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한잔으로 달래는 이별의 아픔
와인 한잔으로 달래는 이별의 아픔
모든 이별은 아픕니다. 원하지 않는 이별은 더욱 그렇습니다. 사랑하는 연인과의 이별, 가족이나 친구와의 이별…… 이 세상에서 재회의 가능성이 없는 이별은 더욱 더 아픕니다.
“The show must go on.”, “Das Leben geht weiter.”라고 말하듯 이별로 남겨진 자들의 삶은 계속됩니다. 그럴 수 밖에 없습니다. 현명하게 이별을 승화할 수 밖에 없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각자 자기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이별을 승화합니다.
4살에 사고로 떠난 어린 아들을 생각하며 Eric Clapton은 “Tears in Heaven”이라는 노래를 만들었지요. 나쓰메 소세키는 “그대 돌아오지도 못할 어느 곳으로 꽃을 보러 갔는가”라는 하이쿠를 통해 자살한 동료 문인을 애도했습니다. 타네다 산토카는 “헤어져 멀리서 당신의 술에 취해 있다.”라는 하이쿠를 통해 술은 곧 깨고 말겠지만 당신에 취한 나는 어찌하는가 라며 이별의 고통을 술로 잠시나마 달랬습니다.
술 한잔에 잠시나마 의존하고 싶은 우리는 나약한 존재입니다. 우리의 나약함이 그래도 인간적으로 보입니다.
조지훈이 시 <사모>에서 남의 사람이 된 님을 위해 다음과 같이 노래한 것은 위대해 보입니다.
“한 잔은 떠나버린 너를 위하여
또 한 잔은 이미 초라해진 나를 위하여
그리고 한 잔은
너와의 영원한 사랑을 위하여
마지막 한 잔은 미리 알고 정하신
하나님을 위하여”
이별의 고통을 달래기 위해 마시는 술 한잔이 달콤할 리가 없지요. 헤르만 헤세가 <그대 없이는(Ohne Dich)>에서 알려줍니다.
“지금은 어떠한 기쁨도 슬픔이 되고,
포도주 잔마다 독이 된다.
홀로 있다는 것,
홀로 당신 없이 있다는 것,
그것이 이리 쓰린 것은 미처 몰랐다.”
이향아 시인은 <붉은 포도주>를 통해 아주 처절하게 노래합니다.
“타오르지 못한 말씀의
매운 연기와도 같은
절규하는 장미의
꽃잎을 으깬
슬픈 눈물의
아름다운 목숨의
붉은 것으로 주세요
진한 노래를
입으로야 어찌 마시랴
눈으로 삼킨다”
나약한 존재인 나도 와인 한잔에 이별의 아픔을 잠시나마 달래봅니다.
시간은 멈추지 않고 계속 흐릅니다. 나의 삶도. 이제 “고향에서도 / 이제는 객지 잠 신세 / 철새는 날고”라는 무카이 교라이의 하이쿠를 연상할 날이 아주, 아주 먼 미래의 날이기를 바랄 뿐입니다.
WRITTEN BY 박찬준 (Chan Jun Park)
Wine Writer / Consultant / Lecturer
Asia Director of Asia Wine Trophy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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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센트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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