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영의 보르도 샤토 방문기 ‘열여덟 번째 – 샤토 지스쿠르 (Château Giscours)’

2021.04.25 최고관리자
프랑스 0 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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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영의 보르도 샤토 방문기

열여덟 번째 – 샤토 지스쿠르(Château Giscours)’


"말 한마디로 천냥 빛을 갚는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천냥 빛은 요즘 돈으로 환산하면 4,000만 원정도가 된다고 한다그러면 이런 말은 들어본 적이 있는가? "말 한마디로 샤토 투어를 공짜로 한다." 얼마 전에 샤토 지스쿠르를 방문했을 때 벌어진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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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1시 반에 샤토 투어를 예약해 놓아서 시간이 약간은 애매했다. 

일반적으로 메독 지역 샤토는 오전 11시 이후로는 예약을 잘 받지 않는다

이유는 한 시간 정도 투어를 하면 점심시간이기 때문이다

가능하면 12시 이전에 오전 방문을 끝내기 위해서는 11시까지가 가장 늦은 투어 시작시간이다

그런데 샤토 지스쿠르는 11 30분에 방문 에약이 잡혔다.

 

그랑 크뤼 3등급에 속해있는 샤토 지스쿠르(Château Giscours)에 도착한 시간은 11 15분쯤 됐다

나 말고 다른 외국인 노부부가 투어를 기다리고 있는 듯 보였다. (하긴 프랑스에서는 나도 외국인이구나!). 아마도 그 노부부가 오늘 나하고 같이 와이너리 투어를 할 모양이었다

11 30분이 되자 젊은 남자 직원이 나와서 예약 확인을 하는 것이다샤토 직원은 우리에게 처음 만난 썰렁한 분위기를 "어디에서들 오셨어요?", "마고 지역은 처음이세요?"라는 간단한 질문을 통해 훈훈한 분위기를 이끌었다


노부부는 하와이에서 왔다고 하고나는 “Korea에서 왔는데요!”라고 했더니샤토 직원은 “North? or South?”라고 묻는 것이었다하와이에서 온 부부들은 "Oh. No~~"하면서북한 사람들은 외국여행을 못한다고 자신 있게 말하는 것이다그리고는 나에게 혹시 MBC를 아느냐고 묻는 것이었다나는 당연히 MBC를 알죠한국 4대 방송국의 하나인데요!”라고 했더니본인들이 4일전에 영국 런던을 구경 차 갔는데길에서 MBC 기자들이 자기들에게 오더니 인터뷰 요청을 했다는 것이다.

 

우연치고는 재미있는 우연이다노부부가 인터뷰한 부분이 방송이 됐는지 안됐는지는 내가 확인할 수가 없고…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노부부와이너리 직원 그리고 나이 네 사람간의 서먹서먹한 분위기는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화학변화 되듯이 바뀌었다.

 

샤토 직원은 보통의 투어처럼 샤토 지스쿠르의 역사부터 천천히 설명하기 시작했다샤토 건물의 건축 양식샤토 내 전경건물의 쓰임새규모생산량 등에 관한 사항들을 졸지 않고 열심히 교육 받은대로 설명을 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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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토 정원에서는 폴로(Polo) 게임도 할 수 있을 정도 크기의 잔디밭이 있다그리고 샤토 지스쿠르는 마고 지역 와이너리에서는 규모가 제일 큰 400ha나 된다고 하니평수로 치면 120만평이 더 된다하지만 포도나무가 심어져 있는 포도밭의 면적은 80ha 정도로 1년에 200,000병 생산하는 규모이다. 200,000병은 샤토 지스쿠르의 1등급과 2등급을 합친 총 생산량이다내가 농담 한마디를 던졌다. "당신네 와이너리가 사람들을 알코올 중독으로 만드는구나!" 이 한마디 농담에 샤토 투어는 형식적인 분위기에서 더욱 편한 분위기로 바뀌었다.

