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형의 와인칼럼] - 03. 와인관련 사업 창업 절대로 하지 마라!

2021.04.17 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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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관련 사업 창업 절대로 하지 마라!/


저는 현시대에서 가장 존경 받아 마땅한 사람은 창업을 하여 비록 비정규직일지언정 단 한 명이라도 고용하거나 기존의 작은 조직을 크게 키우는데 기여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살아왔습니다. 그리고 현실은 제가 20대일 때와는 달리 20, 30대 청년들과 50대 반퇴자들에게 창업을 강요(?)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정부까지 나서서 창업 펀드를 만드네 어쩌네 하고 있고 기업들은 눈치를 보면서 여기에 출원을 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그토록 창업하는 사람을 존경하는 제가 그리고 창업을 하지 않고는 달리 방법이 없는 현시점에서 창업을 반대합니다. 특히나 와인 관련 창업은 더더욱…… 와인사업을 15년간 해왔고 모(母)회사는 국내 최고령(?) 와인 수입업을 하는 회사에 종사하는 사람이 잠재 경쟁자를 없애려고 하는 말 아닌가 의구심을 갖는 분도 계실 수 있겠지만 그런 의도는 전혀 없다는 것을 미리 서두에 밝힙니다.



굳이 창업을 해야겠다면 다음 사항을 스스로 점검해보시면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첫째, 나는 내가 창업하고자 하는 분야의 전문가라고 생각하는가? 그리고 남들도 그렇게 인정해주고 있는가?
와인은 주종(酒種) 중에서도 많은 전문 지식이 필요한 유일한 알코올 음료입니다. 2000년도에 와인 장사 하러 간다고 하니 “야 네가 왜 주먹들의 세계에 들어가냐? 어떻게 이겨내려고?”라고 말하는 친구들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야기해주었지요. “우선 와인 시장이 아직 무지 소규모라서 그들에게 돈이 안 되는 시장이고 설사 그들에게 돈이 되는 시장으로 성장한다고 해도 와인은 전문 지식이 필요한 분야인데 그들은 주먹은 쓰지만 공부하는 건 싫어하지 않냐?” 라고 우스개 소리를 한 적이 있습니다.

또한 2003~2005년 사이에 청담동 일대에 속칭 룸살롱 마담들이 기존 사업이 어려워져서 당시 막 유행하기 시작한 와인 붐을 타고 와인 바로 전업하는 사태가 벌어진 적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같은 술이니 뭐 별 다른 것이 있으랴 라는 식으로 아무 전문 지식 없이 당시의 몇몇 전문가라는 사람들에게 조언을 받아 와인 바를 오픈했지만 다 2년 내에 문을 닫았습니다. 권하는 대로 마시던 기존 고객들의 소비행태가 그대로 와인에도 해당될 것이라고 쉽게 생각한 때문이지요. 전문 지식도 머리에 쌓아두는 지식만으로는 안됩니다. 실제로 체험을 통해 다양한 와인을 마셔보고 와인을 음식과 함께 마셔봐서 와인과 음식과의 궁합에 대해서도 남다른 면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국내외 대회에서의 수상경력으로 나타나고 증명이 되어야 합니다. 아니면 블로그 활동을 통해서 파워 블로거가 되거나 자신을 교주처럼 따르는 고정 팬들을 1,000명이상 확보하거나..



첫 질문에 대한 답이 Yes면 다음 두 번째 질문입니다.
나는 남에 대한 배려심과 인내심이 있는가?
와인관련 업은 서비스업입니다. 서비스업은 천성적으로 남에 대한 배려심이 있어서 그 진정성이 상대방 고객에게 전달되어야 합니다. 머리와 맛과 향에 대한 감각이 좋아서 와인 전문 지식을 머리와 몸으로 기억했다고 하더라도 배려심이 없으면 그건 자기 취미생활로 만족해야지 생업으로 하게 되면 필패(必敗)하게 됩니다. 주변에 남달리 상대방이나 친구를 잘 챙기는 사람들을 생각해보시면 바로 이해가 되실 겁니다. 인내심 역시 소위 진상 고객들을 상대하기 위해 필요한 덕목입니다. 여기에는 단순히 참는 것을 넘어서 이 스트레스를 이겨낼 수 있는 힘도 포함됩니다.



둘째 고개도 답이 Yes면 다음 세 번째 질문입니다.
내가 하고자 하는 사업이 지금까지 한국에 없었던, 그러면서도 현재 사람들이 많이 원하는 컨셉이고 남과 차별화된 요소가 있는가?
앞의 두 가지가 개인적인 자질에 관한 것이라면 세 번째는 사업의 창의성과 차별화에 관한 것입니다. 사실 반드시 창의적일 필요는 없습니다. 차별화만 제대로 되도 사업은 됩니다. 그런데 사업을 하고자 할 때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자신들이 할 것이 아니기에 심각한 고민 없이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다들 좋은 이야기를 해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걸 믿고 자신의 생각에 확신을 갖지만 아주 위험합니다. 고독하고 외로운 상황 판단을 해야 합니다.

