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최태호의 와인 한 잔] 한잔의 와인이 만들어지기까지

2022.03.11 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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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 이야기가 한 권의 책이 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은 독자이다. 좋은 작가는 독자의 공감을 끌어내고 유혹하기 위해 친절하고 자세하게 글을 쓴다. 좋은 글이란 독자의 감정 속도를 충분히 고려해야 하고 감동적인 글은 대부분 논리적이다. 슬픔이라는 단어가 단 한번 등장하지 않고, 감정을 나타내는 말 한마디 없지만 쓸쓸하게 적은 글, 마치 양념의 무게를 재지 않고 양념을 할 수 있는 할머니의 손맛처럼 드라이함이 좋은 글의 특징이다. 작가는 고수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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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세월 변함없이 자신들만의 와인을 만들어오고 있는 포르투갈 알렌테조지역의 와이너리.

 

결한 형태를 추구하면서 주변 환경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유기적 건축(organic architecture)’으로 대표되는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는 르 코르뷔지에, 미스 만 데어 로에와 함께 현대 건축의 3대 거장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유기적 건축은 형식을 피하는 것으로 지적인 프로세스라기보다는 오히려 본능적인 프로세스의 산물이다. 건축가의 주된 영감은 그 대지의 여건과 재료의 본질에 근거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도의 기술 문명을 구사하면서도 토양과 조화되는 건축물을 만드는 그의 창조력은 미국 중서부 광활한 대평야를 미국 건축의 탄생지로 만들었다.

“농사의 거시기가 있어, 벼가 자라면 20여 일 논에 물을 빼야지. 그 후에 물을 대주면 벼에 알이 꽉 차는 거야. 벼도 참을성이 생기는 거지, 그냥 두면 키 만 커 쓰러져 버리거든.” 오랜 세월 농사로 잔뼈가 굵은 농부의 조언이다.

사랑하는 일을 할 때만 생기는 삶의 태도, 제대로 된 결과물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집중력이 필요하다. 많은 사람들이 자기 일에 집중하지 못해 만들어 내는 온갖 오류들, 집중하면 자기만의 감이 오고 그것을 유지하고 특화하게 된다. 어렵게 시작했지만 창대하게 빛나는 순간을 맞이할 수 있는 것은 간절하게, 치열하게, 겸손하게 버틴 시간들 때문이다.

와인은 정직하다. 한잔의 와인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와인을 마시는 소비자가 있어야 하고, 한잔의 와인이 우리 앞에 오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경험이 필요하다. 지금 내손에 있는 와인 한잔의 가치는 얼마나 될까? 한잔의 와인이 만들어지기까지 숱하게 쏟아낸 사람들의 노력, 그 정성만으로도 이미 좋은 와인이다.

세상사 모두, 상황이 맞아야 한다. 왜 이 책을 썼지? 왜 이렇게 집을 지었지? 왜 물을 빼지? 잘 살펴봐야 한다. 트렌드를 따라가지 말고 트렌드를 앞서가야 한다. 다른 트렌드가 밀려오면 지나갈 때까지 엎드려 있어야 한다. 세심하게 가슴을 울리는 태도와 행동, 빵 터지지 않고 은은하게 오래가는 사람처럼 변하지만 변하지 않는 자기만의 정체성이 있어야 한다.

새로운 시도가 많아지고 그런 시도가 박수를 받는 시대, 우리의 삶도 조금 더 다양해지면 좋겠다. 열심히 했지만 우리 한번 더 해보자. 오늘따라 노을이 예뻐 길을 따라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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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가톨릭대 와인전문가과정 책임교수



출저-ⓒ국제신문(www.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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