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철의 와인 과학

2021.04.26 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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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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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과학의 발전

옛날 와인은 오늘날의 와인과는 달리우연한 발효의 결과물로서 양조과정에서 실패할 위험성이 아주 높았을 것이다이런 상태로 수천 년 동안 와인을 만들면서 당시의 와인메이커는 아무런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기술의 전수를 통해 배우고수많은 경험을 바탕으로 양조를 하다가세밀한 관찰력에 운이 좋으면 샴페인과 같은 별난 와인을 만들 수 있는 정도였다그러다가 상품으로서 와인이 시장에 나오게 되고이에 소비자를 만족시키는 품질과 가격을 가진 와인을 경쟁적으로 만들면서 서서히 와인 과학에 눈을 뜨기 시작한다.


양조의 원리가 과학적으로 밝혀진 것은 18세기에 이르러 사람들이 어렴풋이 당분이 변하여 알코올과 탄산가스가 된다는 사실을 알면서부터 시작되었다이윽고 1860년대 파스퇴르가 “미생물에 의해서 발효와 부패가 일어난다.”는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이론을 주장하여 와인제조에 새로운 장을 열게 되었다. 19세기 말에는 효모(Yeast)가 생성하는 효소(Enzyme)에 의해서 발효가 일어난다는 사실이 밝혀지고마침내 20세기 중반에 알코올발효의 과정이 화학적효소 차원에서 완전히 해명된다이러한 과학적인 발견으로 와인산업은 순수효모의 배양살균그리고 숙성에 이르는 제조방법을 개선하게 되었고산업혁명 이후 발달된 기계공업을 도입하여 비교적 싼값으로 와인을 대량생산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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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적용은 1960년대부터

이렇게 와인양조의 과학적인 바탕은 일찍이 마련되었지만이를 와인양조에 보편적으로 적용한 것은 1960년대부터라고 할 수 있다. 20세기 초반의 유럽은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정신이 없었고, 2차 대전이 끝난 1950년대는 복구하기 바빴고비교적 여유를 갖게 된 1960년대부터 산업적인 와인양조에 과학적인 방법이 적용되기 시작한다파스퇴르가 원리를 발견한지 백 년이 지난 다음부터다이때부터 새로운 타입의 착즙기가 등장하고발효 탱크는 스테인리스스틸 밀폐형 탱크로 대체된다그리고 발효온도를 제어하고 완성된 와인의 저온 보관 등에 의한 와인의 안정화에 큰 역할을 하게 된다과학적인 원리를 적용하는 데 보수적이었던 보르도의 1등급 와인이나 부르고뉴의 그랑 크뤼 와인이 1960년대에 가격이나 품질의 혼란을 겪은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리고 와인양조에 대한 학문적인 연구 역시 1960년대부터 보르도대학의 ‘에밀 페이노(Émile Peynaud)’ 교수와 캘리포니아 대학의 ‘메이너드 애머린(Maynard Amerine)’ 교수 등을 비롯한 뛰어난 학자들의 노력으로 양 대륙에서 완성된다이때부터 와인을 생산하는 나라의 대학에서 와인양조학(Enology)과를 신설하며 전문 인력을 배출하기 시작했고와인을 과학적으로 연구하여 바로 현장에 적용시키면서 뛰어난 와인들이 생산되었다이제는 과학적인 지식을 모른 채 전통만 고집하면서 와인을 만들 수는 없다현대의 와인은 이러한 전통과 과학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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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양조학(Enology)

와인양조학을 영어로 Enology, 유럽에서는 Oenology라고 하는데이 말은 와인이란 뜻의 그리스어 Oinos에서 유래된 말이다프랑스는 Oenologie이탈리아는 Enologia라고 한다보편적으로 ‘와인양조학(Enology)’이라고 하면 포도를 으깨고 와인을 담그는 방법이라고 생각하지만와인양조학은 포도재배(Grapevine growth), 와인 양조(Wine production), 그리고 관능검사(Sensory evaluation) 이렇게 세 가지 분야로 나눌 수 있다이 세 분야는 학문적으로 별도의 지식이 요구되는 것같이 보이지만완성된 와인에서는 자연스럽게 이어져 하나의 학문으로 통합된다.


와인의 품질을 이해하려면 포도가 와인으로 변하는 미생물학적인 이해와 포도이스트박테리아 등에 대한 생리학과 유전학적인 지식이 필요하다여기에 포도의 질을 결정짓는 포도밭을 표현하는 기후학과 토양학이 필요하다그리고 이 와인을 마시는 사람의 심리학과 생리학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와인의 품질을 평가할 수 있다즉 와인의 맛과 향을 평가하려면포도가 어떻게 자라면서 환경과 반응하는지또 양조의 생물학적화학적인 역할에 대한 상당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그러므로 와인의 과학적인 지식은 와인 메이커뿐만 아니라 와인 애호가에게도 필수적인 지식이 된다이 분야는 우리나라 와인 전문가들이 가장 잘 알고 있어야 할 분야지만현재 가장 큰 취약점으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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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부작용

이렇게 과학 덕분에 좋은 와인을 만들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요즈음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강한 반과학적 감정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1970년대 이전에는 과학자들이 존경을 받았지만오늘날에는 오히려 불신을 더 많이 받기도 한다그리고 원시적인 방법유기농이나 생물기능농법(Biodynamic viticulture) 등으로 생산한 와인을 우러러 보는 현상도 두드러진다이는 과학의 부작용이 너무 강조된 탓도 있고많은 사람들이 와인에 ‘영혼’이 있다고 말하듯이 와인에 정신적 요소가 부과된다는 강한 관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아직은 과학과 생물기능농법 등의 관계는 확실하게 규명되지 않고 있지만과학은 와인에게 많은 것을 제공한다과학은 삶의 질을 높이고 인생을 즐겁게 만드는 와인에 대해 사람들로 하여금 관심을 갖게 만들고산업적으로 우수한 와인을 생산하는 기술적인 완벽함을 갖추게 만든다.

 

현대의 와인

그러므로 현대인이라면 와인은 반드시 과학으로 풀어야 한다과학적으로 설명이 안 되는 이론은 와인을 공부하는 사람에게 혼란만 더해준다와인은 포도 재배부터 시작하여 발효숙성을 거쳐서 완성되는 과학의 산물이다그리고 그 맛이나 향도 제조과정이나 저장과정에서 어떤 조건의 영향을 받아서 그렇게 된 것이다자동차의 구조를 잘 알아야 자동차 운전을 마음 놓고 할 수 있듯이와인도 이 분야의 지식이 없으면 뭔가 하나를 빠뜨린 것과 같이 항상 불안하기 마련이다와이너리 투어라는 것도 포도밭의 환경재배방법양조기술을 설명해 주고최종적으로 자기들이 만든 와인을 테이스팅하는 코스로 이루어져 있다이들의 이야기를 잘 이해하려면 포도재배와 양조에 대한 지식이 있어야 하며시음한 와인의 평가는 올바른 테이스팅 능력을 갖춰야 가능하다.

 

WRITTEN BY 김준철 (Jun Cheol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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