정말 새로운 컨셉인가? 이 컨셉이 지금의 시장 상황에 너무 빨리 도입되어 소비자들이 이해 불가한 것은 아닌가? 차별화된 포인트는 무엇인가? 등등을 가능한 한 많이 스스로에게 되물어야 합니다. 제 기억이 정확한지 모르지만 일본 소프트 뱅크의 손정의 회장은 새로운 사업에 진출할 때 2만 번 시뮬레이션을 해본답니다. 일만 번도 아닌 이만 번씩이나..



세 번째 질문에도 Yes면 다음 네 번째 질문입니다.
이 사업을 시작하고 최소 3년을 버틸 수 있는 자금이 준비되어 있고 내게 부족한 면을 채워줄 파트너가 주변에 있는가?
요즈음은 IT 시대라서 사실 6개월~1년이면 판단이 설 수 있는 시대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3년을 버틸 수 있느냐는 건 중요합니다. 창업 시장에서 다른 사람들이 1~2년 사이에 문을 닫을 확률이 아주 높으므로 1년을 더 버틸 수 있다는 건 상대적으로 유리한 고지에 서는 것이 됩니다. 3년을 버틸 자금이란 것은 장사가 안되더라도 서비스 품질을 떨어뜨리지 않고 유지할 수 있는 선의 자금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와인 바나 레스토랑의 경우 장사가 안되기 시작하면 서비스 품질이 급격히 저하되기 시작하고 그러면 손님은 더욱 외면하게 되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지게 되기 때문입니다.

요즈음 1인 멀티기능이 필요한 시대이기는 하지만 (와인)사업의 경우 나의 부족한 면을 채워 줄 파트너가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와인 레스토랑의 경우에는 주방장과 홀서빙은 분리될 수 밖에 없습니다. 소규모일 때는 혼자서 다 할 수도 있겠지만 조금만 규모가 커져도 혼자서 할 수 없습니다. 와인 유통회사의 경우에도 영업과 마케팅을 잘하는 사람과 관리를 잘하는 사람이 필요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그러한 파트너가 있느냐는 것이 중요합니다.



네 번째 질문에도 OK면 다음 다섯 번째 질문입니다.
네 번째 질문에서 파트너, 즉 동업자가 필요한데 과연 나는 ‘일은 내가 더 많이 하고, 분배는 파트너에게 더 많이’ 줄 수 있는 준비가 되어있는가? 
전통적으로 한국에서는 동업하면 망한다는 것이 정설처럼 내려온 이야깁니다. 그런데 21세기는 동업의 시대입니다. 21세기에 창업에 성공한 회사들을 보면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시대적 흐름입니다. 그런데 상대방의 실력은 기본 전제이고 ‘일은 내가 더 많이 분배는 상대방에게 더 많이’ 할 수 있는 마음의 자세가 없으면 결코 동업을 오래 유지할 수가 없습니다. 또 하나 아무리 동업이라도 의사결정의 우선권자는 정하고 가야 합니다. 의사결정을 위해 격론을 벌이더라도 마지막에 누군가 최종 결정을 할 사람이 있어야 탁상공론이 되지 않고 추진력이 생깁니다. 이 경우 일단 결정이 내려지면 본인이 반대한 경우였더라도 내려진 결정에 무조건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결과적으로 본인의 의견이 맞아서 나중에 수업료를 내고 수정을 할지언정. 역으로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양보만 하는 것도 금물입니다. 최종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는 자신의 견해를 강력하게 피력해야 합니다.



