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병의 인문학 – 복스보이텔(Bocksbeutel)
와인 병의 인문학 – 복스보이텔(Bocksbeutel)
작년 가을부터 개인적으로 소장하고 있던 복스보이텔(Bocksbeutel)이라는 이름을 가진 독특한 모양의 와인 병에 담긴 와인을 다른 사람들에게 선물하거나 그들과 함께 마신 경험이 몇 차례 있었다. 대부분 와인 경험이 많지 않은 사람들이었는데 예외 없이 좋아했다. 병에 담긴 와인도 맛있었지만 그들의 관심은 와인 병에 더 있었다. 이러한 모양의 와인 병을 처음 보는 사람들이 다수였는데 처음에는 위스키라고 짐작했었다고 한다. 이러한 와인 병에 담긴 와인을 구입할 수 있냐고 물어보길래 아주 소량의 와인이 국내에 수입되어 있다고 설명해 주었다. 그들의 호기심이 구매력으로 연결될지는 모르겠지만 복스보이텔 병에 담긴 와인에 대한 관심을 많은 사람들이 가질 것은 틀림이 없다는 생각을 했다. 틈새 시장을 보고 복스보이텔 와인을 수입하는 회사가 앞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나름대로 짐작도 해본다.
주둥이를 가진 납작한 원형의 병모양은 포르투갈의 마테우스 로제(Mateus Rosé) 와인에서도 사용되고, 독일의 바덴 지방에서도 일부 사용된다. 그러나 가장 유명한 것은 독일의 와인산지 프랑켄(Franken) 지방에서 생산되는 와인에 사용하는 복스보이텔이다. 유럽사법재판소는 1983년에 프랑켄 지방의 와인생산자의 희망과는 달리 복스보이텔 형태의 와인 병을 프랑켄 지역에서 생산되는 와인에만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는 판결을 내렸다. 따라서 복스보이텔이 상표권의 지위를 갖지 못하지만 프랑켄 와인의 상징인 것에는 변화가 없다.
1726년에 프랑켄 지방의 중심 도시인 뷔르츠부르크(Würzburg) 시의회는 뷔르거슈피탈(Bürgerspital) 와이너리에서 생산하는 와인 중에서 최고인 뷔르츠부르거 슈타인(Würzburger Stein) 포도밭에서 생산된 와인을 복스보이텔에서 담아서 판매하라고 결정했다. 이러한 전통은 이 와이너리에서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복스보이텔이 문서상으로 처음으로 언급된 것은 1659년 4월 5일이라고 하는데 가장 유명한 역사는 위에서 설명한 1726년에 발생한 일이다.
<뷔르거슈피탈(Bürgerspital) 와이너리에서 생산하는 와인 중에서 뷔르츠부르거 슈타인(Würzburger Stein) 포도밭에서 생산된 와인>
뷔르거슈피탈 이외의 프랑켄 지방의 다른 와이너리에서도 복스보이텔을 사용한다. 다만 이 지역에서 생산하는 모든 와인을 복스보이텔에 담을 수는 없다. 퀄리티가 좋은 와인에만 담을 수 있는데, 포도즙의 당도가 72도 웩슬레(Oechsle) 이상이어야 하고, AP Number를 받기 위한 퀄리티 심사에서 적어도 2.0 이상의 점수를 받아야 한다.
복스보이텔의 사용은 1726년 이전에 시작되었고 그 유래는 보통 수통(Feldflasche)에서 찾는다. 수통은 운반과 휴대에 편한 형태를 갖추고 있고 평평하지 않은 평면에서는 잘 구르지 않는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었다. 현대의 와인셀러에는 보관하기 쉽지 않은 단점이 있다. 복스보이텔이라는 단어의 유래에 대해서는 두 개의 의견이 존재한다. 하나는 기도 혹은 성가를 위한 책을 덮어씌웠던 주머니라는 뜻을 가진 보이텔북(Beutelbuch)에서 유래한다고 하고, 다른 하나는 수컷 염소(Ziegenbock)의 음낭에서 유래한다고 한다.
복스보이텔은 2015년부터 새로운 디자인을 갖게 되었다. 독일의 디자이너인 페터 슈미트(Peter Schmidt)가 디자인한 이 병은 기존의 병에 비해서 병의 옆 부분이 각진 형태를 취하고 있는데 프랑켄 와인이 모두 이 새로운 디자인을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디자인의 복스보이텔을 사용한 디비노(Divino) 와이너리의 와인>
프랑켄 지방은 독일의 13개 와인산지 중에서 여섯 번째로 큰 규모의 와인산지이다. 총 6,130ha의 면적에서 포도가 재배되는데 모젤(91%), 라인가우(86%), 미텔라인(85%)에 이어 화이트 와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82%가 화이트 와인인데 대표적인 품종은 뮐러-투르가우(Müller-Thurgau), 질바너(Silvaner), 바쿠스(Bacchus), 리슬링(Riesling), 도미나(Domina) 순이다. 특히 질바너로 유명하다. 질바너의 최대 산지는 라인헤센으로 총 2,162ha 면적에서 재배되고, 프랑켄의 경우 1,501ha의 면적에서 재배된다. 그러나 프랑켄의 패각석회암층과 적토의 토양에서 재배되는 질바너가 최고의 품질을 자랑한다.
프랑켄 지역의 중심도시는 뷔르츠부르크이다. 가장 유명한 포도밭은 뷔르츠부르거 슈타인(Würzburger Stein)인데 대부분 뷔르츠부르크의 전통의 와이너리 뷔르거슈피탈(Bürgerspital), 율리우스슈피탈(Juliusspital), 슈타트릴허 호프켈러(Staatlicher Hofkeller)가 각 1/3 정도씩 소유하고 있다. 이 포도밭에서 생산된 와인을 이전에 괴테가 즐겨 마셨던 것으로 유명하다.
WRITTEN BY 박찬준 (Chan Jun Park)
Wine Writer / Consultant / University Lecturer
Asia Director of Asia Wine Trophy
등록된 코멘트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