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난영의 이탈리아 와인] 08. 이탈리아 와인과 어울리는 이탈리안 치즈를 찾아라(제3회)

2021.04.30 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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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와인과 어울리는 이탈리안 치즈를 찾아라(제3회) - 와인은 흔들고 치즈는 씻어야 제 맛(2)


술 빵 풍미는 빵 계열 향기로 다스리자. 몇 년 전에 이탈리아 와인계에 혜성처럼 등장한 스푸만테 와인의 버블이 탈레조의 개성과 많이 닮은 것 같아 맞대응 시켰다. ‘조상이 하던 대로(metodo ancestrale)’, ‘2차 병 발효(rifermentazione in bottiglia)’, ‘침전물을 놔둔(col fondo)’ 등의 다양한 이름을 갖는 이 스푸만테는 이탈리아 버블 와인의 박물관이다. 보통, 샴페인 방식으로 만든 스푸만테는 효모로부터 탄산가스와 빵, 이스트 향을 얻고 나면 제할 일 다해 무용지물이 된 효모는 제거된다. 그러나 새 와인은 효모를 제거하지 않고 그대로 놔두어, 색깔이 마치 침전물에 떠다니는 막걸리와 흡사하다. 이탈리아에 최첨단 여과장치와 탱크 탄산 제조 기술이 도입되기 전의 농가형 스푸만테 제조방식에서 아이디어를 빌려왔다고 한다.

 

새 스푸만테를 마시는 방법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섞어서 마시자는 흔들 주의자와 효모가 가라앉길 기다려 맑은 와인만 마시자는 순수 주의자다. 여기에 중도주의자가 끼어든다. 맑을 때 마셔도 탁할 때 마셔도 맛있는데 쓸데없는 입씨름으로 시간 낭비하지 말고 개인의 취향에 맡기자는 실속주의다. 심지어 계절 설도 개입한다. 경쾌함과 신선함이 뛰어나 여름에 적당하다는 둥, 탁한 느낌이 주는 묵직함이 겨울 추위를 훈훈하게 녹인다는 둥, 계절변화에 민감한 사람들의 입담이다.

 

마시는 법이야 어떻든 경쾌한 탄산가스에 밀려오는 과일의 청량감과 시각적인 효과까지 겸비해 빠른 속도로 팬 층이 두터워지고 있다. 프로세코 와인은 새 트렌드를 발 빠르게 도입해 프로세코의 가능성과 다양성을 넓혔다. “추남의 뜻을 갖는 Il Brutto(일 부룻토) 프로세코는 그 좋은 예다. 이름은 기존의 맑고 투명한 프로세코에 비해 색깔이 흐릿한 데서 착안했는데, 실제로는 뚝배기보다는 장맛이 낫다는 것을 과시하고 있다. 더구나 탈레조 치즈의 원산지인 트레비조 지방에서 생산되는 와인이기도 해 하늘이 맺어준 천상 궁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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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부릇토 스푸만테를 흔들기 전후에 시음, 탈레조와 궁합 순으로 짝을 맞추어 보았다.

흔들기 전: 사과, 서양배, 대추, 자몽 향 등 프로세코 특유의 향을 풍기며 신맛과 쌉싸름한 맛이 산뜻한 여운을 남긴다. 탈레조는 호도, 술 빵, 이스트 향이 진하지만 정작, 입 안에서는 빵 계열 맛보다는 우유의 단 맛과 결합한 짭짤한 맛이 구미를 당긴다. 상큼한 프로세코의 산미에 탈레조의 담백한 맛이 녹아 들어 은은한 풍미를 낸다.