다섯 번째 질문에서 Yes면 다음 여섯 번째 질문!
이 사업이 만약 안되었을 경우 나는 재기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나는 준비가 되어 있더라도 사회적으로도 어느 정도는 안전망이 되어 있는가?
사실 우리나라는 창업을 했다가 도산하게 되면 사돈의 팔촌까지 거지로 만들게 되는 구조입니다. 금융권의 연대 보증제도, 한번 신용 불량자가 되면 도저히 헤어나올 수 없는 구조, 피고용인들이 자발적으로 회피하는 4대 보험을 가입하지 않은 경우 만약 문제가 발생하면 오로지 사업주에게 모든 책임을 지게 하는 비현실적인 제도, 창업을 하려면 사업에 따라 거쳐야 할 수많은 인허가 과정 등등 도처가 지뢰밭입니다. 즉 사업에서 망하면 재기가 거의 불가능한 구조적인 문제가 아직 남아 있습니다. 영세 사업자에게 고용보험이 허용된 지 불과 몇 년이 안됩니다. 그 이전에는 김밥집을 하더라도 사장이라고 고용보험 가입이 불가했던 사회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은 이러한 실패자의 재기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이 없더라도 그걸 이겨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여섯 번째 고개도 넘을 수 있다면 일곱 번째입니다.
이 업이 나에게 부업인가? 전업인가? 
여섯 번째 고개를 넘었다는 것은 어느 정도의 재력도 있다는 것이므로 이런 경우 와인 사업을 전업이 아니라 부업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면 본업은 따로 있고 그저 내 본업의 고객들을 활용하여 부업으로 와인사업을 하겠다는 경우이지요. 이런 경우 100% 망합니다. 그 누구도 나를 대신해주지 않습니다. 내가 전력투구하지 않는데 나 대신 전력투구할 사람은 세상에 절대로 없습니다. 만약 그런 분을 직원으로 만난다면 그건 소위 사주에서 이야기하는 귀인을 만난 겁니다. 아주 소중한 분인 거지요. 대기업들이 와인 사업에 진출했다가 문닫은 경우도 어찌 보면 와인사업을 부업 정도로 치부했기 때문입니다. 본업이었다면 아예 시작도 안 했겠지요. 요즈음도 받는 질문중의 하나가 자신의 지인 중의 하나가 무역업이나 다른 사업으로 어느 나라(와인 생산국) 기업과 관계를 맺고 있는데 그 기업이 와이너리를 가지고 있어서 한국에서 와인 수입해서 판매해보면 어떠냐고 묻는데 해도 되겠냐는 것입니다. 그 분들이 보기에 해외 가격대비 서너 배 비싼 국내 가격을 보면서 이거 수입해서 장사하다가 안되면 내 고객들에게 명절 선물로만 풀어도 원가는 건지지 않을까 라는 것이지요. 본업이 아주 크고 고객이 많으면 정말 선물용으로만 수입해서 주면 되기는 하지요. 그런데 그러면 그건 사업이 아닌데다가 두 개의 회사를 관리해야 하니 관리비 등등이 더 들어가서 기대만큼 수익도 나지 않고 오히려 적자를 볼 소지가 훨씬 큽니다.



여덟 번째 질문입니다.
지금이 이 사업을 시작할 타이밍인가?
나중에 성공할 수 있는 사업이 타이밍을 잘못 잡아서 실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면 샴페인 하우스(버블 하우스)가 그런 예입니다. 2000년대 초반에 스파클링 와인 그것도 샴페인을 위주로 한 발포성 와인만을 파는 와인 바가 있었는데 오픈 하고 2년 내에 문들 닫은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리고 잔 와인을 판매하는 사업도 그 당시에 시도했었는데 당시만해도 와인 고객들의 소비 패턴이 병 와인 위주였기에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타이밍을 맞추었으면 성공했을 수도 있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와인 수입업 측면에서 보면 지금은 시장의 구조가 오프 프레미스 즉 샵 시장 중심으로 굳혀져 있고(전체 시장의 70~80%) 샵 시장 중에서도 대형 유통업체 중심(샵 시장 전체의 80~90%)으로 집중되어 있어서 이미 상위 Top 5~6 수입업체가 납품을 하고 있어서 신규 수입업체가 끼어들기 힘든 상황입니다. 도매시장은 물류와 영업망을 구축해야 하는 것에 비해 다품종 소량의 배송이 위주인 와인은 마진율도 낮아서 투자대비 효율이 전혀 나지 않습니다. 게다가 언젠가 인터넷 판매가 허용되면 가장 힘들어지는 것이 도매업체들일 것입니다. 소매시장은 샵 시장과 업소 시장이 있는데 아직 와인 소비 인구가 많지 않고 임대료가 너무 높아서 기존의 팬이나 고객층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신생업체가 견뎌내기 힘든 상황입니다. 회전율이 낮을 경우 적체 재고만 늘어서 신상품으로 기존 고객들에게 서비스하는 것도 힘들어질 확률이 아주 높습니다. 와인 여행업이나 와인 컨설팅, 와인 교육사업, 와인 미디어 사업 등도 생각해볼 수 있겠으나 이 역시 그 사업 만으로는 수익을 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마지막 아홉 번째 질문입니다.
내가 구상한 사업 컨셉이 시장에서 얼마나 긴 기간 유효할까? 라는 질문입니다.
타이밍이 맞았다고 해도 그 컨셉의 지속성이 떨어지면 새로운 컨셉을 만들어 내야 사업의 지속성을 보장 받을 수 있습니다. 즉 시장의 트렌드 변화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예측력과 대응력을 가져야 합니다.

비록 재기를 위한 사회적 안전망이 미비하더라도 이상의 아홉 가지의 질문에 Yes라고 답하고 창업하시는 분들이 많아지기를 진심으로 기대해봅니다^^. 새로운 기술들을 접목한 신규 와인사업들도 많이 등장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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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이철형 (Chul Hyoung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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