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주석의 와인에세이] - 블라인드 테이스팅,새로움을 발견하다.
블라인드 테이스팅, 새로움을 발견하다.
/이미지 출처: Google, 영화 Bottle Shock, 2008/
1976, 미국 와인이 프랑스 와인보다 더 훌륭하다는 평가를 받은 사건이 있었다.
이른바 파리의 심판이다. 와인 애호가와 전문가들 사이에서 유명한 이야기이다.
이 사건을 영화화한 작품이 ‘Bottle Shock’(2008)이다. 당시 전세계의 와인 시장은 지금보다도 훨씬 더 많이 프랑스 와인이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었을 것이다. 충격적인 새로움이다.
1973, 펩시는 코카콜라의 아성에 치명적인 한방을 날린다. 바로 대규모 블라인드 테이스팅인 펩시 챌린지를 통해서다. 참가자들의 눈을 가린 후 콜라 맛을 보게 한 후 펩시를 선택한 소비자들을 TV광고로 소개하였다.마케팅 역사에서 비교 광고라는 분야에 획을 새롭게 긋는 도발적인 시도였다. 물론 그 결과는 더욱 더 도발적이었다.
/이미지 출처: Google>/
세계 3대 와인 품평회 중의 하나인 베를린와인트로피와 그 자매 품평회인 포르투갈와인트로피,
그리고 대전에서 개최되는 아시아와인트로피 역시 출품되는 모든 와인의 라벨과 병을 가린 채로 전문가들의 심사를 받게 된다.이것은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를 위해 브랜드가 가진 선입견을 철저히 배제한다.
그래서 다양한 전 세계의 와인들이 새롭게 조명 받는다.
/이미지 출처: Google/
그러나, 이런 생각을 해 본다.
우리가 완전히 선입견을 배제한 채로 무엇인가를 결정할 수 있는 환경이 존재하는 것일까?
우리 앞에 놓여진 무엇인가에 대해 온전히 간섭 받지 않은 완전무결한 상태로 평가하고 선택하는 것은 어쩌면 처음부터 불가능하지 않을까? 이미 우리의 오감과 신비로운 육감은 어떤 작용을 하기 마련일 것이다. 이것은 인류가 태생적으로 그리고 생존하기 위해 감각기관을 발달시키며 진화를 거듭해 온 결과물일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러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는 것 자체를 모르고 살아가기도 한다.
다양한 선입견이 우리를 지배하고 있고 그러함에 대한 무신경이 정작 우리가 발견할 수 있는 새로움을 막고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더 필요하다.
하지만, 세상에는 고정관념을 뛰어 넘기 위해 도전한 많은 사람들이 있다. 도저히 기존의 방법으로는 구현하기 어려운 건물을 지었던 건축가. 바다를 따라 가다 보면 새로운 대륙이 나타나리라 믿었던 탐험가.
천체가 아니라 지구가 돌고 있다고 확신한 과학자. 더 높이 뛰어 오르기 위해 머리와 등의 뒷면을 먼저 도약시킨 운동 선수. 자유와 독립을 위해 무저항을 선택한 평화주의자. 우리가 누리는 현재의 스마트한 미래를 꿈꾸던 천재들.
이러한 사람들로 인해 인류는 한 걸음 더 앞으로 나아간다. 이러한 사람들을 통해 우리도 한 걸음을 발견하기 마련이다. 모두의 걸음이 가치가 있다.모두가 그러한 한 걸음을 내딛는 방법이 있다. 일상에서 익숙함, 늘 그러하다고 믿는 것에 대한 의심을 해보기 바란다.
가령,
와인은 레드만 좋다는 생각
와인은 비싼 것이 좋다는 생각
와인은 어느 특정지역만 좋다는 생각
와인은 어렵다는 생각
내가 좋아하는 와인이 유명하지 않아도 된다.
그건 나만의 발견이 되기 때문이다.
내가 만난 와인이 낯선 지역에서 생산된 것이어도 괜찮다.
그건 나의 새로운 실험으로 기록될 것이다.
내가 만난 와인이 비싸지 않아도 된다.
그건 모든 와인은 농부의 땀과 자연의 조화와 우연을 가장한 신의 창조물이기에.
가을이 왔다. 가로수 길에는 설익은 은행들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은행나무들이 천천히 왈츠를 추기 시작한다.
더 늦기 전에 푸른 하늘과 화이트 와인의 왕 리슬링을 만나시길 희망한다.
<2015년 9월 가로수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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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오주석 (Jooseok Oh)
TBWA Korea EXperience Content Direc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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