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선 박사의 워터칼럼] 01. 물맛의 차이가 없다?
물맛의 차이가 없다? – 와인의 경우와 비교
물이 체중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성인의 경우 70% 정도인데 나이가 들어가면서 물의 비중도 줄게 되어 노인이 되면 50% 이하가 된다. 우리 몸에 물이 2%만 부족해도 심한 갈증을 느끼고 12%가 부족하면 생명을 잃을 수 있다. 물이 부족하거나 평소 물을 멀리하면 피부가 탄력을 잃고 세포의 노화현상이 빨라지게 된다. 물은 신체대사 작용을 높이고 혈액 조직액의 순환을 원활하게 도와주며, 영양소를 용해시켜 필요한 세포에 공급하고 체내의 노폐물을 배설해주는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처럼 인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물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지만, 음용에 적합한 물은 제한적이다. 인체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는 물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고 건강에 좋고 맛있는 물을 선택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보편적으로 소비자들에게 물맛에 대해 질문하면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고 대답한다. 과연 그럴까? 실제로는 물맛에도 차이가 있다. 무색 무취한 물맛을 감정하고 평가한다는 것은 전문가에게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물맛은 와인처럼 처음 접할 때는 맛과 개성을 구별하기 어렵다. 그러나 물맛 감정에 대한 몇 가지 요소만 기억한다면 물맛을 구별하는데 도움이 된다. 와인의 경우 후각(small), 미각(taste), 구강촉감(mouth feel)을 통해 그 특성과 맛을 구별하게 된다. 물의 경우도 이러한 감각기관을 통하여 반복적인 훈련을 하게 되면 쉽게 물맛의 개성을 구별할 수 있다. 와인 테이스팅에서는 후각과 미각이 강조되는 반면에 워터 테이스팅의 경우 구강촉감이 중요하다. 미각은 혀에 있는 미뢰(taste bud)에서 섬세하게 느끼는 것으로 화학물질이 맛으로 전달되기 때문에 화학적 미각이라고도 한다. 화학적 미각은 짠맛, 신맛, 단맛, 쓴맛, 감칠맛 같은 맛을 전달하고, 물리적 미각은 차갑다, 딱딱하다 등의 피부에 자극을 주는 것이다. 색깔이나 모양으로부터 느끼는 심리적 미각도 있다.
<물맛 감정의 몇 가지 요소>
첫째, 미각요소이다. 미각의 측면에서 보면 와인은 포도 열매 자체에서 기인한 맛과 양조 과정에서 비롯된 맛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복잡한 맛을 느끼게 한다. 그래도 쓴맛, 단맛, 신맛을 중심으로 표현을 한다. 물은 채취한 원수원(지)의 성격에 따라 미각에 영향을 미친다. 지하수나 지표수에서는 그 지역의 기후, 토양, 자연조건이 물의 성분에 반영된다. 비가 내리면 지표로 떨어진 빗물은 돌과 나무 등의 자연적인 장애물을 거치면서 지하로 침투해서 지하 암반대수층이 형성되거나 강물로 흘러 들어 땜을 이용한 상수원으로 이용되고 바닷물로 흘러가는 여정을 거치게 된다. 오랫동안의 빗물 여정이 물 속에 미네랄 성분이라는 것을 품게 하고 이러한 성분이 함유된 취수원을 이용하여 음용수의 원천으로 사용하게 된다. 물속에 함유된 각종 미네랄 성분은 미각에 영향을 주게 되고, 물속에 들어있는 PH지수도 물맛에 영향을 주게 된다. 알칼리성 물질은 쓴맛이 나고 산성물질일수록 신맛이 나게 된다. 약 알칼리성에서는 쓴맛, 신맛이 감지 되지 않아 상대적으로 쓰지도 시지도 않은 맛을 나타나게 되는데 이를 단맛으로 느끼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마시기에 좋은 맛있는 물은 약 알칼리성의 물이 된다. 물론 신체기능에서도 약 알칼리성 물은 건강한 물로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미네랄 성분이 없는 정수기 물은 맛 차이를 느끼는데 한계가 있다. 와인의 맛을 결정짓는 여러 요인들 중 하나가 포도다. 포도열매는 땅에 있는 양분을 흡수하여 자연적인 조건이 그대로 반영되어 와인의 양조에 녹아 들게 된다. 다시 말하면 포도를 재배하는 토양, 자연조건이 와인의 맛에 영향을 주게 되는데 이러한 측면에서 물도 토양과 자연조건으로부터 영향을 받는 미네랄성분을 함유하기에 어떻게 보면 와인과 물의 맛에 대한 기본적인 결정요인이 동일하다고 할 수 있다.
두 번째로 시각요소다. 시각적으로 보면 와인은 다양하고 복잡한 색을 보이지만 음용수의 물은 무색이다. 다시 말하면 물은 투명도가 좋아야 하는데 물 중에 존재하는 불순물인 탁질 유기물이 다량 분포되어 있거나 미생물이 작용하여 오염된 경우에는 투명도가 좋지 않게 된다. 와인은 시각적인 컬러로 마시기도 하지만 물은 투명하고 아주 맑아야만 되는 것이다.
세 번째로 후각요소이다. 후각은 특정물질에서 나오는 분자가 코 속의 후세포(olfactory cell)를 자극하여 향이나 냄새를 감지하는 것을 말한다. 와인의 경우 포도 열매 자체에서 오는 향부터 양조의 발효과정, 숙성과정에서 생겨난 각종의 향들이 복잡하게 섞여 느끼게 된다. 좋은 물은 와인과 다르게 향이 없는 무취이어야 한다. 수돗물의 경우 정수장에서 워터 테이스팅 할 때 흙, 곰팡이, 염소, 풀, 건초, 짚, 목재, 물고기 비린내, 야채, 꽃 향 등의 냄새가 나는지를 확인하게 된다.
