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기다림의 동반자(2)
와인, 기다림의 동반자(2)
여성 종업원이 있는 독일의 술집에서는 남자 손님이 들어오면 여성 종업원이 다가와 같이 한 잔 마시지 않겠느냐고 물으며 피콜로(Pikkolo)를 사달라고 한다. 피콜로는 원래 독일의 젝트 생산자인 헨켈이 0.2 리터 크기의 작은 병에 담은 젝트 ‘헨켈 트로켄(Henkell Trocken)’의 상표였지만, 지금은 일반화되어 이 작은 병에 담은 스파클링 와인이라는 의미로 사용된다. 왜 피콜로가 남성의 주머니를 가볍게 하고 남성을 유혹하는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여성 종업원들은 피콜로를 마시며 남자 손님들이 더 많은 매출을 올려주기를, 자신들의 또 다른 유혹에 넘어가기를 기다린다. 독일의 아티스트 마나 빈츠가 1999년에 그린 작품 <L’attente, 기다림>은 발코니에서 란제리만 입은 여성들이 볼랭저 샴페인을 마시며 남자 손님을 기다리는 모습을 담고 있는데, 이는 스파클링 와인이 기다리는 여심을 달랜다는 의미를 작품화한 것이다.
에로틱이 전면에 등장하지 않지만 실제로 더욱 노골적인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것은 렘브란트와 더불어 네덜란드의 황금시대인 17세기를 대표하는 화가 요하네스 베르메르가 그린 2개의 작품이다. 하나는 <신사와 포도주를 마시는 여인>이고, 다른 하나는 <포도주 잔을 든 여인>이다. 이 두 개의 작품에서 와인이 사랑의 묘약, 작업주의 역할을 한다. 남성이 여성에게 와인을 마실 것을 권하고 있으며, 그 음주의 효과로 부적절한 남녀간의 관계가 성사될 것이라는 것이 암시되고 있다.
와인이라는 수단을 통해서 여성이 약해지기를 기다린다는 점에 있어서는 모차르트의 오페라 돈 조반니에 나오는 <샴페인의 노래>도 매한가지다. “포도주로 머리가 뜨거워지도록 잔치판을 준비해라 / 광장에서 여자를 보거든 모두 초대해라 / 각자 마음껏 춤을 추라지 / 여기서는 미뉴에트 저기서는 폴리아 / 거기서는 알르망드 / 그 동안 나는 내 재미를 찾으련다 / 이 여자를 사랑하고 저 여자를 품으며 / 내일 아침이면 내게 정복당한 여자들은 두 자리 수가 늘어나겠지” 거꾸로 여성의 입장에서 보면, 자존심 때문에 쉽게 ‘허락’하기는 뭐하니 와인을 조금 마셔서 용기를 얻을 때까지 기다려 달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특히 <포도주 잔을 든 여인>의 경우 잇몸을 들어내며 작품의 관찰자를 향해서 웃고 있는 정숙하지 못한 여자의 모습이 그러한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
<포도주 잔을 든 여인, 캔버스에 유채, 78 x 67.5cm, 1659/1660>
와인 애호가 중에서 요한 볼프강 폰 괴테만큼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나쁜 와인을 마시기에 인생은 너무나 짧다”라는 명언을 괴테가 남긴 것인지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논쟁하고 있지 않지만,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다. 하지만 괴테는 “와인을 마시지 않는 사람은 죽은 거나 마찬가지다”라고 단언했다. 그는 와인이 인간의 육체와 영혼, 건강과 정신적 능력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믿었다. 와인을 마시고 관찰하면서 또한 와인 마시는 습관을 지속적으로 바꾸어가면서 평생 이러한 영향에 대해서 탐구했다. 괴테는 하루에 평균 한두 병의 와인을 마셨다고 한다. 그의 문학작품에서도 와인은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비록 괴테는 프랑크푸르트에서 태어났지만 그의 마지막 거주지였던 바이마르에서는 괴테 탄생일에 즈음하여 ‘괴테 와인축제(Goethe Weinfest)’가 열린다. 이 축제가 열리는 것이 벌써 30년 가까이 되었다.
사실 와인은 괴테를 ‘요람에서 무덤까지’ 동반했다. 괴테의 어머니는 3일 동안의 진통 끝에 괴테를 낳았다고 한다. 그러나 이 아이는 살아있는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다급한 나머지 산모가 따뜻하게 덥힌 와인을 나무통에 담고 이 아이를 목욕시키며 명치 부분을 마사지했다. 그제서야 이 아이의 우렁찬 울음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괴테가 이와 같이 태어날 때부터 와인과 인연을 가지게 된 것에 대해서는 독일에서 널리 알려져 있다. 당시에 와인산지였던 프랑크푸르트에서 괴테의 부모가 와인을 생산했던 역사적인 사실도 마찬가지다. 괴테는 죽는 순간까지도 와인을 마셨다. 괴테의 임종을 지켜본 코우드라이(Coudray)라는 바이마르 건축 담당 정치가의 말에 의하면 괴테가 남긴 마지막 말은 “내가 마실 와인에 설탕을 넣지 않았네”였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은 괴테의 마지막 말이 “더 많은 빛을!”이라고 말하기도 하는데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많다. 여하튼 괴테가 인생의 마지막 순간을 기다리며 와인을 마셨다는 것에 대해서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
WRITTEN BY 박찬준 (Chan Jun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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