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과 예술 - 초대
<와인과 예술>
초대
“탁자 위에는
사과와 포도주
연약한 색의 꽃들
당신을 초대합니다
내가 살고 있는 집은
0번지
모네가 향을 그렸고
세잔에게서 사과가 익었고
유리병에 담긴 편지가 포도주를 가져왔습니다
반복하온데
진심으로 당신을
초대합니다.”
지금은 우크라이나에 속하는 도시인 체르노비츠(Czernowitz)에서 출생한 유대계 여류시인 로제 아우스랜더(Rose Ausländer, 1901~1988)는 같은 고향 출신의 시인 파울 첼란(Paul Celan, 1920~1970)과 달리 우리에게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러나 와인과 예술에 대한 내용을 시리즈로 소개하면서 그 첫 부분에 로제 아우스랜더의 시 <초대, Einladung> 보다 잘 어울리는 글은 없다고 생각한다. 일단 제목이 그렇고, 와인이 클로드 모네(Claude Monet)와 폴 세잔(Paul Cézanne)의 예술과 어우러져 낭만적이고 행복한 만남과 대화가 기다려지고 있음을 가장 함축된 언어인 시를 통해서 서정적, 회화적으로 묘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쉽게도 아직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아우스랜더의 시를 번역해 보았다. 여기에서 소개한 시는 명화 중에서 시카고의 Art Institute가 소장하고 있는 세잔의 1893년 작품 <사과 바구니, Le panier de pommes>와 가장 잘 어울릴 것이다. 프랑스의 화가이자 평론가인 모리스 드니(Maurice Denis, 1870~1943)는 세잔의 정물화에 자주 등장하는 사과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한 적이 있다. “평범한 화가의 사과는 먹고 싶지만 세잔의 사과는 껍질을 깎고 싶지 않다. 잘 그리기만 한 사과는 군침을 들게 하지만 세잔의 사과는 마음에 말을 건넨다.” 마찬가지로 로제 아우스랜더의 시는 와인 한 병을 따서 마시고 싶은 마음이 생겨나게 하기 보다는 와인을 예술과 연관해서 접근해 보고 싶은 호기심과 함축적인 언어로 표현한 것에 대한 궁금증을 자극한다.
/세잔 <사과 바구니, Le panier de pommes>, 1893/
근대 회화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프랑스의 화가 세잔(1839~1906)이 그린 정물화뿐만 아니라 초상화에서도 앞에서 소개한 작품에서처럼 와인 병이 자주 등장한다. 대표적인 것으로는 <담배를 피는 사람, Le Fumeur, 1890>과 <술 마시는 사람, Le Buveur, 1891>을 들 수 있다. 세잔의 작품에서 와인 병은 대부분이 오픈 되어 있지 않은 상태로 그려져 있다. 정물화적인 성격 때문이 아닐까 싶다. 세잔의 작품에 자주 와인 병이 등장하는 것은 그가 프랑스 남부의 와인산지인 엑상프로방스(Aix-en-Provence)에서 태어났고, 와인 병이 등장하는 작품들이 대부분 1880년대 초반부터 약 10년간 와인산지인 프로방스에만 머물면서 작품활동을 하고 있을 때 만들어졌고, 또한 와인을 즐겨 마셨기 때문일 것으로 짐작된다. 와인산지, 그것도 프랑스와 같은 대표적인 와인 생산국에서의 와인은 특별한 기회에 마시는 알코올 음료가 아니라 생활의 일부라는 것을 생각하면 세잔의 작품에 와인 병이 자주 등장하는 것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닐 것이다.
/세잔 <Le Fumeur, 담배를 피는 사람>, 1890/
세잔은 <카드놀이 하는 사람들, Les joueurs de cartes> 연작을 다섯 편 남겼고, 그 중 두 명의 플레이어가 카드게임을 하는 작품은 모두 세 개인데 이 작품들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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