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깝고도 이제는 가까운 술, 사케(Sake)-2편

2021.05.03 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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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깝고도 이제는 가까운 술, 사케(Sake)-2편

이번 시간에는 지난 시간에 이어서 사케의 양조 과정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사케의 양조는 총 4일에 걸쳐 3단 제조로 이루어 집니다. 
사케는 와인과 달리 재료 자체가 가진 향이 없기 때문에 양조 과정을 통해 술의 풍미가 결정되는 부분이 매우 큽니다. 
크게 정미→건조→세미→침지→증미)→누룩제조→슈보만들기→모로미 제조→양조 알코올 첨가→거르기→오리비키→1차 여과→1차 열처리→저장→블랜딩→와리미즈→병입 과정을
통해 양조되는데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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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정미, 건조, 세미
정미는 양조를 위해 수확한 쌀을 깎아내는 과정을 말합니다. 쌀에 표면에 포함된 단백질과 지방질, 회분 등을 제거하는 과정입니다. 단백질과 지방질은 발효를 돕는 역할을 하지만 이것이 과하면 발효 속도를 제어할 수 없기 때문에 이를 깎아내어 발효속도를 컨트롤하고 또한 이렇게 깎아낸 쌀은 술이 만들어졌을 때 좀 더 깨끗하고 깔끔한 주질이 됩니다. 보통 사케의 레이블에 표시되는 것은 깎아내고 남은 비율을 뜻하는 정미율인데 예를 들어 사케 레이블에 정미보합 60%라고 표시됐다면 40%의 쌀을 깎아냈다는 의미입니다. 반대로 깎아낸 비율은 정백률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깎아낸 쌀은 열을 식히고 쌀 내부의 수분량을 균일화 시키기 위해 건조 과정을 거친 후 쌀을 씻는 세미 과정으로 이어집니다. 세미 과정을 통해서도 약간의 정미효과를 거둘 수 있는데 정미 기계가 없었던 과거의 사케는 모두 세미 과정을 통해서 쌀을 깎아낸 효과를 얻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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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미를 통한 쌀을 변화/




2. 침지, 증미 
세미를 거친 쌀은 침지라고 하는 쌀에 물을 먹이는 과정을 거칩니다. 세미는 초 단위로 이루어 질 만큼 매우 섬세함이 요구되는 작업입니다. 특히 많이 깎아낸 쌀일수록 더욱 조심해야 하며 낮은 온도의 물로 침지하는 것이 수분 흡수속도가 늦기 때문에 보다 세밀한 조정이 가능합니다. 침지를 마친 쌀은 쌀을 찌는 증미 과정에 들어갑니다. 증미는 쌀의 전분질을 호화하는 과정으로 호화를 통해 누룩곰팡이가 좀 더 쌀에 잘 들러붙는 효과를 주게 됩니다. 이때 누룩용 쌀인 코지마이와 모로미용 쌀인 카케마이를 구분하며 보통 코지마이는 지난 시간 설명한 주조호적미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고 카케마이는 일반 쌀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모든 것을 주조호적미를 이용한다면 가장 좋겠지만 가격이 비싼 주조호적미의 특성상 양조에 있어서 좀 더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코지마이에 투자하는 경우가 많은 것입니다. 저가 사케의 경우 코지마이와 카케마이를 모두 일반 쌀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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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미 과정/




3. 누룩제조
증미를 마친 쌀로 당화에 필요한 누룩을 만듭니다. 누룩은 보통 2일에 걸쳐서 만들어집니다. 누룩은 다시 2가지 형태로 구분하는데 소우하제와 츠키하제가 그것입니다. 소우하제는 곰팡이가 깊숙한 곳까지 파고드는 누룩의 형태로 밑술(슈보) 만들기 단계에서 주로 사용하고 이를 이용해 만들어진 사케는 주질이 농후하고 당화력이 강합니다. 반면 츠키하제 타입 누룩은 곰팡이가 얕고 넓게 퍼지는 타입으로 이를 통해 만들어진 사케는 가볍고 경쾌한 느낌의 사케가 되며 긴조슈 계열의 사케 양조에 많이 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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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룩 만들기/




4. 밑술(슈보) 만들기
증미한 쌀과 물 그리고 누룩을 넣어서 밑술을 만듭니다. 술을 어머니라고 하여 주모라고 불리기도 하는 밑술은 다시 키모토케이슈보와 소쿠죠케이슈보로 나뉩니다. 슈보의 타입을 나누는 기준은 발효에 필요한 유산을 어떻게 얻느냐의 차이인데 유산은 발효를 하는 효모를 잡균으로부터 보호하는 역할을 합니다. 키모토케이슈보는 유산을 자연발생적으로 얻는 방법으로 시간이 오래걸리고 주질의 일관성을 얻기 힘들지만 농후한 주질을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키모토케이슈보는 다시 키모토와 야마하이로 나눌 수가 있는데 야마하이는 키모토케이슈보를 얻기 위해 긴 막대기로 슈보의 쌀을 짓이기는 야마오로시라는 과정이 생략된 형태이고 키모토는 야마오로시를 행하는 아주 전통적인 방법입니다. 반면 소쿠죠케이슈보는 양조에 필요한 유산을 인공적으로 주입해서 만드는 슈보로서 시간이 짧게 걸리고 비용이 싸며 일관된 주질의 경쾌하고 깔끔한 술을 얻을 수 있습니다. 요즘 사용되는 방법은 90%가 소큐죠케이슈보 형태이고 나미저 10%를 키모토케이슈보 형태가 차지하는데 그 중의 10%만이 키모토 형태를 사용합니다.



