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자스의 리크위르와 랠프 스테드먼의 와인기행

2021.05.01 최고관리자
프랑스 0 108



da3504f27917903de9df9c40065f956f_1626053943_2297.jpg

 
알자스의 리크위르와 랠프 스테드먼의 와인기행


와인 애호가들은 1936년 영국에서 태어난 삽화가 랠프 스테드먼(Ralph Steadman)을 많이 부러워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처럼 여러 와인산지를 다녀본 사람도 많지 않고, 자신의 와인산지 투어를 멋지게 그림과 글로 남겨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와인품평회에서 입상한 와인의 리스트를 삽화로 그린 것이 계기가 되어 와인 바이어들과 함께 캘리포니아, 프랑스, 호주, 포르투갈, 독일, 이탈리아 등 중요한 와인 생산국들을 다니면서 그가 본 포도밭과 와인메이커들의 삽화를 그렸다. 이를 책으로 출판한 것이 1996년의 <랠프의 포도, The Grapes of Ralph: Wine according to Ralph Steadman>이다. 이 책은 글렌피딕 식음료 상을 수상하였다. 그 후 스테드먼은 영국의 와인상인 오드빈社의 후원으로 다시 전 세계 각지의 와인 산지를 여행하고 삽화와 글을 모아 2005년에 <Untrodden Grapes>를 출판하였다. 푸드와 와인 칼럼니스트인 고형욱이 이 책을 <랠프 스테드먼의 세계 와인 기행>이라는 제목으로 국내에서 번역하여 소개하였다. 이 두 책을 읽어 보면 스테드먼의 와인에 대한 지식이 상당하고 와인메이커를 그린 삽화가 아주 독특함을 알 수 있다. 또한 포도밭들은 대체로 중세의 분위기로 묘사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da3504f27917903de9df9c40065f956f_1626053923_5505.jpg

 


스테드먼은 자신이 와인을 주제로 그린 삽화를 한정 수량 ‘와인 프린트’라는 이름으로 판매하기도 한다. 와인 병을 그린 <Chateau Chateau White 1984>, <Chateau Chateau Red 1976>과 포도품종을 주제로 그린 <Vintage Syrah>, <Syrah Sirrah>, <Vintage Cardinal Zin>이 이러한 것들이다.


da3504f27917903de9df9c40065f956f_1626053956_2022.jpg

/렐프 스테드먼의 삽화 ‘Syrah Sirrah’/

 


나는 아쉽게도 스테드먼을 만나본 적이 없다. 하지만 5년 전에 독일의 와인산지 라인가우에 있는 와인회사 Veritable Wines를 방문했을 때 이 회사의 복도 벽에 걸린 ‘와인 프린프’ <Syrah Sirrah>를 발견하고는 이것이 이미 알고 있던 스테드먼의 작품이라는 것을 알고 반가워했다. 6년 전 처음으로 프랑스 알자스 지방에 있는 아름다운 마을 리크위르(Riquewihr)에 갔을 때 이곳에 있는 유명한 와이너리 휘겔 에 피스(Hugel et Fils)를 방문했었다. 이 와이너리의 시음장에서 스테드먼이 이 와이너리의 건물이 있는 거리의 모습을 그린 그림, 리크위르의 포도밭을 그린 그림과 휘겔 에 피스 이름이 새겨진 코르크 오프너를 모자의 창으로 그린 <Alsace Man>의 복사본을 발견하고는 무척이나 기뻐했었다. 시음을 안내한 사람에게 혹시 <Alsace Man>의 복사본을 구입할 수 있느냐고 물어보았더니 세 개밖에 남지 않았다고 말하며 그 중 하나를 내게 선물해 주었다. 휘겔 에 피스 와이너리의 시음장에는 아무 때나 사전 예약 없이 들어 갈 수 있고 시음도 무료이다. 비교적 높은 가격의 그랑 크뤼급 와인도 시음할 수 있고 시음할 수 있는 와인의 리스트도 아주 다양하다.


da3504f27917903de9df9c40065f956f_1626053974_5208.jpg

/휘겔 에 피스 와이너리의 시음장에서 스테드먼의 그림 <Alsace Man> 복사본을 선물 받고 나서 이 건물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2010년)/

 


나는 그 후 리크위르에 네 번을 더 가게 되었는데 2012년 11월에는 와인 잔 그림으로 유명한 유용상 화가와 같이 갔었다. 휘겔 에 피스 와이너리의 시음장에서 유용상 화가가 자신의 그림을 소개하자 이곳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이 대단한 작품이라고 놀라며 보통 일반인에게 공개하지 않는 와인 셀라를 구경시켜 주었다. 와인 셀라는 두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하나는 전 세계의 고급와인을 모아놓은 곳이고, 다른 하나는 이 와이너리에서 생산하는 와인을 숙성시키고 있는 곳이다. 후자의 셀라에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오크통이 전시되어 있다. 기네스북에 1715년의 오크통이라고 등재되어 있다.


da3504f27917903de9df9c40065f956f_1626053997_5493.jpg

/2012년 11월에 시음한 와인과 <Alsace Man>의 복사본/ 


da3504f27917903de9df9c40065f956f_1626054012_4273.jpg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오크통. 앞부분에 기네스북의 인증서를 세워 놓았다./

 


리크위르는 알자스 와인협회가 있는 콜마(Colmar)에서 약 10km 정도 떨어져 있는 곳에 있다. 콜마에서 리크위르로 가는 자동차 도로의 좌우로 넓은 포도밭이 파노라마처럼 전개되어 있다. 스테드먼이 리크위르를 방문했을 때 이 아름다운 포도밭 전경을 그림으로 그린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리크위르에서 구시가의 중심을 가르는 경사진 도로를 걸으면 좌우로 아름다운 집들과 아기자기한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어서 마치 동화 속에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된다. 리크위르에서 아주 가까운 곳에 있는 슈바이처 박사의 고향 카이저스베르크(Kaysersberg)도 아름답다. 또한 부근에 있는 유명한 트림바흐(Trimbach) 와이너리도 방문하면 와인과 관광을 접목한 알자스 지방의 최고의 와인투어를 즐길 수 있다.

da3504f27917903de9df9c40065f956f_1626054028_0181.jpg 



+
WRITTEN BY 박찬준 (Chan Jun Park)


Comments

  1. 등록된 코멘트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