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od Evening”
“Good Evening”
와인과 예술! 인간의 안녕과 영혼을 위한 두 가지 요소이다. 우리는 이것들을 즐길 수 있으며, 그 가치를 인정할 줄 알아야 한다. 생존을 위해서는 와인도 예술도 반드시 필요한 것이 아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독일의 소설가 장 파울(Jean Paul)은 “예술이 빵은 아니지만 삶에 있어서의 와인이다(Die Kunst ist zwar nicht das Brot, aber der Wein des Lebens).”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러나 예술과 와인은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삶의 의미를 다시 파악하게 만든다. 긴장을 해소해주며 정서적인 풍요로움을 안겨 주고 판타지를 갖게 한다. 또한 우리가 사랑하는 것들의 질과 유래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면, 마음이 맞는 사람들 사이에서 경험할 수 있는 공동체의식을 갖게 해준다. 즐기기 위해서는 뮤즈(muse)가 필요하고, 경매의 대상이고 재테크의 수단으로도 활용되는 공통점을 갖는다. 예술과 와인에서는 인간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들은 창조활동을 통해 개성을 표현하기 때문이다. 위대한 와인은 위대한 예술작품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피상적인 관찰자에게 자신의 진면목을 보여주지 않는다. 진정으로 와인과 예술을 즐기기 위해서는 이것들에 심취해야 한다. 캘리포니아의 전설적인 와인메이커인 로버트 몬다비(Robert Mondavi)가 “좋은 와인을 만드는 것은 기술이고, 훌륭한 와인을 만드는 것은 예술이다(Making good wine is a skill; making fine wine is an art).”라고 말한 것이 결코 우연이 아니다.
와인이 많은 예술가들에게서 주제나 모티브가 되었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는 “포도주 병(La bouteille de vin)”이나 “포도주 1의 병(Bouteille de vin 1)” 등의 작품에서 알 수 있듯이 와인 병을 그렸다. 폴 세잔(Paul Césanne)의 작품에서는 와인 병을 더 자주 볼 수 있다. “폴리베르제르의 술집(Le Bar aux Folies-Bergère)“, “페르 라튀유 가게에서(Chez le père Lathuille)“와 같은 에두아르 마네(Édouard Manet)의 작품에서 와인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마르크 샤갈(Marc Chagall)에게서 와인은 “와인 잔을 든 이중 자화상(Double portrait au verre de vin)“에서 알 수 있듯이 사랑을 의미한다. 네덜란드의 황금시대인 17세기를 대표하는 화가 요하네스 베르메르(Johaness Vermeer)의 작품 세 개에서는 와인이 건전하지 못한 사랑의 묘약으로 묘사되어 있다. 막스 슬레포크트(Max Slevogt)의 “샴페인의 노래(Das Champagnerlied)”나 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i)의 책 <갈라의 와인(Les Vins de Gala)>도 생각해 보라.
라이너 헤스(Rainer Hess), 헬라 놀(Hella Nohl), 미하엘 아피츠(Michael Apitz), 마나 빈츠(Mana Binz)와 같은 독일의 아티스트, 오스트리아의 아티스트 베른트 호락(Bernd Horak)과 루퍼트 회릅스트(Rupert Hörbst), 그리고 웨인 인스럿(Wayne Ensdrud), 찰스 카우프만(Charles Kaufmann), 테리 로저스(Terry Rodgers)와 같은 미국의 아티스트, 프랑스의 멜라니 뤼소(Melanie Lusseault), 에티엔느 메노(Etienne Meneau), 영국의 랠프 스테드먼(Ralph Steadman), 페루의 카사노바 소롤라(Casanova Sorolla) 등은 현대의 아티스트들로서 이들의 작품에서는 와인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한국의 유용상 화가만큼이나 와인을 모티브로 지속적이고 열정적인 활동을 하는 예술가는 세계의 어느 곳에서도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이미 여러해 전에 그는 장래가 촉망되는 젊은 화가로 인정을 받았고 많은 상을 받았다. 그의 작품에 대한 인기는 대단하다. 그의 작품은 수집가로 유명한 삼성뿐만 아니라 국립현대미술관에서도 소장되어 있다.
극사실적으로 그린 그의 와인 잔들은 가득 채워있기도 하고 거의 비워져 있기도 한다. 와인의 방울이나 거품까지 상세하게 묘사되어 있다. 루이 파스퇴르(Louis Pasteur)에 의하면 “한 병의 와인에는 세상의 그 어떤 책보다도 더 많은 철학이 담겨 있다.”고 하는데, 유용상 화가의 작품은 인간, 시간, 공간, 경험, 인간관계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립스틱 자국으로 표현된 사용한 흔적은 만남, 경험, 특성에 대한 이야기를 설명하고 있다. 무대에 막이 오른다. 그리고 공연이 끝난다. 와인을 마시며 서로 대화하고, 웃고, 토론하고, 고민하기도 했다. 사람들은 무언가 특별한 경험을 했다. 누가 그곳에 있었을까?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이제 다가올 일은 무엇일까?
<Good Evening, 116.7 x 80.3cm, Oil on canvas, 2011>
모든 것이 감독에 의해서 의도되었다. 와인 잔을 세워둔 감독. 모든 것이 의미를 갖고 있다. 치밀하게 연출된 상황에 우연이 발붙일 곳은 없다. 우연이란 이미 바깥 세상에서 충분히 자주 일어나고 있지 않은가. 와인 잔이 서있는 무대는 바깥 세계와 유사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실제로 그 무대는 영혼에 의한 창조물이다. 무대를 스스로 부여한 의미에서 새롭게 구성하는 그러한 영혼의.
<The Chosen person(선택받은 사람), 227.3 x 145.5cm, Oil on canvas, 2011>
<Good Evening-비워가다(Go empty), 194.0 x 112cm x 3, Oil on canvas, 2011>
“선택받은 사람(The Chosen person)” 시리즈에서 “Good Evening” 시리즈로 넘어가면서 유용상 화가는 극사실주의에서 약간은 벗어나는 자유를 선택한다. 기포가 ‘과장’되고 와인 잔이 흔들린다. 우리 일상의 폭군인 자의(恣意)와 우연이 그의 작품 언어에 등장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유용상 화가는 인간의 마음 속에 내재되어 있는 것을 표현한다. 사랑에 대한 강한 욕구, 불안정한 방랑 혹은 채워지지 않는 소유욕. 특히 세 개의 와인 잔이 나란히 서있는 작품에서 그는 비움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여러 가지 면에서 답답한 이 현실에서. 비움은 모든 것의 포기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조화가 있는 이상적인 삶으로 가는 길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비움은 새로운 채움의 시작을 의미하기도 하는데…
WRITTEN BY 박찬준 (Chan Jun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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