 

투어가 진행되는 동안 하와이에서 온 노부부는 직원에게 여러 가지 질문을 했다그럴 때마다 직원은 내가 알고 있는 와인 상식과는 맞지 않는 대답을 하거나 또는 "그건 잘 모르겠네요."라고 답하는 횟수가 많아졌다방문객의 질문에 샤토 직원이 대답을 잘못하면 방문객은 그 직원의 설명을 듣지 않거나분위기가 굳어져 버린다샤토 직원도 질문에 대답을 못해서 긴장을 하고 있는 듯 보였다그래서 내가 직원이 무안해 하지 않게 "나도 잘은 모르지만아마도 ~~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그것은 ~~을 하기 위해서 일 것 같은데요."라고 하면서 최대한 직원을 배려하면서 할아버지가 한 질문에 대답을 해주었다

이 부분은 아주 조심스러운 문제다샤토 직원이 기분 나쁘지 않게 또는 잘난 척 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게 적절히 대응해주는 게 중요하다왜냐하면 방문객 앞에서 직원을 무시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여하튼 노부부의 질문에 나는 많은 부분을 직원에게 힌트를 주었다노부부가 알고 싶었던 부분은 샤토에서 일을 하면 충분히 설명 할 수 있는 사항들이었다하지만 젊은 샤토 직원은 아마도 스타쥬(견습)을 나온 듯 했다.

 

노부부의 질문을 몇 가지 이야기해보자.

와인 한 병에는 몇 송이의 포도가 들어가나요?”, “오크통 하나에서 몇 병 정도의 와인이 나오나요?”, “포도나무 한 그루에 몇 송이나 달리나요?” 등등의 주로 숫자와 관련된 질문이었다

그리고 한가지 꽤나 와인 업계에서는 충격적이었던 샤토 지스쿠르 와인 조작 사건에 대해서 물었다.

 

첫 번째로 와인 한 병에 들어가는 포도 송이에 관한 대답이다일반적으로 와인 한 병의 크기는 750ml이다레드 포도 1톤을 수확해서 얻는 포도즙의 량은 700~750kg 정도다화이트 포도일 경우에는 640kg 정도를 얻을 수 있다이 계산대로라면 평균 포도 1.2kg 정도로 와인 한 병을 만들 수 있다고 보면 별 무리가 없다.

 

두 번째로 전통적으로 보르도에서 사용하는 오크통의 크기는 225리터이다

그리고 와인 한 병은 750ml. 그러니까 숫자상만의 계산이라면 오크통 하나에서 300병의 와인이 나온다.

 

세 번째 질문에 대해 말하자면 평균적으로 포도나무 한 그루에서 포도 20송이에서 24송이 정도 열린다.

 

마지막으로 샤토 지스쿠르 와인 조작 사건에 관해서는 맨 뒤에 다시 부연 설명을 하도록 하자.

 

나는 최대한 수위조절을 하면서 직원을 도와주었고 투어는 끝이 나고 우리는 와인 테이스팅 룸으로 향했다샤토 지스쿠르에는 몇 해 전부터 와인 업계에 유행하는 커피 자판기같은 기계가 있다와인 글라스를 기계에 갖다 대고 테이스팅 하고 싶은 와인의 버튼을 누르면 길쭉하게 나온 출구로부터 와인이 나오는 것이었다그렇다고 마음대로 빼 마시는 것은 아니고본인이 원하는 2~3 종류의 와인을 골라 테이스팅 할 수가 있다.

 

와인 테이스팅까지 다 끝이나고 투어 비용을 지불하려고 다들 주머니에서 지갑을 빼고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내 차례가 되어 투어 비용을 지불하려고 하니다른 사람들이 못 듣게 조그만 목소리로 "안 내셔도 괜찮습니다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거듭 하면서 비용을 받지 않는 것이다

그렇게 대단한 것도 아니었는데 왠지 나를 치켜세워주니 기분은 좋았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 갚는다는 말이 맞기는 한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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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샤토 지스쿠르 와인 조작 사건에 대해서 나의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을 적어보자

와인 조작 사건의 뇌관은 1995년의 샤토 지스쿠르 1등급 와인이 아니고, 2등급 와인인 ‘La Sirene de Giscours’ 1995년 빈티지가 문제가 됐던 것이다. 1995년은 샤토 지스쿠르로서는 많은 변화가 있던 해이다샤토의 주인이 Nicolas Tari으로부터 Eric Albada Jelgersma라는 네덜란드 사람에게 팔렸다

동물의 세계처럼 새로운 사자가 왕이되면그 전 왕 사자의 새끼들은 죽음을 면치 못한다

따라서 Nicolas Tari 밑에서 와인 제조를 책임지던 직원 두 명이 샤토를 떠나게 됐고그 자리를 에릭의 오른팔 새로운 양조 책임자인 알렉산더가 이어받게 되었다하지만 이런 과정에서 전에 일했던 두 명의 양조 책임자들이 앙심을 품고 샤토 지스쿠르의 양조에 문제가 있다고 고발을 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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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정민영 (Min Young 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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