5. 모로미 제조
만들어진 밑술을 바탕으로 모로미를 제조합니다. 앞서 설명한 대로 사케는 4일에 걸쳐 3단제조를 하는데 자세히 살펴보면 1일차는 하츠조에라고 하며 전체양의 6%~8%의 슈보에 쌀, 누룩, 물 20% 가량 채웁니다. 2일차는 오도리라고 하여 안전한 발효를 위해 휴식일을 줍니다. 3일차는 나카조에라고 하며 전체양의 30% 정도에 해당하는 쌀, 누룩, 물을 넣습니다. 마지막으로 4일차는 나머지 약 45%의 양의 쌀, 누룩, 물을 넣는데 이 과정을 토메조에라고 합니다. 이렇게 3단 제조를 하는 이유는 밑술 만들기를 통해 만든 유산의 중화를 막아서 잡균번식을 막고 안전발효를 위해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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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미 만들기/




6. 양조 알코올 첨가
발효를 마친 모로미는 생산자가 원하는 경우 또는 사케의 형태에 따라 양조 알코올을 첨가할 수 있는데 양조 알코올을 첨가하는 이유는 첫 째 향미의 조절, 둘 째 비용의 절감, 셋 째 방부효과로 나눌 수 있습니다. 고급 사케의 경우 알코올 첨가는 향미의 조절 목적이 가장 크며 저가의 사케의 경우는 쌀을 적게 쓰기 위해 양조 알코올을 많이 넣는 비용조절이 주 목적입니다. 방부 효과를 위한 것은 하시라조츄라고 하며 술의 산화를 막는 역할을 합니다.



7. 거르기
사케가 되려면 법적으로 거르는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합니다. 일본어로는 죠소우라고 하는 과정인데 거르는 방법이 몇 가지가 있습니다. 먼저 가장 고전적인 방법으로 나무틀에 술 주머니를 넣고 사람의 힘으로 눌러 짜는 후네를 이용한 거르기가 있습니다. 다음으로 후쿠로츠리라고 하는 술 주머니를 매달아 중력에 의해 자연스럽게 나오도록 하는 방법이 있는데 와인의 프리런 주스와 같은 의미라고 생각하시면 이해가 빠를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사케는 술의 품질이 우수하지만 가격이 높습니다. 그리고 요즘 대부분 사용하는 자동압착 방식이 있는데 이 압착기를 만든 회사의 이름을 따서 야브타 방식이라고 부릅니다. 만약 거르는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한국의 막걸리와 유사한 도부로쿠라는 술이되고 거칠게 걸러서 뿌연 술을 만들면 니고리자케라고 불립니다. 도부로쿠는 거르지 않았으니 사케가 아니지만 니고리자케는 거칠게라도 걸렀으니 사케로 분류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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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고리 자케/





8. 오리비키
걸러진 사케라지만 아직도 미세한 앙금이 사케에 남아있게 됩니다. 이것을 오리라고 하는데 이 것을 제거하는 과정을 오리비키라고 합니다. 만약 오리를 제거하지 않을 경우엔 오리자케라는 사케가 되는데 와인의 쉬르 리와 비슷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시면 이해가 쉽습니다.



9. 1차 여과, 1차 열처리
여과는 여과기와 활성탄소(숯)을 이용해서 이루어지는데 여과를 하는 목적은 크게 2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 째 좀 더 맑은 색으로 탈색, 둘 째 악취 제거가 그것인데 여과를 하지 않은 사케는 칸젠 무로카(완전 무여과) 사케가 되고 여과기만 사용하면 스로카(소여과) 사케가 됩니다. 숯을 과도하게 사용하면 술의 풍미가 없어지고 숯 냄새가 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주의해서 여과해야 합니다. 열처리는 아직 사케에 남아있는 당화효소의 활동을 멈추고 히오치균이라고 하는 사케에 악영향을 미치는 균을 없애기 위해서 행하는데 열처리를 하지 않은 사케는 나마자케라고 불립니다.



10. 저장, 블랜딩, 와리미즈
이런 과정을 거친 사케는 안정화를 위해 저장하며 주질을 체크하는데 와인의 배럴 테이스팅 처럼 이루어지는 이 과정을 노미키리라고 합니다. 그 후 주질의 일관화를 위해 각 술통의 술을 블랜딩 합니다. 그리고 원하는 알코올 도수로 만들기 위해 물을 타는데 이를 와리미즈라고 합니다.



11. 2차 여과, 2차 열처리, 병입
마지막으로 2차 여과와 2차 열처리가 이루어 집니다. 열처리를 전혀 하지 않으면 나마자케가 되고 1차 열처리만 하면 나마즈메슈, 2차 열처리면 하면 나마쵸죠슈라 불립니다. 굉장히 복잡해 보이는 사케의 양조지만 와인과 사케는 사실 닮은 점이 많습니다. 다음에는 맛과 향에 따른 사케의 분류와 특정 명칭주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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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오형우(Dean O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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