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 빛이 아름다운 아드리아 해(Adriatic Sea)의 VIP (Venezia - Izola - Piran), Part II
오렌지 빛이 아름다운 아드리아 해(Adriatic Sea)의 VIP (Venezia - Izola - Piran), Part II
베네치아에서 오렌지 빛을 와인 잔에 담고 싶은 생각이 들었으니 이제 슬로베니아(Slovenia)의 이졸라(Izola)로 가서 오렌지 와인을 마음껏 즐겨보자. 바로 이곳에서 ‘오렌지 와인 페스티벌(Orange Wine Festival)’이 열리기 때문이다. 오렌지 와인과 이 페스티벌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전에 잠시 슬로베니아를 소개하도록 한다.
슬로베니아는 서쪽으로 이탈리아와 아드리아 해(Adriatic Sea), 북쪽으로 오스트리아, 동쪽으로 헝가리, 남동쪽으로 크로아티아에 국경을 접하고 있으며 발칸반도의 가장 북서쪽에 위치하고 있다. 1918년 세르비아, 크로아티아와 함께 유고슬라비아 왕국을 구성했으며, 1945년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유고슬라비아 사회주의 연방공화국의 일원이 되었다. 1989년 시작된 동유럽의 민주화 물결을 타고 1991년에 독립을 선언해서 현재의 슬로베니아 공화국(Republic of Slovenia)이 탄생하게 되었다. 전체 면적이 2만 제곱 킬로미터를 조금 넘어 경기도의 두 배밖에 안 되는 작은 국가이고 인구는 2백만이 조금 넘는다.
아담하고 고풍스러운 수도 류블랴냐(Ljubljana), 동화같이 예쁜 작은 도시들과 천혜의 자연이 있어서 슬로베니아는 많은 관광객과 휴양객들의 사랑을 받는다. 알프스 산맥과 지중해 사이에 놓여있고 국토의 58%가 산과 숲으로 되어있기 때문에(유럽의 국가들 중에서 두 번째로 높은 비율) 워낙 공기가 좋아서 힐링을 원하는 사람들이 좋아한다. 작년 12월에 시작된 KBS2의 드라마 ‘흑기사’ 가 슬로베니아에서 촬영되어 슬로베니아에 대한 인지도가 우리나라에서 하루가 다르게 올라가고 있다. 게다가 동계 스포츠 강국인 슬로베니아는 평창올림픽 기간에 평창에서 슬로베니아 관광청 주최로 여행업계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관광 워크샵을 개최할 예정이다.
슬로베니아에 다녀온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슬로베니아를 이구동성으로 사랑스런 나라라고 한다. 이것은 전세계 국가 중에서 유일하게 국가의 이름에 LOVE가 들어간 것과 일맥상통한다. 이를 강조하기 위해 슬로베니아는 이전의 슬로건인 “On the Sunny Side of the Alps”를 2007년에 “I feel sLOVEnia”로 바꾸었다.
작년부터 국내에 슬로베니아 와인이 수입되기 시작했다. 한건섭 대표가 운영하는 자연와인 전문수입사 ‘네이처 와인’이 선구역할을 하고 있고 금년 초에는 ‘빈티지 코리아’와 ‘이삭 코리아’가 슬로베니아의 와인을 수입할 예정이다. 슬로베니아 와인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소개하기로 하고 이제 ‘오렌지 와인 페스티벌’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1592년에 설립된 슬로베니아의 바틱(Batič) 와이너리. 최고의 오렌지 와인을 생산하는 이 와이너리의 와인들은 수입사 ‘네이처 와인’에서 수입하고 있다>
베네치아에서 동쪽으로 190km 떨어진 곳에 아드리아 해 연안의 작은 도시 이졸라(Izola)가 있다. 이탈리아의 국경과 아주 가까운 이곳에서는 이탈리아 언어도 공용되고, 이탈리아 언어로는 Isola라고 표기한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 본 이졸라>
인구가 2만 명도 안 되는 이 작은 도시에서 매년 4월에 ‘오렌지 와인 페스티벌’이 열린다. 여기에서 오렌지 와인이란 오렌지로 만든 와인이 아니고 간단히 말하면 레드 와인처럼 양조한 화이트 와인이다. 즉, 침용 기간이 긴 내추럴 화이트 와인이라고 말할 수 있다. 포도 품종, 침용 기간, 발효와 숙성에 사용하는 통의 종류에 따라 칼라, 향, 맛에서 차이가 있는데 칼라의 경우 진하고 어두운 노란색부터 오렌지색까지 다양하다. 그래서 화이트, 레드, 로제와 더불어 ‘제4의 칼라’라고도 한다.
