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마실 핑계

2021.05.12 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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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마실 핑계

 


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 핑계 저 핑계 대고 술을 마십니다핑계라는 단어가 부정적인 의미를 갖고 있으니 이러한 표현을 애주가들은 싫어하겠지요술을 마시는 이유라는 표현이 더 적합할 수 있다는 것 인정합니다또한 그냥 술이 좋아서 마시기도 하지 않나요아무런 핑계 없이핑계나 이유가 없더라도 지인들과 모이는 자리에서 자연스럽게 술이 동반되기도 하지요일종의 습관처럼꼭 술을 마시고 싶어서는 아니지만 성인들이 모일 마땅한 자리가 술집 이외에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기도 하겠죠낮에 사람들이 커피숍에서 만나 거피 한 잔에 대한 특별한 욕구가 없어도 한 잔 마시는 것처럼술을 마시는 자리는 술이 주가 되는 경우도 있고 음식이 주가 되면서 술이 반주의 역할만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전자의 경우에 핑계나 이유가 더 필요하겠죠.

 

많은 문학가가 술에 대한 시를 썼고 국제적으로 유명한 인사들이 술특히 와인 마시는 이유에 대한 명언을 남긴 것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와인 중에서도 특히 샴페인과 연관된 것이 많습니다몇 가지 예를 들어보지요.

 

독일의 작가인 프리드리히 폰 보덴슈테트(Friedrich von Bodenstedt, 1819~1892)가 다음과 같이 쓴 것은 정말 멋지다는 생각이 듭니다요즈음 같은 봄에 술 마시는 핑계로 한 번 읊어볼 만합니다.

 

겨울에는 봄을 기다리며

와인을 마시고 노래를 부르며,

봄이 오면

봄이 왔음을 기뻐하며 다시 와인을 마신다.”

Im Winter trink ich und singe Lieder

Aus Freude, dass der Frühling nah ist 

Und kommt der Frühling, trink ich wieder

Aus Freude, dass er endlich da ist.

 

샴페인을 즐겨 마셨던 나폴레옹 1세와 윈스턴 처칠이 다음과 같이 간접적으로 샴페인에 대한 예찬을 한 것은 너무나도 유명합니다.

 

“전투에서 승리했을 때는 이를 축하하기 위해패했을 때는 위로 받기 위해 샴페인이 필요하다."
I drink Champagne when I win, to celebrate and I drink Champgane when I lose, to console myself.

나폴레옹 보나파르트(Napoleon Bonaparte, 1769 ~ 1821)

 

“승자는 샴페인을 마실 자격이 있고패자는 샴페인으로 기분을 풀어야 한다."
In victory we deserve it, in defeat we need it.

“샴페인을 마시는 경우는 오직 두 가지이다저녁을 위한 게임이 있을 때와 게임이 없을 때이다.

"There are only two occasions when I drink Champagne, and these are: when I have game for dinner and when I haven't." 

윈스턴 처칠(Winston Churchill, 1769 ~ 1821)

 

기쁜 일이 있을 때나 슬픈 일이 있을 때나 샴페인을 마셔야 한다고 하니그것도 평범한 사람이 아닌 그들이우리가 유사한 핑계를 대고 와인을 마실 수 있는 기회가 얼마나 많겠어요그런데 저와 같이 평범한 사람들의 경우 이러한 핑계를 자주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

 

샴페인 생산자였던 마담 릴리 볼랭저(Lilly Bollinger, 1899~1977)가 남긴 명언은 어쩌면 생산자의 입장에서 당연한 것으로 보입니다나폴레옹이나 처칠에 비해서 섬세하게 표현했지요.

“나는 행복할 때나 슬플 때 샴페인을 마신다때로는 혼자 있을 때 마시기도 한다손님을 모실 때 샴페인을 서빙하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배가 고프지 않을 때는 한 모금 음미하기도 하고 배가 고플 때는 마셔준다그밖에는 일체 손대지 않는다목이 마를 때를 제외하고는 말이다."
I drink my Champagne when Im happy and when Im sad. Sometimes I drink it when I'm alone.  When I have company I consider it obligatory. I trifle with it if I'm not hungry and drink it when I am. Otherwise I never touch it - unless I'm thirsty.

 


 

간결하면서도 멋진 것은 역시 코코 샤넬(Coco Chanel, 1883 ~ 1971)이 남긴 명언입니다.

“나는 오직 두 경우에만 샴페인을 마신다사랑할 때와 그렇지 않을 때."
I only drink Champagne on two occasions. When I am in love and when I am not.

 

코코 샤넬의 사생활특히 사랑 경험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합니다만약 사랑의 아픔이 있었다면 적어도 그 순간에는 이렇게 말하지 않았겠죠많은 시간이 지난 후에나 가능하지 않을까요사랑과 연관된 코코 샤넬의 명언을 여기에서 옮기며 청록파 시인 조지훈의 시 <사모>가 생각나서 소개해 봅니다.

 

사랑을 다해 사랑하였노라고 
정작  말이 남아 있음을 알았을 때 
당신은 이미 남의 사랑이 되어 있었다 
불러야 할 뜨거운 노래를 가슴으로 죽이며 
당신은 멀리로 잃어지고 있었다 
하마 곱스런 눈웃음이 사라지기 전 
두고두고 아름다운 여인으로만 잊어달라지만 
남자에게 있어 여자란 기쁨 아니면 슬픔 
다섯 손가락 끝을 잘라 핏물 오선 그어 
혼자라도 외롭지 않은 밤에 울어 보리라 
울다가 지쳐 멍든 눈흘김으로 
미워서 미워지도록 사랑하리라 
한 잔은 떠나버린 너를 위하여 
또 한 잔은 이미 초라해진 나를 위하여 
그리고 한 잔은 너와의 영원한 사랑을 위하여 
마지막 한 잔은 미리 알고 정하신 
하나님을 위하여

 

우리나라에서는 와인의 역사가 그리 오래되지 않았으므로 와인을 주제로 혹은 소재로 언급한 시나 명언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그러나 찾아보면 술에 관한 멋진 글들이 많습니다동양적인 정서 때문인지 가슴에 더 와 닿습니다조지훈의 시에서 여인과 여자가 일제에 짓밟힌 조국인지 그냥 인간인지 모르지만 너무나 멋지다고 생각해서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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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박찬준 (Chan Jun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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