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최태호의 와인 한 잔] 최고의 와인은 어디에 있을까?
1973년산 캘리포니아 화이트와인 샤토 몬텔레나의 탄생 과정을 그린 영화 ‘와인미라클’(Bottle Shock, 2008)은 “포도밭의 가장 좋은 비료는 주인의 발자국 소리”라는 명대사를 남겼다. ‘포도밭의 후계자’(You Will Be My Son, 2011)에서는 아들의 실력에 만족하지 못해 집사의 아들에게 와이너리를 물려주려는 와인양조자의 열정과 집착을 엿볼 수 있다. 영화 속 이야기처럼 전 세계 와인생산자들은 최고의 포도와 와인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무리 좋은 와인도 환경이 맞아야 오래 보관될 수 있고 마시는 시기에 따라 최고의 모습으로 만날 수 있다. 생산한지 얼마 안 된 와인은 짙은 보라색을 띠고 중심과 가장자리 색 차이가 거의 없다. 시간이 지나면서 테두리부터 색이 빠지고 루비 오렌지 갈색으로 변한다. 화이트와인의 색상은 숙성되면서 진해지는데 오크 발효와 숙성을 통해 황금빛을 띠기도 한다. 더운 기후나 과숙된 포도로 만들어져 산도가 낮은 와인은 색이 빨리 짙어진다.
숙성 잠재력이 적은 와인들은 너무 오래 보관하지 않고 적합한 시기에 마시면 신선함을 즐기기에 좋다. 반면 오래 보관된 와인이 주는 복잡하고 다양한 향과 맛은 와인의 가치를 높여 주기도 한다. 레드와인은 강한 타닌, 날카로운 산도와 진한 과일 맛이 부드러워지고 젖은 토양, 버섯, 낙엽, 가죽 향 등이 생긴다. 화이트와인은 유질감이 더해지면서 꿀 견과류 등의 향이 추가된다.
1980~90년대 기술혁신을 통해 브루넬로, 아마로네와 함께 이탈리아 최고의 와인으로 불리는 바롤로를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시킨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다룬 ‘바롤로 보이즈’(Barolo Boys, 2014)는 세계 와인시장 트렌드 변화의 단면을 보여주는 영화이다.
오랜 역사를 가진 와인산지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등의 와인들은 빈티지에 따라 맛이 다르고, 어렵고 복잡한 법규 때문에 어려움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기존 방식과 달리 새로운 시도를 통해 만들어진 와인들이 많아지고 있다. 코르크를 쓰지 않거나 법규와 상관없이 자유롭게 브랜딩을 하는 등 새로운 양조기법으로 만들어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는 와인, 품종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타닌이 부드럽고 바로 마시기 좋은 와인, 접근하기 좋고, 젊고 친구같이 편한 와인들이 많이 만들어지면서 젊은 세대들의 소비도 늘어나고 있다.
유엔인구기금의 보고서에 따르면 10~24세 인구가 18억 명에 달하며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과거 권위와 힘은 소득수준과 구매력이 높았던 연장자, 남성 몫이었다면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는 젊은이, 여성의 중요성과 영향력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젊은이들은 거침없이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경험해보는 얼리어답터이며 가까운 미래 어떤 트렌드가 시장에 영향을 줄지 아는 트렌드세터이다. 또한 세계화와 기술발전 같은 변화에 신속하게 반응하는 게임 체인저이기도 하다.
마켓 4.0을 넘어 마켓 5.0이 도래하는 시기, 새로운 와인의 가치가 생겨나고 있다. 이제 와인마케팅도 변해야 한다.
부산가톨릭대 와인전문가과정 책임교수
출저-ⓒ국제신문(www.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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