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하엘 아피츠의 ‘와인의 칼라’
미하엘 아피츠의 ‘와인의 칼라’
비스바덴에 있는 라인마인대학(Hochschule RheinMain)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1965년 태생의 미하엘 아피츠(Michael Apitz)는 친구인 파트릭 쿤켈(Patrick Kunkel), 그의 아버지 에버하르트 쿤켈(Eberhard Kunkel)과 함께 1988년에 <칼 - 슈페트레제 기사(騎士), Karl – Der Spätlesereiter>라는 만화책을 출판하였다. 독일의 와인산지 라인가우에 있는 와이너리 슐로쓰 요하니스베르크(Schloss Johannisberg)에서 슈페트레제(Spätlese)라는 와인이 1775년에 우연하게 탄생한 배경을 코믹하게 묘사하고 있는데 쿤켈 부자가 텍스트를, 미하엘 아피츠가 그림을 맡았다. 라인강변에서 일어난 사건들을 ‘칼(Karl)‘이라는 만화 속의 인물을 통해 코믹하게 표현한 칼(Karl) 시리즈의 12권 중에 첫 권으로 발표된 이 만화는 독일 내에서 엄청난 히트를 치게 되었다. 일본의 기바야시 신과 그의 누이인 기바야시 유코가 함께 아기 다다시라는 필명을 사용하여 공동으로 집필한 만화 <신의 물방울>의 흥행에 비교할 수는 없지만 영어와 일본어로 번역되어 국제적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슐로쓰 요하니스베르크 와이너리 정원에 있는 슈패트레제 탄생의 주인공 동상
‘독일의 아스테릭스(Asterix)’라는 별명을 얻게 된 칼(Karl) 시리즈, 특히 <칼 - 슈페트레제 기사(騎士)>의 성공으로 독일에서 아주 유명해진 미하엘 아피츠는 2,000년경부터 주로 아크릴을 사용하여 라인강변의 유명한 포도밭을 집중적으로 그리기 시작했다. 다양한 칼라를 사용한 그의 작품은 완성되는 대로 팔려 나갔을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보다 큰 상업적인 성공을 위해 아피츠는 오리지널 작품 이외에도 한정수량의 프린트를 액자에 담거나 엽서를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라인가우의 작은 마을 발루프(Walluf)에 있는 아피츠의 갤러리에 가면 칼(Karl) 시리즈와 포도밭 작품들을 많이 볼 수가 있다.
2012년 11월 아피츠의 갤러리를 방문했을 때의 사진
만화가에서 화가로 성공적으로 변신한 미하엘 아피츠 만큼 포도밭을 전문적으로 많이 그린 화가는 없다. 2010년에는 그 동안 그가 그렸던 포도밭 그림을 와인을 주제로 한 독일어 시와 매칭시켜 <와인의 칼라, Farben des Weines>라는 책을 출판하기도 했다. ‘포도밭의 칼라’가 아니고 ‘와인의 칼라’라고 제목을 붙인 것이 흥미롭다. 이 책에서 아피츠는 자신의 작품들이 포도밭의 ‘영혼(Seele)’을 포착하고 예술가로서 느끼는 것을 표현하는 시도라고 설명한다. 이 과정에서 포도밭의 문화/역사적인 배경, 포도품종 및 이 포도밭에서 생산된 와인의 맛도 함께 표현하고 있다고 말한다. 떼루아를 칼라로 포착함으로써 특정한 포도밭 경치에 회화적인 특성을 부여한 것이 결국 자신의 작품이라고 주장한다. 얼핏 보면 아피츠의 작품은 햇빛, 구름, 비, 안개 등의 다양한 자연적인 현상 속에서 관찰한 포도밭의 모습으로 보인다. 그의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사랑하는 사람과 포도밭을 따라 여행하고 싶은 충동을 강하게 느낀다.
아피츠가 발표한 책 <와인의 칼라>에는 각 작품과 와인에 관한 시를 하나씩 매칭하고 있다. 어쩌면 와인을 주제로 예술과 문학을 접목한 첫 시도일 것이다. 이러한 시도는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점차 커지고 있는 국내에서 큰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피츠의 갤러리를 방문하여 그를 처음 만났던 2011년 3월에 그는 앞으로 부르고뉴의 포도밭을 그릴 계획이라고 필자에게 말했었다. 그러나 이 계획은 아쉽게도 아직까지 실행되지 않고 있다.
WRITTEN BY 박찬준 (Chan Jun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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