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난영의 이탈리아 와인] 16.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는 이탈리아 와인세계
<6월 8일 밀라노 중앙역. 이탈리아 국내이동이 자유로워졌지만 철도이용 승객은 소수다. 이미지 제공: Rosanna Brambilla>
6월 3일부로 이탈리아는 국경 문을 활짝 열었다. 이에 따라 이탈리아인들의 자국 내 이동과 유럽회원국 내 출입이 가능해졌고 표면상 코로나19 사태 이전으로 회귀한 것처럼 보인다. 유럽회원국 중 이탈리아가 최초로 국경을 연 속사정은 아사 직전의 관광산업을 구해야겠다는 절박한 심정을 담고 있다. 반면, 유럽회원국들은 자국 봉쇄 조처를 6월 15일 이후나 점진적으로 해제할 예정이다. 이탈리아가 EU회원국과 쉥겐협약국 등 30여 개국 입국자를 자가격리 없이 입국할 수 있게 한 조처와는 사뭇 다르다.
사실, 동병상린 해야 할 유럽회권국들이 이탈리아를 대하는 인심은 야박하다. 오스트리아, 스위스, 스웨덴, 노르웨이는 입국허가국 리스트에서 이탈리아를 제외했다. 그리스는 북이탈리아 3개 주를 제외한 EU 회원국 시민권자에 한해 격리의무 없이 받아들이겠다고 했다가 급파된 이탈리아 외무부장관과 담판 후 긍정적으로 예외규정 취소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한 외국인이 개인사정상 당장 이탈리아로 출발해야 한다고 하자. 출입국절차, 지역간 이동, 숙박 등 평상시에도 만만치 않은 장벽들. 과연 그는 장벽을 헤쳐가며 이탈리아에 온 소기의 목적을 무난히 달성할 수 있을까?
출입국 절차
이탈리아 양대 관문 중의 하나인 밀라노 말펜사 국제공항의 사정을 살펴보자. 이탈리아 국영항공사 알리탈리아(Alitalia)는 5월 중순부터 로마, 팔레르모, 사르데냐 등 일부 국내노선을 재개했다. 유럽도시노선 및 이탈리아 국내선 전용공항인 리나테(Linate)가 폐쇄된 상태라 당분간 말펜사 공항을 이용해야 한다. 유럽 메이저 항공사들은 제한적으로 말펜사 행 항공기를 띄웠으며 일부 외국항공사들은 노선재개를 미루고 있다. 루프트한자 항공은 프랑크푸르트와 뮌헨 발 밀라노 행 기편을 6월 16일부터 개시할 예정이며 대한항공은 7월말까지 운행예정이 없다. KLM 항공은 5월 3일부터 암스테르담 공항 발밀라노 행을 1일 1편, 에미레이트 항공은 두바이-밀라노 노선을5월 21일부터1주 3편씩 운행하고 있다. 프랑스 에어는 아직 관망자세고 유럽 최대 저가항공사인 라이언에어는 이탈리아 일부 국내노선을7월 2일부로 재개한다고 발표했다.
지역간 이동
시민의 발노릇을 하는 철도회사도 6월 3일부터 운행을 개시했다. 국영철도회사인 Trenitlia(트레니탈리아)는 대도시를 연결하는 고속열차(Freccia Rossa와Freccia Argento) 운행횟수를 80회로 늘렸고, Intercity(우등열차) 열차는48회, 중소도시를 연결하는 레조날레 차량은 4653회로 늘린다고 발표했다. COVID-19이전 운행시간과 횟수는 이탈리아인들의 정상생활 회복속도와 맞물려 늘릴 방침이다. 현재로서 목적지가 소도시라면 고속열차를 타고 대도시에 도착한 후 철도역에 상주하는 렌터카회사를 이용하는 게 최상일 것 같다. 5인 미만의 승용차를 렌터할 경우 가족에 한해 정원수대로 탈 수 있다. 만일, 식구가 아닌 합승자가 탈 경우는 운전자를 포함해 2인이 정원이다. 조수석은 비워놓고 뒷자리에 앉아야 한다. 승합차도 승용차와 같은 룰이 적용된다. 타인인 경우 열마다 한 사람씩 태우고 운전자까지 최대 3명까지 탈 수 있다.
숙박의 경우
호텔 및 아그리투리스모(농가를 개조한 숙박시설)는 5월 18일부터 영업을 시작했다. 6월 5일자로 호텔 개장률은 40%이며 26,8%의 호텔은 6월말까지 개장을 보류하고 있다(Federalberghi 연합집계). 대도시 소재 호텔은 선택폭이 넓으나 중소도시 숙박을 생각하고 있다면 좀더 신중해질 필요가 있다. 5월말부터 개장한 바(bar, 커피숍)는 첫 2주간은 테이크 아웃 서비스만 하다가 점진적으로 실내 넓이와 사회적 간격이 허락하는 내에서 실내음용을 허락했다. 현지인들처럼 실외 테이블을 갖춘 바를 찾아가서 방역걱정 없이 에스프레소를 음미하는 것이 안전할 듯하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식당 안전수칙은 국제 에티켓화한 지 오래다. 예약필수, 웨이터가 지정하는 자리에 가서 앉기, 식구들끼리는 한 테이블에 앉아 마주보며 식사 가능, 친구나 타인의 경우는 사방 1m 떨어진 테이블에 착석, 테이블 수가 부족하면 같은 테이블을 사용하되 한 방향 또는 지그재그로 앉는 등 한국식당 안전수칙과 다르지 않다. 종이메뉴를 꺼려하는 것도 마찬가지. QR 코드메뉴는 빠르게 신식당 풍속도로 자리잡았다.
