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선의 워터칼럼] 03. 비싼 생수와 저렴한 생수의 차이, 비싼 물을 마셔야 하나요?
요즘 현대인들은 건강 지향적이 되었고 자신들의 취향을 드러내는 성향이 강하다. 마시는 음료에서도 탄산음료, 과실음료, 알코올성 음료에서 건강성을 추구하는 소비자들 덕에 물을 사먹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여기에다가 소비자 스스로의 취향과 트렌드가 반영되면서 사 먹는 물 즉, 생수의 고급화 바람이 불고 있다.
다양한 종류의 가격과 브랜드가 공존하는 시대에 소비자들은 혼란스럽다. 필자에게 비싼 생수와 저렴한 생수의 차이가 무엇이냐고 물어오고, 비싼 생수를 마셔야 하냐고 질문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비싸다’, ‘싸다’의 개념 정립부터 해야 하고 가치 있는 물을 골라야 한다. 품질과 맛이 비례하지 않는다는 점이 우리를 혼란스럽게 한다. 따라서 소믈리에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
가격결정에 대한 개념 정립이 필요하다.
먼저 ‘비싸다’, ‘저렴하다’에 대한 개념부터 확립할 필요가 있다. 가격 대비 품질 고려 요소는 크게 미네랄 함량, 생산지역의 청정성 등이다. 생수에는 프리미엄 워터와 일반워터의 시장이 양분하고 있다. 가격의 비교는 같은 그룹 내에서 하는 것이 좋다. 다시 말해 생수에도 품질 등급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프랑스 보르도 와인 가격비교를 하면서 1등급 와인과 4등급 와인을 단순 비교하면서 1등급 와인이 비싸다고 이야기하면 안 되는 것이다. 품질이 비슷한 같은 등급의 그룹끼리 비교했을 때 가격이 비싼지 저렴한지를 판단해야 한다. 내용물과 품질이 전혀 다른 등급끼리 단순 비교를 하여 가격의 우월성을 따지는 것은 체급이 다른 선수들과 경기를 하는 형평성에서 위배되는 것과 같다.
생수에는 크게 수입생수와 국내생수가 있다. 수입생수 중에서도 수입하는 지역에 따라 다르다. 물은 천연적으로 지질학적 특성에서 오는 영향으로 미네랄 성분, 지역적 특성에서 오는 청정성의 차이가 있다. 가령 국내에서 생산되는 생수는 미네랄 성분의 총합을 나타내는 TDS의 수치가 120mg/L를 넘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하지만 유럽산 생수에서는 TDS의 수치는 보편적으로 높다. 이는 지질학적, 자연적 특성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이러한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국내생수와 수입생수를 단순하게 가격비교를 하여 ‘싸다’, ‘비싸다’라고 말하는 것은 잘못된 비교이다. 지역적 특성이 비슷한 수입생수끼리 비교하고, 국내생수 그룹으로 비교하여 가격의 우월성, 경쟁력을 따져야 하는 것이다.
또한, 수입생수 중에는 빗물이나 빙하를 원천으로 한 것이 있다. 이러한 생수에는 미네랄 성분이 거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높은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다. 이는 생수 생산지역의 청정성, 희소성이 주는 가치 때문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많은 국가의 지역에서 빗물을 받아서 음용수로 적합한 곳은 거의 없다. 생산지역이 빗물을 이용하여 음용수로 사용할 정도로 청정하다는 의미이다.
가격에 상응하는 가치가 있는 물을 골라야 한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생수의 가격은 500mL기준 250원~1,000원 정도에 형성되어 있다. 국내생수끼리 비교한다면 미네랄 함량, 수원지의 청정성, 생수의 제조과정(오존처리), 유통기한 등이 가격비교 고려 요소이다. 현재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생수 중에서 칼슘의 경우를 보면 가장 많이 팔리고 있는 제주 삼다수 제품의 경우 3.25mg/L 이다. 반면에 동해약천골 지장수의 경우 35mg/L의 칼슘을 함유하고 있다. 칼슘의 함량으로 단순 비교한다면 10배정도의 가치가 차이 나는 것이다. 동해약천골 지장수가 제주 삼다수 보다 가격이 높게 형성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실제로 가격 차이는 2배정도이다.