흔든 후: 와인의 두 층이 섞일 때 탄산가스 주위에 이는 효모의 소용돌이가 생동감을 준다. 와인과 치즈의 호도, , 효모의 개성이 만나 맛의 시너지를 이룬다. 탈레조의 크리미 한 맛이 프로세코의 산미와 쌉쌀함을 두드러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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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측 잔: 흔든 후의 일 부룻토, 침전물이 섞여 잔 건너편에 있는 물체의 색과 버블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  우측 잔: 흔들기 전의 일 부룻토>

 

 

<치즈 마니아를 위한  탈레조 치즈 선택 요령>

주홍 색이나 살몬 색이 도는 탈레조의 껍질은 습하며 손으로 만지면 끈끈한 점액이 묻어 나오는데 이는 치즈가 살아있다는 증거다. 점액의 미끌거림이 식감을 떨어뜨린다는 이유로 껍질을 잘라내고 먹는 경우가 있는데 치즈의 참 맛을 반감시킨다. 워싱할 때 스며든 소금 맛이 껍질에 스며들면서 속 살 전체로 퍼지기 때문에 표피와 속살을 골고루 먹어야 치즈의 감칠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가급적 구입 후 일주일 이내에 먹는 게 좋으며 껍질은 다 먹을 때까지 습기가 달아나지 않도록 젖은 면포를 씌어 보관한다. 탈레조는 사각형 모양으로 표피에는 크기가 같은 4개의 원이 음각돼있다. 세 개의 원 안에는 탈레조의 첫 알파벳인 ’T’와 나머지 원에는 생산자 인식번호가 새겨져 있다. 생산자들은 치즈 표피를 보호하기 위해 껍질 위에 인체무해 종이 라벨을 부착한다. 라벨은 생산자 정보 제공과 치즈 표면의 건조 방지의 이중 목적이 있다. 보통, 여러 크기로 잘라서 판매되므로 조각 치즈에도 원과 종이라벨이 따라와야 한다. 다 먹을 때까지 종이를 떼어내지 말고 축축한 헝겊에 싸서 보관한다.

 

원래 치즈 표피와 속 살은 붙어 있지만 탈레조의 숙성이 상당히 진행되면 껍질이 속 살에서 떨어져 나갈 수도 있다. 표피에서 중심 쪽으로 숙성하는 탈레조의 구심형 숙성 패턴에서 오는 자연스런 현상이다. 단백질이 분해되면 카세인의 망구조가 헐거워지고 표피 밑의 조직이 크림처럼 걸쭉해지는데 이유가 있다. 중앙은 쫄깃하며 주위를 감싸는 속 살이 여름의 어름처럼 녹아 내리는 크림 상태일 때 탈레조가 가장 맛있는 순간이다.

 

<이탈리아에서 스파클링 와인을 고를 때 유용한 팁>

이탈리아 와인 샵이나 마트의 와인코너에 간다면 놓칠 수 없는 아이템이다. 탱크 방식의 가성비와 샴페인 방식의 고급스러운 맛과 센스를 절충한 이탈리아 뉴감성을 누리는 데는 두 눈이면 충분하다.

 

새 스푸만테는와 일반 스푸만테는 병모양과 색깔만으로는 구별이 쉽지 않지만 라벨로 쉽게 알 수 있다. 와인 라벨에 쓰여진 spumante col fondo ②spumante rifermentazione in bottiglia ③ spumante metodo ancestrale로 구별하면 된다. 일반 스파클링 와인은 spumante만 달랑 써있다. 위의 와인들은 약발포성(frizzante 타입, 기압이 4 이하)에다 전통의 취향을 살리기 위해 일반 드라이 와인용 코르크 마개나 왕관 마개를 씌운다.

 

이탈리아답게 라벨 표기 방식도 지방색이 드러난다. 프로세코를 포함한 상당수의 스푸만테는 앞의 두 단어(①, ), 에밀리아 로마냐 지방 산 스푸만테의 경우는 이 선호된다. 에밀리아 로마냐 지방은 새 방식을 토착품종에 적극적으로 접목을 시도하고 있으며, 이 방법을 응용해 양조한 람부르스코의 적색 버블은 참신하다. 단순한 와인에 불과한 람부르스코의 개성이 어디 가겠느냐고 얕보았다가는 큰 코 다칠 수 있다. 선선한 과일 향에 세련미를 덧입혀 복합미를 얻었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WRITTEN BY NanyoungBaek

Sommelier of AssociazioneItaliana Sommelier,

Wine Writer, Blogger, Judging Panel at Wine Competi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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