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만수의 독일와인] 04. 독일와인의 등급체계(Part 2)

2021.04.21 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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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와인의 등급체계(Part 2)

 

현재 독일와인의 등급체계는 1971년에 개정된 독일와인법에 근간을 두고 있다이에 따르면 가장 상위등급으로 Prädikatswein(프레디카츠와인)이 있고중간에 Qualitätswein(크발리테츠와인그리고 Landwein(란트바인) Tafelwein(타펠바인)으로 내려가는 체계이다이때 란트바인과 타펠바인은 테이블와인 급으로 하나로 묶어서 취급을 해, 3등급 체계로 봐도 무방하다. Prädikatswein은 다시 Trockenbeerenauslese(이하 TBA), Eiswein, Beerenauslese(이하 BA), Auslese, Spätlese 그리고 Kabinett으로 세분화되는데프레티카츠와인이라는 명칭은 그에 해당이 될 경우에 라벨에 표기해야 하지만 대부분 전면에 들어나 있는 것은 카비넷으로 시작되는 세부등급 이름이어서 이 명칭들이 훨씬 익숙하다이를 도표화 하면 아래와 같은 구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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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ein(바인) wine의 독일어로프레티카츠바인은 즉 프레디카츠와인 또는 프리미엄와인 정도로 달리 부를 수 있겠다.] 

 

이 등급의 기준은 수확을 했을 때 포도가 가지고 있는 당도이다즉 높은 등급일수록 수확 시 포도의 당도가 높은잘 익은 포도로 만들어진 와인이라는 말이다가끔 등급과 맛을 혼동하는 경우가 많은데수확 시 포도의 당도를 이스트가 끝까지 발효를 시키면 와인은 드라이한 와인이 되는 것이고중간에 멈추면 스위트한 와인이 된다와인의 등급과 맛은 현 독일와인법에서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가장 낮은 등급을 형성하는 Tafelwein Landwein의 비율은 평균적으로 5%를 넘지 않고독일와인에서 큰 역할을 하지 않기 때문에 어느 정도 열외로 놓고 본다면 독일와인의 대부분은 프레디카츠와인과 크발리테츠와인으로 구분이 된다이 두 등급을 나누는 기준은 수확 시 포도의 당도도 있지만 더 핵심적인 내용은 프레디카츠와인에서는 보당작업이 금지돼 있다는 점이다즉 카비넷 이상의 등급의 와인은 자연에 의해 만들어진 당도만으로 만들어진 와인이다이러한 전통은 꽤 오래 전부터 이어져 온 것으로 현 와인법이 발효되기 전에는 라벨에 naturrein(나투어라인 – 자연의 순수한)이라는 명칭을 종종 볼 수 있었는데이는 보당작업을 하지 않은 와인이라는 의미로 고급와인의 상징처럼 쓰이는 말이었다그렇게 만들어진 와인은 Naturwein(나투어바인 = natural wine)이라고 불렸는데, 1971년 이후로 금지가 되어 현재는 더 이상 사용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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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법에는 등급별로 포도의 최소당도를 정해 놓았다이 수치는 지역별로 다르고 품종 별로도 다른데예를 들어 모젤지역에서 리슬링 품종으로 슈페트레제를 만들려고 할 경우에 포도의 당도는 최소 80왹슬레가 되어야 하고 아우스레제의 경우에는 88왹슬레 이상이 되어야 한다– 왹슬리(Oechsle)는 독일에서 포도의 당도를 재는 단위이다 – 팔츠지역에서는 슈페트레제가 85 왹슬레 이상아우스레제는 92왹슬레 이상이 되어야 한다이렇게 차이가 나는 것은 지역의 기후조건을 고려한 것이고품종 별로 당도가 올라가는 특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와인법에는 최소 당도는 정해져 있지만 최대 당도에 대한 규정은 없다그래서 예를 들어 모젤의 한 생산자가 88 왹슬레 이상의 포도를 수확했을 때 이를 가지고 아우스레제를 만들 수도 있지만 슈페트레제나 카비넷 와인을 만들 수도 있고심지어 퀄러티와인으로 하향조정을 할 수도 있다이렇게 좋은 포도를 가지고 법이 정한 등급보다 한두 등급을 낮춰서 와인을 만드는 경우들은 흔히 볼 수 있는데자신들의 와인의 품격을 높이기 위해서 양질의 포도즙을 가지고 등급을 아래단계로 낮추는 경향은 상당히 오래된 전통이다예전과 달라진 거라면 전에는 소수의 고급 와이너리에서 해 왔다면현재는 비율을 정확히 산정하기는 어렵지만 전보다 훨씬 많은 와이너리들이 이러한 방식으로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사실은 통계를 보면 좀 더 명확하게 알 수 있다프레디카츠와인을 만들 수 있는 포도즙과 실제 시장에 나오는 프레디카츠와인의 비율이 많이 다른 것을 볼 수 있다. 2014년 빈티지의 경우에 프레디카츠 포도즙이 29,4%였는데 실제로 만들어진 프레디카츠와인은 17,6%였다프레디카츠등급의 비율이 높았던 2009년에도 53,1%와 39,7%로 비슷한 현상이다.

 

이렇게 비율이 달라지는 데에는 다른 이유들도 있다가장 대표적인 것이 드라이한 와인에서 프레디카츠 등급을 쓰지 않고프레디카츠와인의 등급은 스위트한 와인에만 사용을 하는 경향이다이러한 트렌드를 주도해 나가는 협회가 바로 독일 프리미엄 와이너리 협회인 VDP이다. VDP의 원칙은 현존하는 등급체계와는 완전히 다른 기준으로 출발을 한다현 와인법에서 무시되고 있는 떼루아라는 원칙을 바탕으로 하는 VDP의 등급체계는 아주 새로운 것이 아니다포도밭을 등급화하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포도밭 지도가 독일에서 만들어졌고, 71년 현 와인법이 생기기 전까지 수많은 싱글 빈야드가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었다지금의 VDP의 시스템은 이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포도의 당도가 독일와인법 등급체계의 결정적인 기준이지만 그렇다고 떼루아가 완전히 무시되는 것은 아니고현 독일와인법에도 싱글 빈야드가 구분되어 있다단지 좋은 밭이냐 아니냐에 관계없이 포도의 당도만 맞으면 해당 등급의 와인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밭의 구분은 추가적인 기준이 되고이 또한 전문가가 아니면 구별이 쉽지 않다는 어려움으로 떼루아가 직접적으로 고려되고 있지 않다는 비판을 피할 길은 없다이런 비판적인 목소리는 와인법이 실행이 되었던 70년대 초반부터 있었지만 구체적인 움직임은 80년대 중반부터 본격화되었고그 중심에 있는 것이 현 VDP의 시스템이다다소 복잡하지만 독일와인의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빠져서는 안 되는 부분이어서 이에 대해서 다음 파트에서는 자세하게 다뤄보겠다.


 

WRITTEN BY 황만수(ManSoo Hwang)

(독일 국가공인 와인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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