해외에서 생산되는 생수의 가격은 500mL 기준 1,000원~3,000원 정도에 형성되어 있다. 물론 1만원이 넘어가는 제품도 있다. 에비앙의 경우 68.5mg/L 의 칼슘을 함유하고 있고, 볼빅의 경우 12mg/L의 칼슘을 함유하고 있다. 에비앙이 볼빅 보다 가격이 높게 형성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결론적으로 가격비교는 생산지역, 미네랄 함유량, 청정성 등을 고려하여 비교하여야 한다. 미네랄 함유량이 상대적으로 높고 청정한 지역에서 생산된 생수가 가격이 저렴하다면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적극 음용해 볼일이다. 반대로 미네랄 함유량이 높지도 않고, 청정성, 희소성의 가치도 높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상대적 가격이 높다면 이러한 생수는 가격이 비싸면서 경제적이지 못한 경우이다. 브랜드만 보고 결정하게 되면 좋은 생수를 고르는데 한계가 있는 이유이다.
품질과 익숙한 맛과는 비례하지 않는다.
소비자들은 품질과 맛이 비례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혼란스럽게 된다. 미네랄 함량이 풍부하게 들어있고 청정지역에서 생산된 품질 좋은 생수가 소비자들의 입맛을 충족해주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의 입맛은 단맛, 짠맛, 신맛 등의 복잡성을 가지고 ‘맛있다’라는 뇌의 신호를 자극하게 된다. 이러한 맛은 습관화되어 간다는 것이다.
그 동안 즐겨 마셨던 익숙한 물의 맛에서 벗어나게 되면 물맛이 없다고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품질 좋은 물을 계속적으로 마시게 되면 자연스럽게 품질 좋은 맛에 익숙하게 되고 품질에 따른 물맛도 구분하게 된다.
우리가 와인을 처음 접하게 되었을 때를 상상해보면, 텁텁하고 쓰면서도 묵직한 타닌의 맛에 적응하지 못하고 와인의 맛에 거부감을 나타냈을 것이다. 처음에는 달달한 스위트 와인, 바디감이 약한 레드 와인, 바디감이 강한 레드 와인, 부드러운 산미를 찾는 와인의 맛에 익숙해지면서 와인 맛의 세계에 빠져들게 되는 것이다.
처음부터 이 와인은 품질이 뛰어난 좋은 와인이라고 강변을 하여도 와인을 마시는 초보자는 이해하지 못한다. 차라리 ‘소주보다 못하다’라고 말하는 경우도 있다. 이는 자신들이 익숙한 맛에서 새로운 맛으로 적응되는 과정이다. 이러한 과정을 지내온 사람은 와인의 맛에 대해 빠지게 되고, 그렇지 않는 경우는 와인의 매력적인 맛을 느끼지도 못하고 멀어져 가는 것이다.
물도 마찬가지이다. 처음에는 익숙한 물이 최고의 맛이라고 느끼게 되었던 것이 품질 좋은 물을 지속적으로 마시게 되면 품질이 떨어지는 물은 맛이 없다고 느끼게 된다.
소믈리에의 역할이 중요하다.
생산자와 음료소비자들을 연결해주는 중간 매개 역할을 하는 것이 소믈리에라고 할 수 있다. 일반 소비자들은 물의 품질 특성, 물의 성분 등에 대한 정보를 많이 접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국내 소믈리에 자격증의 경우 필기시험과 실기시험이 있으나 자격기준으로 인정하기 어려울 정도로 수준이 낮아 전문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국내 유관기관 및 업계는 서로 소믈리에를 내세워 자사 제품을 홍보하는 전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소믈리에 자격증을 취득하고 꾸준한 노력으로 전문적 식견과 서비스 수준의 향상을 가져와야 한다. 운전면허증이 있다고 해서 모두가 운전을 할 수 있고, 베스트 드라이버가 되는 것은 아니다.
생산자와 소비자의 중간 매개역할을 하고, 건강한 식생활을 위해 올바른 음료 선택에 대한 추천과 생산자가 품질향상을 위해 노력할 수 있도록 촉진을 유도하는 자질을 갖추려면 전문적인 식견과 서비스 수행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소믈리에는 와인분야에서 워터소믈리에, 티소믈리에, 야채소믈리에, 김치소믈리에 등으로 세분화되고 있는 추세여서 이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소비자와 생산자들의 기대와 욕구수준을 뛰어 넘는 소믈리에들의 역할을 기대해본다.
전체적인 결론을 말하면 물에도 품질의 차이가 존재하며, 품질에 따른 가격비교를 해서 가치 있는 물을 마셔야 한다는 것이다. ‘물은 거기서 거기고 모두가 똑 같다. 물맛도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다. 그러므로 가격이 저렴한 게 최고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물의 품질구조와 물맛의 차이를 모르는 정보 부족에서 오는 현상으로 재고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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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이상선 (Sang Seon Lee)
(F&B 창업경영연구소 소장, 인덕대학교 관광레저경영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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