때 제가 독일에서 와인사업으로 정착을 하려는 단계에서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그때 슈미트 회장님께서 관청에도 몇 번이나 같이 가 주시고 정말 많이 도와주셨어요. 그 도움이 없었더라면 저는 지금 여기에 있지 못했을 겁니다. 
그 이후로 한국과도 인연이 많으신 분이어서 저도 조금씩 도움을 드리면서 같이 시간을 보내게 되는 일이 많아졌죠.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일이 어느 날 갑자기 저에게 이제 우리 서로 이름을 부르자고 하면서 악수를 청하시더군요. 
독일에서는 나이와 상관없이 친구가 되자는 의미의 제스처입니다. 저에게 너무 고마운 일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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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년 7월 베를린와인트로피에서 아돌프 슈미트 명예회장과 함께> 




슈미트 회장님이 제게 끼친 영향은 끝이 없습니다. 
모젤와인협회장을 30년 넘게 하셨고, 독일와인생산협회 부회장으로도 오랫동안 활동을 하셨는데, 이 시기가 독일와인에서 가장 역동적인 변화의 시기였습니다. 
그렇게 들은 그 시기의 이야기는 제가 독일와인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죠. 
또 양조인으로서의 지식이나 현장에서의 경험들은, 그리고 무엇보다도 슈미트 회장님이 삶에서 놓치지 않고 가고 있는 와인의 품질에 대한 철학은 대체할 수 없는 가치들이죠. 
살면서 좋은 사람을 많이 만나지만 그것을 넘어서서 큰 인물을 만난다는 것은 행운입니다. 그리고 저는 그 행운을 누리고 있는 사람이고요. 

THE SCENT
현재 와인 에이전트로 활동하시고 조만간 올빈 와인 비즈니스를 시작하신다고 들었습니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올빈 와인은 얼마나 되며 가장 오래된 것의 빈티지는요? 앞으로 올빈 와인 비즈니스를 어떻게 전개하고 싶으신지요?

황만수
요즘 가지고 있는 올빈을 정리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정확한 수는 아직 모릅니다. 10년 이상 숙성된 와인을 올빈으로 분류하자면 3-4천 병 정도 되지 않을까 합니다. 
그 중에서 가장 기억될 만한 빈티지는 20세기 전설의 빈티지인 1937, 1959, 1976등입니다. 특히 1970년대에 제가 가장 좋아하는 빈티지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제가 보유하고 있는 와인들은 대부분이 독일의 와인이고, 특히 생산지로는 장기 숙성의 상징인 모젤과 라인가우 지역의 와인들이고 90% 이상이 리슬링 와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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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빈 와인> 




올빈 와인을 처음 접하게 된 것은 오래되었지만 본격적으로 모으게 된 계기가 있습니다. 그때가 제가 세미나나 시음행사를 많이 했을 때입니다. 
화이트 품종인 리슬링 와인이 장기 숙성이 가능하다는 것을 계속 설명하지만 경험이 없는 분들에게는 너무나 막연한 이야기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잘 숙성된 리슬링 와인을 마신다는 것은 정말 경외감을 주는 경험인데, 그걸 보여줄 수 없다는 것이 아쉬웠고, 그래서 그 이후로 주변의 올빈 와인들을 더 눈 여겨 보기 시작했죠. 
작년에 대전에서 열린 아시아와인바이어스컨퍼런스에서 올빈 와인을 세미나로 선택한 것도 그런 맥락의 일환이었습니다.

모든 와인이 장기숙성을 시킬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대부분의 와인은 1년에서 5년 사이에 마시는 것이 좋고, 장기숙성을 이야기할 수 있는 와인은 전체의 5%도 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게 잘 만들어진 와인도 오랫동안 올바른 보관과정을 지나야만 올빈 와인으로 세상의 빛을 보게 되고요. 
그런 과정을 통해서 만나게 되는 잘 숙성된 와인을 마시는 것은 단순한 시음이 아니라 경외감을 가지게 하는 색다른 경험입니다. 
그것은 칸트가 미학에서 아름다움을 넘어서는 숭고함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들고요. 
앞으로 올빈 와인이 정리가 되면 많은 애호가들에게도 특별한 와인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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