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정유년을 맞이하며
2017년 정유년을 맞이하며
독일의 저명한 Wine Writer인 루돌프 크놀(Rudolf Knoll)은 별자리와 와인, 띠에 어울리는 와인을 소개한 <Wein Astro>라는 흥미 있는 책을 출판하기도 했습니다. 이 책에서 그는 닭띠의 사람들의 특성을 다음과 같이 소개합니다;
“닭의 해에 출생한 사람들은 흔히 열광적이고 쉽게 감격한다, 항상 활동적이며 용기와 유머를 가지고 있다. 때로는 깊이 생각하지 않고 말을 뱉기도 하고 비아냥거리기도 한다. 성공을 만끽할 때는 다른 사람들에게 우쭐하기도 하고 조금 거만하게 굴기도 한다. 주위의 좋은 조언에 귀를 기울이는 편은 아니다. 완벽주의자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 다른 사람들보다 모든 것을 더 잘 안다. 자신에게 높은 잣대를 세우며 이를 판단의 기준으로 삼는다. 닭띠 사람들은 강한 에너지를 다른 사람들에게 기꺼이 나눠준다. 부지런하고 수완이 좋다. 자신의 장점을 알며 이를 활용한다. 어떠한 결정을 내렸을 때는 잘 번복하지 않는다. 항상 신뢰할 수 있는 동료이다.”
루돌프 크놀은 닭띠의 사람들이 할인점이나 마트에서 파는 와인보다 좋은 와인을 즐겨 마신다고 합니다. 트라미너(Traminer), 무스카텔러(Muskateller) 혹은 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을 좋아하며 레드 와인의 경우 피노 누아(Pinot Noir)를 선호한다고 합니다. 음식에 있어서도 까다로운 편이어서 어떤 음식을 먹을지에 대한 성향이 뚜렷하다고 합니다.
루돌프 크놀의 이러한 설명이, 더구나 서양인인데,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는지는 솔직히 모릅니다. 누구보다도 닭띠의 사람들이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겠지요. 아직 구정이 다가오려면 약 한 달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러한 내용이 지금 적절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한 해가 마무리되고 새해가 시작될 즈음이면 우리는 다양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합니다. 보통의 경우 지난 한 해를 반성 혹은 성취감으로 뒤돌아봅니다. 칠레가 낳은 시인 파블로 네루다는 <질문의 책>이라는 시집에서 이렇게 묻습니다. “그리고 십이월과 일월 사이에 있는 달의 이름은 무엇일까?”, “무슨 권한으로 사람들은 포도송이의 열두 알을 셀까?”, “왜 일 년 내내 계속되는 좀더 긴 달을 우리한테 주지 않았을까?” 이러한 우습고 엉뚱한 질문은 판에 박힌 일을 하며 지내온 지난 한 해를 여유롭게 돌아볼 수 있는 상상력을 제공해줍니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새로 다가오는 해에 대한 기대와 희망이겠죠. 그래서 12월 31일에서 1월 1일로 넘어가는 순간에 많은 사람들이, 특히 유럽인들의 경우 건배를 하며 서로 덕담을 주고 받습니다. 보니 타일러(Bonnie Tyler)는 1970년대에 히트한 곡 <Lost in France>에서 “I was lost in France / And the vines were overflowing”이라고 노래합니다. 그러나 프랑스에서만 와인이 넘쳐 흐르나요?
1년 중에서 와인이 가장 많이 소비되는 것이 성탄절과 신정 사이일지 모릅니다. 특히 스파클링 와인의 소비가 많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코르크를 따는 소리를 들으며 생기 넘치는 기포와 함께 건배를 하는 것이 제격이니까요. 건배는 육체적, 정신적 건강을 기원하는 관습입니다. 스파클링 와인으로 건배를 할 경우 기포가 갖는 신선함과 생동감이 더욱 의미를 더해줍니다. 오스트리아의 작가 프란츠 그릴파르처(Franz Grillparzer)는 시 <윤창, Rundgesang>에서 샴페인을 왕의 와인, 소녀의 와인, 사랑의 와인, 자유의 와인, 우정의 와인이라고 노래합니다. 샤를 보들레르는 그의 유일한 시집 <악의 꽃>에서 <넝마주의들의 포도주>, <살인자의 포도주>, <외로운 자의 포도주>, <연인들의 포도주>에 대해서 노래합니다. 프란츠 그릴파르처도, 샤를 보들레르도 와인이 우리 내부에서 일으키는 경이로운 변화에 따라 사람들을 몇몇 부류로 나눈 것입니다. 그런데 왠지 연말에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요. 오히려 프랑스의 철학자 장 그르니에가 <일상적인 삶>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는 것이 현실과 이상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는 연말에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이 세상의 내재성을 상징하든 아니면 저 높은 곳의 초월성을 지시하든, 포도주는 어쨌거나 승화(즉 마셔버리기!) – 이것은 떨치기 힘든 유혹이다 –의 대상이다. 우리가 승화라는 말을 이처럼 한번 모호하게 써보면 현실과 이상이 다정하게 섞일 수도 있으리라. 이 혼동으로부터 출발하여 혼융에 이를 수 있는 자 행복하여라!”
현실과 이상이 다정하게 섞인다는 표현이 참 멋지다는 생각을 합니다. 여러분들의 이상은 무엇인가요? 저는 누군가의 가슴 안에 있는 시(詩)를 읽을 수 있는 여유를 가져봤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위대한 남작(Gran Barón)이라는 뜻을 가진 스파클링 와인으로 한 해를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Che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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