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블로 네루다의 와인사랑
파블로 네루다의 와인사랑
칠레의 시인으로 1971년 노벨 문학상을 받은 파블로 네루다(Pablo Neruda)는 1973년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에서 세상을 떠났다. 그는 1994년에 개봉된 마이클 래드포드 감독의 영화 <일 포스티노, Il Postino>를 통해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다. 이 영화 속에서 시인 파블로 네루다는 멋진 말들을 많이 한다. 예를 들면 "시를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 감정을 직접 경험해보는 것뿐이야." 이 영화가 얼마나 매력적이었으면 황지우 시인도 <일 포스티노>라는 제목의 시를 썼을까? 황지우 시인의 시에서 가장 멋진 표현은 "이 섬의 아름다움에 대해 말해보라니까는 / 저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으로 답한 너"
파블로 네루다는 정말 멋진 시를 많이 남겼다. 1924년에 발표한 <스무 편의 사랑의 시와 한 편의 절망(絶望)의 노래, Veinte poemas de amor y una canción desesperada>에서 그는 독자적인 시경(詩境)을 개척하였고 국내외에서 유명한 시인의 반열에 오르게 되었다. 그가 쓴 '시(Poesia)'라는 제목의 시는 영화 <일 포스티노>를 계기로 더욱 알려지게 되었는데,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단순히 시에서뿐만 아니라 다른 생활영역에서도 적용될 수 있을 내용을 가진 이 시의 첫 부분인 "시가 나를 찾아왔어"와 끝부분인 "별들과 더불어 굴렀으며 / 내 심장은 바람에 풀렸어"는 너무나 멋진 표현이다. 언제나 이러한 감정을 직접 경험해볼 수 있을까?
칠레에는 파블로 네루다가 거주했던 산티아고(Santiago), 발파라이소(Valparaiso), 이슬라 네그라(Isla Negra)에 있는 집을 파블로 네루다 재단에서 기념관으로 운영하고 있다. 며칠 전 다녀온 칠레와 아르헨티나 와인투어 기간에 산티아고에 있는 기념관을 방문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1953년 네루다는 이 집을 당시의 (은밀한) 연인이었던 마틸레 우루탸(Matilde Urrutia)를 위해 짓기 시작했다. 마틸데의 붉으면서도 산발인 헤어스타일 때문에 네루다는 그녀에게 “라 차스코나(La Chascona)”라는 별명을 지었었는데 이 별명을 이 집의 이름으로 정하기도 했다. 1953년에 네루다는 당시의 부인인 델리아 델 카릴(Delia del Carril)과 살고 있었다. 그래서 “라 차스코나”에는 마틸데를 위해 거실과 침실만 지어졌었다. 1955년 네루다는 두 번째 부인인 델리아와 이혼하고 “라 차스코나”로 이주하게 된다. 그러면서 부엌, 다이닝 룸, 바, 서재 등이 추가로 건축되었다. 원래 네루다는 카탈로니아의 건축가 Germán Rodríguez Arias에게 건축을 의뢰했었지만 집의 방향을 비롯한 모든 세부적인 내용들을 네루다가 정했다. 그 때문에 의뢰를 받았던 건축가 자신도 “라 차스코나”는 네루다의 창작품이라고 인정하고 있다.
<외부에서 본 “La Chascona”의 모습>
<“La Chascona” 건너편에 있는 벽에 그려진 네루다에 대한 그림들>
“라 차스코나”에는 네루다를 사랑하는 전세계의 팬들이 방문하고 있다. 남미에서 물가가 가장 비싼 국가 칠레답게 입장료도 우리나라 돈으로 만원 정도나 받는다. 실내에서의 사진 촬영은 철저하게 금지되어 있다. 오디오 가이드를 통해서 상세하게 각 공간을 설명하고 있는데 다이닝 룸과 여름 바(Summer Bar, Bar de Verano)에서는 와인을 즐겨 마셨던 네루다의 흔적을 만날 수 있다.
<“La Chascona”에 있는 여름 바>
“라 차스코나” 방문의 마지막 공간인 샵에서는 칠레의 운두라가(Undurraga) 와이너리가 파블로 네루다를 기리며 만든 화이트 와인(소비뇽 블랑)과 레드 와인(카베르네 소비뇽)을 만날 수 있다. 그가 와인을 즐겨 마셨던 것은 칠레 중부의 와인산지인 파랄(Parral)에서 태어난 것도 작용했을지 모른다.
네루다 시집을 몇 권 번역한 네루다 전문가 정현종 시인은 “네루다의 시는 언어가 아니라 하나의 생동이다.”라고 말한다. 네루다가 1954년에 발표한 시집 <소박한 것들에 바치는 송가, Odas elementales>에는 ‘포도주에 바치는 송가(Oda al vino, Ode to wine)’가 수록되어 있는데 여기에도 정현종 시인의 해석이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아직 국내에 번역 소개되지 않아서 여기에서는 영문 버전을 소개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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