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신희의 내추럴와인] 05. 내추럴 와인 탐구생활 5편 – 와인양조의 일등 조력자 효모이야기

2021.04.30 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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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추럴 와인이라는 타이틀로 글을 한번 써보지 않겠냐는 제의를 받고 나서 글을 쓴 지 벌써 1년 이상의 시간이 흘렀다얼결에 수락하고 나서 어떤 내용을 가지고 어떻게 풀어나가야 하는지 정말 많은 고민을 한 것도 사실이다그 후 떨리는 마음으로 원고를 보내고 처음 내 글을 클릭해서 본 그 때의 떨림을 잊지 못한다그동안 내추럴 와인의 소개에서부터 내추럴 와인 생산을 위한 유기농바이오다이나믹 농법 등의 방법을 소개했으며다양한 자연주의 와인의 인증들내추럴 와인과 컨벤셔널 와인의 첨가물 등에 대해 언급해 왔다.

 

최근 급격하게 늘어난 내추럴 와인의 인기 덕에 각종 소셜 네트워크에는 내추럴 와인과 관련한 해쉬테그 또한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는데아직 신세계(?)를 접해보지 못한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내 이야기가 내추럴 와인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래 본다. 오늘은 하루가 멀다 하고 내추럴 와인에 대한 각종 포스트가 쏟아지고 있는 현실에서조금 더 학구적이고 현실감 있게 내추럴 와인을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을 소개하고자 한다.

 

세상 대부분의 지식들은 과거의 방법(도서관에 가서 책을 찾아보는)과는 달리 몇 번의 클릭만으로도 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다와인의 경우도 예외는 아닌데이런 인스턴트 단편 지식은 온전히자연스럽게 와인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흐름을 방해하기도 한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 라는 속담처럼 단편적인 와인 지식들이 보물로 재탄생 하려면 포도에서 와인이 만들어지기 까지의 일련의 과정을 잘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From vineyard to Bottle! 이 모든 과정을 양조”, 이것을 다룬 학문을 양조학이라고 하며, “Oenology(Enology, 에놀로지)” 라고 읽고 쓰는데오늘은 양조학 중에서 알코올 발효에 관여하는 효모에 대해 이야기이다.

 

내추럴 와인을 이해하는 핵심은 건강한 포도밭자연주의 농법 그리고 모든 경우에서의 최소한의 개입이라고 할 수 있다건강한 포도밭과 포도에 대한 이야기는 이미 수차례 강조하였고이번에는 와인 효모에 주목해 보자효모는 알코올 발효에 필수적인 조력자로서옛날부터 제빵양조 등에 이용되었다식품발효와 관계가 깊은 효모는 사카로미세스(Saccharomyces) 종류인데사카로미세스 세르비제(Saccharomyces cerevisiae)는 당을 알코올로 전환시키는 능력이 강하다스코틀랜드 에딘버러(Edinborough) 맥주에서 처음 분리되었고지금은 맥주 및 제빵 관련 효모로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다.

 

사실 일반적인 와인의 알코올 농도(Alc/Vol)는 8~15%이다포도의 당이 효모와 반응하여 알코올과 부산물을 생성한다고 알려져 있는데대부분의 사람들은 포도당과 효모의 만남단순히 포도당과 단수의 결합이라고 알고 있다하지만 일단 발효가 시작되면 포도 껍질포도원 주변 환경 등에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서로 다른 효모들이 연속적으로 성장을 이어가게 된다는 사실은 내추럴 와인을 이해하는 가장 기본적인 지식으로 저장해 놓아야 한다.

 

일단 효모활성화가 시작되기 전에 파쇄한 포도는 아황산 처리를 거치게 되는데(사전 아황산 처리를 하지 않는 내추럴 와인 생산자들도 많다), 이 과정에서 아황산은 파쇄과정에서 오염될 수 있는 다른 세균과 잡균의 생육을 억제하는 동시에 효모가 활동할 수 있도록 선택적으로 작용한다.

발효 초기에는 한세니아스포라 우바룸(Hanseniaspora uvarum) 효모가 발효를 시작하는데알코올 농도 3~4%까지만 견딜 수 있다만약 보트리티스 곰팡이의 영향을 받은 포도주스(머스트)에서는 칸디다 스텔라타(Candida stellata)가 활동을 시작하고 알코올 농도 7~10%까지 견딘다이어서 사카로미세스 세르비제(Saccharomyces cerevisiae)가 중간발효를 주도하면서 알코올 8~16% 정도까지 발효를 이어가게 된다.

 

다시 말해발효 초기에 한세니아스포라 우바룸(Hanseniaspora uvarum)이 3~4%의 알코올을 만들어 내고뒤이어 칸디다 스텔라타(Candida stellata)가 7~8%까지 알코올을 만들어 내면바통을 이어받아 사카로미세스 세르비제(Saccharomyces cerevisiae)가 8~16%까지의 알코올을 만들어 낸다는 뜻이다한편사카로미세스 오비포르미스(S. oviformis)라는 효모는 알코올 내성이 강해서 약 17~18%까지의 알코올 농도까지 견딜 수 있는데스위트 와인의 발효에 관여하고샴페인 2차발효를 위한 효모로 사용되기도 한다.

 

하지만 모든 효모들이 계획된 대로 임무를 수행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자연 효모의 한계성을 극복하기 위해 대부분의 컨벤셔널 와인은 자연 효모가 아닌 배양 효모(예를 들어 S. cerevisiae 등)를 이용하여 안정적으로 발효를 진행한다실제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와인 효모(배양 효모)를 생산하는 기업들이 있는데대표적인 곳이 캐나다의 “LALVIN”이라는 곳이다LALVIN 상황품종지역과 함께 와인 스타일 별 적합한 효모를 자세하게 설명하고 추천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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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https://www.lallemand.com> 



내추럴 와인은 Native yeast, Wild yeast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리는말 그대로 자연 효모의 기여도를 통해 발효가 진행된다일부 효모들은 방향성분을 생성하여 숙성에도 관여하기 때문에 내추럴 와인은 각 단계별 발효가 성공적으로 완료될 때 와인에 입체감과 함께 균형복합성이 살아나면서 독특한 개성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포도재배와 양조방법 등에 관련한 논쟁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하지만내추럴 와인 생산자들은 길게는 수천 년짧게는 수백 년 동안 와이너리에 생존해 왔던 자연 효모에 의한 발효에 대해 깊은 신뢰와 만족감을 가지고 있다그들은 양조가 시작되면 어떠한 외부물질의 개입을 허용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발효를 거스르는 어떠한 행위도 하지 않는다이런 이유로 내추럴 와인 생산자들은 상업화된 한정된 종류의 배양 효모가 가져올 일부 와인 품질의 표준화를 우려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효모의 종류에 따른 와인 스타일의 차이에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는지는 나중에 따져 보더라도 와인 생산자들은 오래전부터 지켜져 내려온 전통과 상업성을 고려한 혁신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다하지만 궁극적인 목적은 전통적인 양조방식을 통해 멋지고 맛있는 와인을 생산하여 소비자들의 마음에 드는 것이 아닌가컨벤셔널 와인과 내추럴 와인의 품질 우열을 가리자는 것이 아니다그것만큼 어리석은 일도 없다세상에는 우리가 마셔봐야 할 많은 와인들이 아직도 우리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WRITTEN BY 안신희 박사 (Dr. Shin Hee An)

Food Stylist, University Lecturer, Wine Wri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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