<개장한 업소는 의무적으로 방역수칙 안내문을 걸어두어야 한다>
이 글을 쓰는 중에도 이탈리아 당국은 업종별 개장허가 명단에서 디스코텍과 박람업계를 뺐다는 소식이 들렸다. 주춤했던 감염자 수와 사망자 수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앞서 말한 현지상황은 수시로 바뀔 수 있음에 유의하기 바란다.
COVID-19 직격탄을 맞은 와인업계가 휘청거리고 있다.
세계와인기구(OIV)에 따르면 유럽 내 와인판매량은 전년 대비 50%가 감소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HORECA영업 중단과 가성비 좋은 와인의 대량판매 채널인 대형 수퍼마켓의 와인 판매량이 뚝 떨어졌기 때문이다. 해외 관광객 발길이 끊긴 점도 적지 않은 기여를 했다. 세계3대 와인생산국인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는 봉쇄기간 동안 10군데 와이너리 중 39%인 4군데가 판매량 감소를 호소했다. 이탈리아 국가농업협회(COLDIRETTI)에 따르면 일반와인(라벨에 생산지역과 와인타입 표시를 의무화하지 않음)으로 분류되는 와인의 재고량이 심각하다. 이런 유의 와인 중 아직 병입 안된 3백만 헥토리터를 코로나 방역용 소독알코올로 전환할 수 있게 해달라고 정부에 요청해 놓은 상태다. 또한, 원산지보호 등급 와인 별로 정해진 수확량 쿼터를 줄이는 방안도 이미 정부에서 검토 중이다. 봉쇄기간 동안 이탈리아 와인업계는 벌어지는 소비자와의 간격을 사회관계망으로 좁히려 했다. 온라인 강의가 붐을 이루었고 각종 와인단체와 저널리스트들은 ‘가상 시음회(Virtual tasting)’를 개최했다. 특히, 와인 온라인 판매의 성장이 두드러졌는데 코로나 사태 이전에는 1~2%에 불과하던 판매액이1백배를 넘어섰다. 특히, Winedelivery라는 어플리케이션 기반 와인배달 서비스 성장이 화제가 되었다. ‘이탈리아 대도시에 30분 이내로 알코올 배달’이란 모토로 음용온도에 맞추어진 와인이 코로나 안심백에 담겨온다. 배달주문이 쇄도했던 상품은 칵테일 킷트와 안주가 따라오는 아페리티프 세트다.
<6월8일 피엔자(좌), 알바(우) 중심가. 두 도시는 와인도시 버킷리스트에 오를 정도로 와인애호가들 사이에 인기가 높다>
매년 이탈리아를 찾는 관광객은 이탈리아 인구를 웃도는 5천 8백만명 선이다. 이런 관광객을 상대로 와인투어상품(양조, 숙성시설 관람, 테이스팅 포함)을 운영하는 와이너리는 약 2만5천 곳이다. 이들로부터 벌어들인 돈은 매년 20억 유로에 달한다고 한다. 방문 전후에 식당에서 마시는 와인도 무시 못할 간접판매 루트다.
이탈리아 와이너리 투어가 빠르게 소생할 기미는 보이는가? 세계가 이탈리아를 꺼려하는 기미가 다분하니 당분간은 이탈리아인 끼리라도 서로 도와야 한다는 게 공통된 정서다. 홀아비 마음은 홀아비가 안다고 하지 않던가?
필자는 주간이동 제한이 해제된 후 일주일에 한번꼴로 와이너리를 방문했다. 적어도 필자가 방문했던 와이너리는 방역안전 가이드라인이 작동되고 있었다. 가이드라인은 이탈리아를 포함한9개국 20명의 와인관광 전문가들이 수차례의 화상회의를 가진 후 합의한 안전수칙이다. 시음 외에는 마스크 착용 의무 등 생활방역수칙과 별반 다르지 않다. 환대부서 담당자들에 따르면 예전에는 양조장과 숙성실방문, 테이스팅 등 실내투어 위주였다면 당분간은 실외투어에 집중할거라 전망했다. 포도밭에서 테이스팅, 지역산 음식과 와인 테이스팅을 연계한 미식피크닉 투어, 수확참여 후 와인테이스팅이 좋은 예다.
WRITTEN BY Nanyoung Baek
Sommelier of Associazione Italiana Sommelier,
Wine Writer, Blogger, Judging Panel at Wine Competitions
President of BARBAROLSCUOLA(specialized in Italian Wine & Gastronomic Tour)
Member of Cheese Tasters Panel for EUROFINS Cheese Laboratory
백난영
이탈리아 소믈리에 협회(AssociazioneItaliana Sommelier) 과정 1,2,3 레벨 이수 후 소믈리에 자격증 취득
이탈리아 와이너리 투어 전문기관 바르바롤스쿠올라(BARBAROLSCUOLA)운영
각종 온라인 매체 와인칼럼니스트,
ONAF(Organizzazione Nazionale Assaggiatori Formaggio)가 주관하는 치즈 테이스터 과정 1레벨 이수 후 EUFOFINS 치즈 평가기관 치즈 평가원 멤버
블로거 (주소: http://blog.daum.net/baeknanyoung/?t_nil_login=mybl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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