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인문학(2)
와인 인문학(2)
지난 번에 우리나라에서 인문학 열풍이 불게 된 배경을 설명했으니 이번에는 인문학이란 무엇인가 하는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기로 한다. 사실 인문학에 대한 정의는 너무나 다양하다. 획일적이지 않다. 그래도 인문학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면 적어도 인문학이 무엇인가 하는 정의부터 알아야 한다. 몇 가지 예를 소개해보자.
국내에서 인문학 열풍을 주도하고 있는 광고인 박웅현은 <인문학으로 광고하다>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인문학은 인간을 연구하는 학문이고 그 지향점은 지켜야 할 가치를 찾는 것이다. 그렇다면 인문학적이라는 말은 인간에 대한 통찰력을 바탕으로 한 가치지향적이라는 뜻이 된다.” 2011년부터 4년간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 칼리지 대학장을 지낸 인문학자 도정일은 세계적인 동물학자이며 2013년부터 3년간 국립생태원 원장을 지낸 최재천과 2001년 12월에 만나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만남이라는 프로젝트 ‘대담’을 시작했다. 4년 동안 십여 차례 이루어진 그들의 대담과 인터뷰 내용을 담은 책 <대담>이 2005년에 출판되었다. 10년이 지난 후인 2015년에 두 사람은 다시 만나 대담을 펼쳤다. 여기에서 도정일은 “인간과 그의 문화적 성취에 관한 연구가 인문학”이라고 정의했다.
외국의 경우를 살펴보자. 캐나다에 있는 Federation for Humanities and Social Sciences는 다음과 같이 인문학에 대해서 정의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인문학이란 주로 분석적, 비판적 혹은 추측적인 방법으로 인간의 상태를 조사하는 학문분야다. 인문학은 고대와 현대의 언어, 문학, 역사, 철학, 종교 그리고 음악과 연극 같은 시각 및 공연예술을 포함하는데 이것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반면에 사회과학이란 “인문학에 아주 인접해 있는데, 사회와 인간의 행동을 고려하기 위해 보다 경험적인 방법을 사용하는 연구분야”라고 말한다. 또한 인류학, 고고학, 범죄학, 경제학, 교육, 언어학, 정치학 및 국제관계, 사회학, 지리학, 법학과 심리학이 이에 해당되지만 여기에 국한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미국의 록펠러 재단(Rockefeller Foundation)의 후원으로 미국에서 설립된 인문학 위원회(Commission on the Humanities)가 1980년에 발표한 “미국 생활에서의 인문학(The Humanities in American Life)”이라는 제목의 리포트는 인문학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아주 상세하게 정의하고 있다.
“인문학을 통해 우리는 본질적인 문제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한다: 인간적인(human)이라는 것이 무슨 의미일까? 인문학은 실마리를 제공하지만 완벽한 답을 주지는 않는다. 불합리, 절망, 고독, 죽음이 탄생, 우정, 희망, 이성과 마찬가지로 뚜렷한 세상을 사람들이 어떻게 도덕적으로, 정신적으로 그리고 지적으로 이해하려고 노력해왔는지를 인문학이 밝혀준다. 개인이나 사회가 어떻게 도덕적인 삶을 정의하고 그것을 이루려고 노력하는지, 어떻게 시민의 자유와 책임을 조화시키려고 노력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스스로를 예술적으로 표현하는지를 우리는 배운다. 인문학은 필연적으로 고상함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고, 또한 키케로가 ‘모범 행동의 장려’라고 말한 것으로 언제나 개인을 고무시키지도 않는다. 그러나 다른 사람의 입장, 다른 시대나 문화에서 산다는 것과 같은 것을 인지시킴으로 인해 인문학은 우리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고, 우리의 상상이 나래를 펴게 하고, 우리의 경험을 풍부하게 해준다. 인문학은 우리의 독특한 인간적인 잠재력을 키워준다.”
다소 길기는 하지만 나는 인문학에 대한 이 정의가 가장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인문학을 통해서 무엇을 배울 수 있는지, 우리에게 인문학이 무엇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소개한 리포트는 인문학의 범위에 대해서도 설명을 하고 있다.
“여러 세기 동안 가장 흔히 인문학적인 것으로 여겨진 지식분야는 언어와 문학, 역사, 그리고 철학이다. 1963-64년의 Commission on the Humanities는 예술, ‘종교와 법의 역사 및 비교’, 그리고 인문학적인 내용을 가지고 있고 인문학적인 방법론을 사용하는 사회과학의 분야들을 여기에 추가했다. 인문학에 대한 국가적 기부금을 허락하는 법제는 이제 언어학, 고고학, 윤리학을 추가한다. 이 위원회도 마찬가지로 언어와 문학, 역사, 그리고 철학을 인문학의 핵심 분야로 보면서 이러한 추가를 받아들인다.” 언어, 문학, 역사, 철학이 인문학의 핵심분야인 것에는 논쟁이 없지만 어느 범위까지 추가적으로 포함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견이 분분한 것 같다.
WRITTEN BY 박찬준 (Chan Jun Park)
Wine Writer / Consultant / Lecturer
Asia Director of Asia Wine Trophy
등록된 코멘트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