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쿠스의 승리, 바쿠스의 테이스팅
바쿠스의 승리, 바쿠스의 테이스팅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는 매력적인 관광거리가 많은 도시다.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마드리드야말로 와인의 향기처럼 가장 스페인적인 아로마를 풍기는 도시”라고 극찬했었다. 취향에 따라 선호하는 것이 다르겠지만 지난 3월 마드리드에 처음 갔을 때 내게 가장 관심이 있었던 것은 프라도 미술관(Museo del Prado)이다. 선정하는 사람들마다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프라도 미술관은 파리의 루브르,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에르미타주 미술관과 더불어 세계 3대 미술관으로 언급되는 경우가 가장 많은 것 같다. 아무튼 개인적인 취향과 무관하게 마드리드에서 1년에 약 300만 명이 찾는다는 프라도 미술관을 방문하지 않는 것은 마치 파리에서 루브르에 가지 않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프라도 미술관 앞에 있는 스페인의 화가 디에고 벨라스케스의 동상>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는 프라도 미술관에서 가장 인상 깊게 본 작품은 17세기 스페인의 궁정화가인 디에고 벨라스케스(Diego Velázquez)의 <바쿠스의 승리(El triunfo de Baco)>였다. 고야나 렘브란트 등의 훌륭한 작품도 많이 있지만 와인과 관련된 예술작품에 대한 관심 때문이었다. <술꾼들(Los Borrachos)>이라는 제목으로도 불리는 이 작품은 벨라스케스가 1628/1629년에 그린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 바쿠스 신은 세속화되어 있다. 남루한 농부들 사이에 앉아 있는 바쿠스는 그들 중 한 명에게 포도나무 잎으로 만든 화관을 씌어주고 있으며, 농부들 중의 두 명은 이 작품의 관찰자를 향해 시선을 주고 있다. 이 작품은 신(神)적인 것보다는 알코올을 섭취한 후에 즐겁게 취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벨라스케스의 작품 ‘바쿠스의 승리’>
페루 태생으로 오스트리아에서 한 때 화가로 활동한 루이스 카사노바 소롤라(Louis Casanova Sorolla)는 벨라스케스의 이 작품을 2008년에 레드 와인만으로 모방하여 그린 적이 있다. 자신의 예술을 ‘Wine on Paper’라고 부른 소롤라는 다양한 칼라를 갖고 있는 레드 와인을 물감 대신 사용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정교하게 보여주었다.
<레드 와인으로 그린 소롤라의 작품>
스페인에서 개최되는 최고의 국제와인품평회의 이름은 바쿠스(Bacchus)다. 마드리드에서 열리니 프라도 미술관에 있는 벨라스케스의 작품명과도 연결이 가능하여 그 이름이 더 멋지게 들린다. UEC(Unión Española de Catadores, Spanish Tasters’ Union)가 주최하는 이 국제와인품평회는 국제와인기구 OIV의 승인 및 감독 하에 개최되며, VINOFED(World Federation of Major International Wine & Spirits Competitions)의 멤버다. 행사 장소는 마드리드 시내에 있는 카지노(Casino de Madrid) 건물이다. 1836년에 건축된 이 건물은 이름과는 달리 도박을 위한 용도로 사용되지 않고 1910년에 형성된 신사를 위한 클럽 건물이다. 총 5층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바쿠스의 테이스팅은 메인 층에 있는 레알 살롱(Salón Real)이라는 이름을 가진 공간에서 이루어진다. 여러 개의 멋진 공간 중에 하나인 이곳의 분위기와 행사의 국제성 때문에 바쿠스 주최측은 이 국제와인품평회에 초대된 심사위원들에게 가능하면 정장을 입을 것이다.
등록된 코멘트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