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최태호의 와인 한 잔] 영화 속의 와인
미래는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한다. 세상에 없던 미래를 상상하는 시대,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가는 시대, 인간이 미래에 원하는 것을 하기 위해서는 상상력이 필요하다. 상상의 출발은 경험으로 시작되지만 경험의 부족은 책으로 채울 수 있다. 인문학의 필요성이 시대의 화두다. 더불어 디지털 기술의 혁명과 새로운 미디어의 출현으로 우리의 경험은 보다 다양한 통로로 폭 넓게 확장 될 수 있다. 특히 종합예술의 장르인 영화의 중요성은 말할 것도 없다.
드라마 ‘왕좌의 게임’ 배경이 된 크로아티아의 두브로니크 성.
지난 15일 폐막한 부산국제영화제 행사의 일환인 커뮤니티비프는 관객이 만드는 영화제다.
부산에 살면서도 무심히 지나쳤던 영화제였지만 올해는 게스트로 초대되어 영화 ‘부르고뉴, 와인에서 찾은 인생’을 관람하게 되었다.
‘내 인생의 라비아주’라는 주제로 관객들과 함께 와인과 인생, 와인과 음식, 영화 속 와인과 관련된 이야기로 수다를 떨며 행복했던 그날 밤의 여운이 추억으로 오래 남는다.
‘부르고뉴, 와인에서 찾은 인생’의 원제 ‘Ce qui nous lie’는 ‘우리를 이어주는 것’ 이란 뜻으로 와인을 통해서 이어지는 인연과 삶에 대한 이야기들을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영화이다.
이처럼 와인을 주제로 한 영화들이 많이 소개되고 있다.
“포도밭에 가장 좋은 비료는 주인의 발자국 소리야”라는 명대사를 남긴 1973년산 캘리포니아 와인 샤토 몬텔레나의 탄생 과정을 그린 ‘와인 미라클(Bottle Shock, 2008)’, 아들의 실력에 만족하지 못해 집사의 아들에게 와이너리를 물려주려는 와인양조자의 열정과 집착을 보여주는 ‘포도밭의 후계자(2011)’, 미국 나파와 이탈리아 피렌체, 프랑스 보르도를 커버하는 글로벌 와인전쟁 이야기 ‘몬도비노(2004)’, 프랑스 수준으로는 세련되지 못한 국가의 고객들과 프랑스 와인양조자들이 씨름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와인을 향한 열정(2013)’, 1980년~90년대 이탈리아 피에몬테 지역 바롤로 와인을 세계적인 와인브랜드로 성장시킨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바롤로 보이즈(2014)’와 같은 영화에서 와인양조자들의 와인에 대한 열정과 신념을 볼 수 있다.
가장 아끼는 1961년산 슈발 블랑을 특별한 순간에 마시려고 아껴두었다고 말할 때 “그 와인을 따는 순간이 특별한 순간이에요” 라고 말한 대사로 유명한 ‘사이드 웨이(2004)’, 프로방스의 눈부시게 아름다운 와이너리에서 펼쳐지는 낭만적인 이야기 ‘어느 멋진 순간(2006)’, 전 세계에 200여명 밖에 없는 마스터 소믈리에가 되는 과정을 담은 ‘SOMM(2013)’
, 삶에 지친 중년의 주인공이 인생의 참맛을 알아가며 주변과 가족까지 변화는 모습을 그린 ‘와인패밀리(2021)’가 있다. 또 불타는 와이너리의 가슴 아픈 장면과
‘모리스 자르’의 음악이 인상적인‘구름 속의 산책(1995)’을 비롯한 많은 영화들이 와인과 인생, 와인과 사랑, 와인과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낙엽 지는 가을, 마음속의 짐 내려놓고 영화 한편 보는 여유를 누려보자. 덤으로 와인 한잔 곁들일 수 있다면 당신의 가을은 더 아름다워질 것이다.
부산가톨릭대 와인전문가과정 책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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