대표적인 오렌지 와인 생산국은 슬로베니아, 오스트리아, 조지아, 이탈리아, 크로아티아이며 작년 슬로베니아의 이졸라에서 열린 오렌지 와인 페스티벌에는 이 5개국의 53개 생산자가 참여했다. 이 행사는 원래 오스트리아의 비엔나에서 2012년에 처음 시작되었고, 이졸라에서는 2013년에 시작되었다. 두 행사 모두 이졸라에 있는 자로(Zaro) 와이너리의 오너인 브루노 자로(Bruno Zaro), 슬로베니아의 와인 저널리스트 사쇼 드라비네츠(Sašo Dravinec), 슬로베니아의 도마치아 노박(Domačija Novak)이라는 레스토랑과 게스트 하우스를 운영하는 보리스 노박(Boris Novak), 이렇게 세 명의 아이디어에 의해 개최되었다. 비엔나에서는 매년 11월에 무제움스크바티어(MuseumsQuartier)에서 열리며, 이졸라에서는 매년 4월에 만지올리 광장(Palača Manzioli)에서 열린다. 작년의 경우 실제로 오렌지 와인을 테이스팅 할 수 있었던 곳은 이 광장에 있는 교회 마리예 알리에츠케(Marije Alietske) 내부와 자로(Zaro) 와이너리가 운영하는 만지올리(Manzioli) 와인 바였다. 만지올리 광장에서는 다양한 음식을 맛보고 구입할 수 있다. 오렌지 와인 페스티벌은 단 하루만 열리며 오후 2시부터 9시까지 방문객을 맞이한다. 입장료는 25유로다. 오렌지 와인이 정말 다양하다는 것을 경험할 수 있으며 와인 전문가나 애호가 모두에게 한 번쯤은 경험하도록 추천하고 싶은 이벤트다.
<오렌지 와인 페스티벌 참가자에게 제공되는 와인 잔>
<만지올리(Manzioli) 와인 바에서의 오렌지 와인 테이스팅>
<오렌지 와인 페스티벌이 열리는 만지올리 광장(Palača Manzioli)에서 무료로 먹을 수 있는 음식>
<교회 마리예 알리에츠케(Marije Alietske) 내부에서 오렌지 와인을 시음하는 모습>
오렌지 와인 페스티벌이 열리는 이졸라에서는 구시가와 아드리아 해변을 산책하기 좋고, 특히 저녁에 멀리 베네치아 방향으로 지는 석양을 바라보는 것과 이 석양을 등지고 수많은 요트가 있는 이졸라 항구를 바라보는 경치가 일품이다. 작년에 베네치아 쪽으로 지는 석양을 바라보며 베네치아를 그리워하고, 석양을 등지고 바라본 이졸라의 오렌지 빛 경치에 감탄을 금할 수 없었던 경험은 아직도 내 가슴속 깊이 남아있다. 오렌지 와인 페스티벌과 너무나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4월 말인데도 비교적 온화한 기후 때문에 전혀 쌀쌀하지 않았고, 많은 요트가 정착해있는 해변을 바라보며 야외의 카페에서 에스프레소 한 잔 마시는 여유는 이졸라에서 반드시 만끽해야 하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석양을 등지고 바라보는 이졸라>
<이졸라 해변에서 요트를 바라다보며 카페에서 마시는 에스프레소>
금년에는 4월 27일에 오렌지 와인 페스티벌이 열린다고 한다. 만약에 이 행사를 방문할 계획이 있다면 베네치아 관광과 연계하면 좋고, 이졸라에서 동쪽으로 약 10km 떨어져 있는 슬로베니아 최고의 관광지 중의 하나인 피란(Piran)을 놓쳐서는 안 된다. 다음에는 이 멋진 항구도시를 소개할 예정이다.
WRITTEN BY 박찬준 (Chan Jun Park)
Wine Writer / Consultant / Lecturer
Asia Director of Asia Wine Trop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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