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Homage to Hermann Hesse – Part I 와인애호가 헤세와의 만남
A Homage to Hermann Hesse – Part I 와인애호가 헤세와의 만남
“펜과 붓으로 작품을 창조해내는 것은 내게 포도주와도 같아서, 그것에 취한 상태가 삶을 그래도 견뎌낼 수 있을 정도로 따스하고 아름답게 만들어준다(Das Produzieren mit Feder und Pinsel ist für mich der Wein, dessen Rausch das Leben so weit wärmt und hübsch macht, dass es zu tragen ist).”
당신은 1920년에 오스트리아의 작가인 프란츠 칼 긴츠카이(Franz Karl Ginzkey)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렇게 적었습니다. 당신이 탄생한지 139년이 되는 7월 2일이 다가오면서 나는 다른 어느 것보다도 이 글을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당신의 삶에서 문학과 예술 그리고 와인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했는지 이보다 더 간결하면서도 함축적으로 표현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고백합니다. 내가 당신을 정말 좋아하게 된 계기는 당신의 문학작품 때문이 아니었다는 것을. 당신이 위대한 와인애호가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틈나는 대로 다시 당신의 문학작품들을 읽어가며, 때로는 당신의 문학작품과 인생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글들을 읽으면서, 와인애호가로서의 당신보다는 문학가이자 평화주의자로서의 당신을 더 좋아하게 되었답니다. 그리고 젊었을 때 당신의 문학작품을 많이 읽지 못했던 것에 대해서 깊이 후회하고 있습니다.
<오스트리아의 카투니스트인 루퍼트 회릅스트(Rupert Hörbst)가 그린 헤르만 헤세 카툰>
당신이 위대한 와인애호가였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된 것은 독일어로 출판된 책 <뮤즈 와인 – 명정과 창조성 사이에서(Die Muse Wein – Zwischen Rausch und Kreativität)>를 6년 전에 중고로 구해서 이 책에 수록된 당신의 와인에 대한 사랑을 읽었을 때입니다. 그때부터 나는 당신의 와인과 연관된 인연을 찾기 시작했지요. 2012년 11월 초 당신의 사망 50주년을 추모하는 예술작품 전시가 당신의 고향인 칼프(Calw)에 있는 헤르만 헤세 박물관에서 열렸습니다. 이 전시회에서는 내 친구인 독일의 아티스트 이벨레 폰 알츠하임(Yvelle von Alzheim)이 40개의 티포그라피(Typographie) 작품을 전시했었지요. 이 친구가 전시를 준비하기 위해 헤르만 헤세 박물관에 처음 갔을 때 박물관 내에 있는 당신의 와인과 연관된 사진을 찍어 내게 페이스북으로 실시간으로 보내주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때 내가 얼마나 행복했었는지 당신은 모를 겁니다. 2012년 가을 지인들과 독일과 프랑스 와인투어를 갔을 때 전시회가 처음 열리는 11월 9일 바로 전날 칼프로 갔었습니다. 박물관장이 특별히 허락을 하여 친구가 저녁 시간에 박물관에서 작품을 거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처음으로 방문한 칼프, 처음으로 당신의 박물관에서 나는 당신의 와인과 관련된 인연들을 자세히 살펴보았습니다. 아~ 그 기쁨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습니다.
<헤세의 작품을 활용해서 만든 이벨레 폰 알츠하임의 작품>
<헤르만 헤세 박물관에서 찍은 사진>
1909년에 뮌헨에서 찍은 것으로 추정되는 이 당신의 사진은 정말 멋집니다. 우아하게 양복을 차려 입고 레드 와인이 담긴 잔을 행복하게 바라보는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금방이라도 와인 잔을 돌리고 향을 맡고 이어서 한 모금 마실 것처럼 보입니다. 당신은 분명히 이 순간 과거의 어떤 행복한 경험을 되새기고 있었을 것입니다. 나는 아직까지 이보다 멋진 와인애호가의 모습을 본 적이 없습니다.
1904년에 당신이 발표한 첫 장편소설 <페터 카멘친트>는 당신을 유명하게 만들었습니다. 자서전적인 성격이 강한 이 작품에서 당신은 와인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이 적고 있습니다.
“강하고 달콤한 주신(酒神)은 변함없는 내 벗이 되어서 오늘날까지 이르렀다. 주신처럼 강한 것이 있으랴? 그처럼 아름답고, 공상적이고, 열광적이며, 명랑하고, 또한 우울한 것이 있으랴? 주신은 영웅이요 마술사다. 유혹자며 에로스의 형제다. 그는 어떠한 불가능한 것도 할 수 있다. 가난한 사람의 마음을 아름답고 훌륭한 시로써 충만 시킨다. 그는 나 같은 은자와 농부를 왕으로, 시인으로, 현자로 만들었다. 텅 빈 생명의 조각배에 새로운 운명을 싣고 파선한 자를 위대한 생명의 급한 물결 속으로 되몰아주었다.
와인은 그런 것이다. 그러나 와인도 모든 재능이나 예술과 마찬가지다. 그것은 사랑을 받고, 요구 받고, 이해되며, 노력에 의해서 얻어야만 한다.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와인은 수많은 사람을 죽인다. 늙게 만들고, 죽이고, 그들에게 있는 영혼의 불길을 꺼버린다. 그러나 와인은 그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축제에 초대하고 그들에게 행복의 섬으로 가는 무지개의 다리를 놓아준다. 그들이 피로를 느끼면 와인은 머리 밑에 베개를 베어주며, 그들이 비애의 함정에 빠지면 친구처럼, 위로하는 어머니처럼, 조용히 정답게 안아준다. 와인은 혼란스러운 인생을 위대한 신화로 바꾸어주고, 큼직한 하프로 창조의 노래를 연주한다.”
당신은 <페터 카멘친트>를 발표한 한해 후인 1905년 5월 14일 비엔나에서 발행되는 일간지 노이에스 비너 탁블랏(Neues Wiener Tagblatt)에 <와인연구(Weinstudien)>라는 글을 발표해서 친구이자 스위스의 화학자인 콘라드 포이퍼(Konrad Pfeuffer)와 함께 스위스 와인가이드를 공동으로 발행하려다 실패한 경험담을 소개했습니다. 이러한 사실 때문에 당신이 <페터 카멘친트>를 쓸 무렵 얼마나 와인에 대한 이해가 깊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페터 카멘친트>에서 적은 당신의 글은 와인을 대하는 철학에 대해 알려주고 있습니다. 와인의 긍정적인 효과와 부정적인 효과가 와인을 마시는 사람에 달려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페터 카멘친트>는 와인을 인문학적으로 접근하고 싶은 내게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답니다. 그런데 참 이상하지요. 공교롭게도 이 책이, 최근 다시 읽은 이 책이 와인애호가로서가 아니라 문학가이며 평화주의자로서의 당신에 더욱 매력을 갖게 하니 말입니다.
WRITTEN BY 박찬준 (Chan Jun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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