네 번째로 구강촉감이다. 구강촉감은 음식을 먹었을 때 입에서 느끼는 촉감이며 감각을 통해 인지하는 것을 음식의 질감 또는 텍스처(texture)라고 한다. 와인으로 말하면 바디(bady)감으로 인식하면 된다. 와인을 양조하는데 사용하는 포도품종의 특성과 양조자의 개성에 따라 탄닌과 무게감은 입안의 구강촉감을 차이 나게 자극한다. 물의 경우 물속에 함유되어 있는 미네랄의 양, 즉 총용존고형물(TDS : Total Dissolved Solids)에 의해 다르게 작용한다. TDS 함유량이 많은 물에서는 장기숙성이 가능한 무게감 있고 거친 카베르네 소비뇽 같은 맛을 보이고, TDS 함유량이 낮은 물에서는 피노 누아 품종처럼 상대적으로 부드러운 맛을 자극한다. TDS 함유량이 아주 적게 함유되었을 때는 화이트 와인에 비교하면 좋을 듯하다. 생수브랜드 중에서는 TDS 함유량을 보면 에비앙(Evian)은 357mg/L, 피지(Fiji)는 210mg/L, 산펠레그리노(San Pellegrino)는 1,109mg/L, 바두아(Badoit)는 1,200mg/L이다. 따라서 피지 워터의 경우 에비앙 워터보다 구강촉감이 좀더 부드럽고 가벼운 맛을 느낄 수가 있고, 산펠그리노 보다는 바두아가 더욱 강렬한 자극을 주고 무게감을 전달해준다. TDS 외에도 탄산수의 경우 탄산화 정도가 구강촉감에 영향을 많이 미치게 된다. 이에 대한 내용은 추후에 소개하기로 한다.
<TDS 함유량이 높아야 좋은 물인가? 라고 물어 오는 경우도 있다.>
TDS 함유량이 높다고 해서 물의 품질이 좋다는 결론은 조심해야 한다. 다만 물 맛의 차이만 있을 뿐이지 품질과는 연관성이 없다. 와인의 경우 타닌함량이 많이 느껴지는 묵직한 와인이 그렇지 못한 와인보다 좋다고 말하는 이치와 같다. 가령 카베르네 소비뇽 품종과 피노 누아 품종으로 만든 와인 중에서 어떤 것이 우수하느냐고 질문하는 것과 같다. 개인의 취향과 환경에 따라서 선택하면 된다. 그리고 함께하는 음식에 따라 결정이 달라지게 되는데 이런 연유에서 음식과 조화가 등장하게 된다.
물맛의 차이가 없다고 하는 이유?
그런데 이렇게 분명하게 물맛의 차이를 느낄 수 있는 요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방송, 신문, 잡지와 같은 언론매체를 보면 소비자나 패널들에게 물맛을 평가하게 하고 물맛의 차이가 없다는 내용을 보도하는 경우가 있다. 왜 이런 오류의 결론에 도달하는 것일까?
첫째는 평가할 물의 대상 선정의 문제이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물의 취수원 지역에서 오는 미네랄성분에 따라 물맛이 달라지는데 지역적으로 비슷한 물을 선택해서 평가하면 물맛차이를 느낄 수 없다. 평가대상의 물을 선정할 때 지역적 배분이 고려되어야 한다.
둘째, 패널선정의 문제이다. 혀로 느끼는 감각은 연령이 늘어나면서 쇠퇴해진다. 가령 50이 넘어지면서 짠맛을 느끼지 못해 음식의 간을 상당히 강하게 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조리사들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감각에 의한 맛을 구별하는데 한계를 느껴 보완재로 염도계와 같은 측정기를 이용하기도 한다. 어느 방송에서는 물맛 평가단을 60대 이상의 여성 노래교실 집단으로 하여 조사한 결과로 차이가 없다는 내용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적절한 성별의 혼합과 다양한 연령대의 패널을 구성해야 한다.
셋째, 훈련의 문제이다. 육안으로 보고 구강촉감, 미각 등을 동원하여 평가하는 관능검사가 효율적으로 측정되려면 엄격한 요건과 숙달된 패널을 대상으로 실시하여야 한다. 전문가 집단은 여러 차례 반복적인 훈련을 거쳐 물맛을 감별하게 되지만 일반 소비자들은 반복 훈련의 한계가 있다. 패널들에게 정확한 설명과 함께 1~2회 정도 시음을 통한 평가 연습을 한 후에 평가를 하게 하면 좀더 정확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패널의 개인 신체상태와 평가장소 환경의 문제이다. 흡연, 음주, 피로 등으로 패널들이 맛 차이의 오류를 범할 수 있고, 물의 온도, 물컵의 용기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 따라서 패널들은 최적의 컨디션을 유지한 상태에서 시음하기에 적절한 온도를 유지하고 동일한 유리컵을 사용해서 평가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물맛의 차이는 분명하게 있으며 구별방법은 감각기관을 이용하는 것이다. 맛 차이에 영향을 미치는 인자는 물을 채취하는 원수원의 지리적 여건과 기후, 토양, 자연조건에서 기인된 물속의 미네랄 함량, pH지수 등에 의해 결정된다. 또한 물의 적절한 음용 온도는 12도 정도이다. 날씨가 덥거나 갈증해소를 위해서는 조금 더 낮은 온도도 무방하다. 하지만 너무 낮은 온도에서 마시게 되면 갑작스런 신체변화로 맛을 잃을 수도 있다. 다양한 물을 음용하면서 물맛의 차이를 느끼게 되면 자신에게 적합한 물을 발견할 수가 있고, 개인의 취향과 상황에 맞는 물을 고를 수 있는 요령도 생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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