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최태호의 와인 한 잔]“와인 숨은 스토리 알면 더 깊은 맛 느낄 수 있죠”
- “입문자, 색깔·향 느끼고 시음해야
- 햇와인 보랏빛, 오래되면 흑적색”
고급 주류로 여겨지던 와인이 최근엔 값싸고 맛있는 가성비 상품이 늘면서 대중 주류로 자리 잡고 있다. 마트나 편의점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게 됐지만 여전히 와인은 종류도 많고 어렵기만 한 게 현실. 지난 13일 부산롯데호텔에서 열린 국제아카데미 18기 17주 차 강연에서는 부산가톨릭대 와인전문가과정 최태호 책임교수가 ‘와인과 삶’을 주제로 와인에 대한 이야기를 쉽고 재밌게 풀어냈다.
지난 13일 오후 부산롯데호텔에서 열린 국제아카데미에서 최태호 책임교수가 ‘와인과 삶’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이예은 프리랜서
최 교수는 프랑스의 철학교사이자 와인 애호가인 티에리 타옹의 말을 빌어 “와인은 욕망”이라고 정의했다. “‘욕망’이란 단순히 배가 고픈 것을 채우기 위한 ‘필요’와 다릅니다. 세밀하게 살피고 나를 만족시킬 수 있는 대상을 까다롭게 찾습니다. 와인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즐기고 싶은 대상이기 때문에 필요가 아니라 욕망인 것이죠.” 그러면서 와인을 단순히 마시는 게(drinking) 아니라 맛본다(tasting)고 표현하는 것도 욕망의 대상이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최 교수는 사람들이 그림을 사고 잠을 쫓아가며 오페라를 보는 이유도 바로 ‘테이스트(taste)’ 하기 위해서인데, 정작 본래 뜻인 ‘맛’은 등한시하는 경향이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차와 옷은 값비싸고 좋은 물건을 찾으면서 식사는 무성의하게 해결하는 사람들이 있다. 왜 그럴까. 잘 모르기 때문이다”며 “음식과 자리에 맞는 와인을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식사 자리는 풍성해진다. 와인을 공부하면 좋은 이유다”고 말했다.
와인 입문자를 위한 실전 팁도 소개했다. 색깔과 향을 먼저 살피고 시음을 해보라고 권했다. 최 교수는 “먼저 와인의 색을 관상하는 기쁨을 느낀다. 색에는 여러가지 정보가 들어있는데, 최근 만들어진 와인은 보랏빛을 내고 오래될수록 어두운 적색을 띤다”고 설명했다. 향을 맡는 건 ‘가장 흥미로운 단계’이다. 그는 “와인의 모든 복잡함과 풍요로움이 드러나는 단계”라며 “향의 상태와 강도, 아로마 향을 찾는 등 시간이 가장 오래 걸린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와인을 맛보는 건 “자신이 시각과 후각으로 느낀 것을 확인하는 과정”이라고 얘기했다.
와인은 ‘편하게 마시면 되는 것’이지만 오감만 만족시키기엔 부족하다는 게 최 교수의 생각이다. 그는 “와인 또한 사람이 만들기 때문에 와인을 마신다는 것은 그 와인을 만든 사람과 역사를 이해하는 것”이라며 “이러한 스토리를 알고 마신다면 더 깊고 다양한 와인의 맛을 느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음식과 와인에 맞는 적절한 온도만큼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과의 감정적인 온도를 맞출 수 있는 기다림의 여유와 노력이 있다면 우리의 만남은 더 풍성해질 것이다”고 덧붙였다.
최 교수는 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 부회장, 국가대표 소믈리에대회 심사위원 등을 역임하고, 본지 와인 칼럼 ‘최태호의 와인 한 잔’을 3년째 연재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책 ‘잔을 흔들면 와인 맛이 좋아지는 것처럼: 흔들리며 살아가는 당신의 삶에 와인이 필요한 순간’을 출간했다.
최승희 기자
출저-ⓒ국제신문(www.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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