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최고의 섹시 여배우 마릴린 먼로와 그녀의 와인들

 

누군가 나에게 “당신은 인생의 명제가 무엇인가요?”라고 묻는다면, 나는 망설임 없이 대답할 것이다. “내 삶의 지향점은 아름다움이다”라고. 이 아름답고 고귀한 세상을 한껏 느끼며 사는 것이 내 일생의 화두이자, 하루하루 일상의 지속되는 발걸음이다.

 

이러한 일상의 즐거움에 일조하는 와인은 우리에게 아름다운 삶을 만드는 촉매가 된다. 우리는 한 잔의 와인을 따르며 그 고혹한 향기에 반하고 영롱한 색감에 감탄한다. 투명한 유리잔의 서늘함 너머로 들어오는 발랄한 몸짓을 느끼기 시작할 때, 깊은 호흡과 함께 다가서는 농염한 입맞춤, 이것으로 시작하는 온전한 아름다움의 날갯짓은 목젖으로 적셔지는 풍성함과 생경스러운 고혹감에 취하며 하루의 미학을 완성하게 된다. 이렇듯 한 잔의 와인이 주는 탐미적 쾌감은 저녁 식탁을 풍요롭게 하기도 하고, 창가에 비치는 황색 불빛아래 노스텔지아의 감성으로 녹아 드는 나그네의 마음을 한껏 들뜨게도 한다.

 

수많은 와인 중에 색다른 이름과 레이블을 가진 와인이 있다. 바로 ‘Marilyn’이라는 이름의 와인! 이순간 모두들 놀라며 되물을 것이다. 그 이름은 유명한 여배우 이름 아닌가?

 

그렇다. 이 와인은 마릴린 먼로(Marilyn Monroe)와 깊은 관련이 있다. 그녀는 20세기 최고의 섹시한 미국 여배우의 대명사다. 수많은 남성들을 매혹시키고 ‘신사는 금발을 좋아해’ 등 다양한 할리우드 히트작을 만들어낸 최고 여배우로 기억된다. 마릴린 와인의 탄생은 1983년 나파 밸리의 세인트 헬레나의 조용한 마을에 사는 몇몇 친구들에 의해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소량의 와인을 생산하기 시작하였는데, 그 중에 마릴린 먼로의 팬이었던 한 명이 ‘마릴린 멀롯(Marilyn Merlot)’이라는 이름을 쓰자는 제안을 하면서 탄생되었다. 1985년 ‘마릴린 멀롯’ 와인이 첫 선을 보이면서 와인 애호가 보다는 와인 콜렉터와 마릴린 먼로 팬들에게 꾸준히 사랑을 받아 현재에는 ‘마릴린 까베르네’, ‘노마진’,  ‘마릴린 쇼비뇽 블론드’, 그리고 ‘마릴린 메리티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품종 레인지로 확장되어 전세계에 판매되고 있다.

 

매해 출시되는 빈티지마다 특별히 선정된 마릴린 먼로의 사진을 와인 라벨로 사용하는데, 그 사진들은 와인의 특성과 스타일을 표현해 준다. 애호가들은 라벨 속 사진 감상부터 시작하여 병 속의 와인을 맛볼 때까지 오감을 느끼며 ‘마릴린’과의 대화를 즐기게 된다. 여기서 당시의 ‘라이프 매거진’에 소개된 와인 테이스팅 후기를 인용해보자.

 

“동서양을 막론하고 전세계 영화 팬들은 열정적인 그녀를 사랑합니다. 그녀는 항상 당신의 마음 속, 몸 속에서 맑고 해맑게, 그리고 순수하고 천진한 모습으로 빛나고 있습니다. ‘마릴린’ 와인 테이스팅은 마치 우리가 ‘마릴린’ 그녀를 직접 만나는 느낌이었습니다. 매력적이고 우아하고 꽉 찬 볼륨감, 그리고 고혹적인 향기까지 느낄 수 있죠.”

 

또한 마릴린 와인 시리즈에는 ‘노마진’ 이라는 이름의 와인이 있다. 그녀가 ‘마릴린 먼로’라는 할리우드 연기자로 데뷔하며 사용한 이름 이전에 어머니가 지어준 원래 이름이 ‘노마 진(Norma Jean)’이다. 그녀가 초창기 모델로 활동했던 시기에도 사용했던 이름이다. 그 이름을 사용한 ‘노마진’ 와인은 그녀의 젊은 시절처럼 해맑고, 활력 있는 캐릭터로 1998년부터 세상에 선보이기 시작했다.

 

당시 소개된 미디어의 표현을 빌리자면, “Norma Jean은 환상적입니다. 매혹적인 향기와 혀를 덮는 풍미는 당신을 흥분하게 만들 겁니다. 와인을 마시는 건지, Norma Jean과 대화를 나누는 건지 착각이 들 정도로 즐거운 환상을 당신에게 선물할 것입니다.”

 

또 한가지 재미있는 이름의 화이트 와인이 있다. 쇼비뇽 블랑 품종으로 만든 ‘쇼비뇽 블론드’라는 와인이다. 전세계 영화 팬들이 기억하는 뮤지컬 ‘신사는 금발을 좋아해’로 상징화된 마릴린 먼로의 섹시 블론드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상큼하고 섹시한 와인이다. 이러한 마릴린 와인의 다양성으로 인해 매해 바뀌는 라벨을 수집하는 애호가들도 많고, 전세계 와인 애호가와 마릴린 먼로를 기억하는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와인으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이렇듯 20세기 대표적인 섹시 아이콘인 마릴린 먼로는 그녀가 남긴 수많은 영화작품과 더불어 생명력이 살아있는 와인으로도 우리 곁에서 여전히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인간은 누구나 아름다움을 추구한다. 그 아름다움의 원천은 우리가 사는 이세상에 있다. 이세상의 아름다움은 우리 삶의 지향점이자, 때로는 상황적 갈등을 만드는 원인이기도 하다. 여배우 마릴린 먼로는 수많은 화제의 영화만큼이나 당대의 최고 남자들과의 염문으로도 유명하다. 최고의 미남 정치인 케네디(John F. Kennedy)와의 스캔들은 물론이고 극작가 아서 밀러(Arthur Miller), 최고의 야구선수 조 디마지오(Joe Dimagio)와의 짧은 결혼 생활 등은 당시 연일 매스컴을 흔들었던 최고의 화제거리였다. 그러나 그녀의 개인사는 성장과정만큼이나 불행했고, 결국 비극적인 결말로 생을 마감했다. 사실 그녀가 일상 생활에서는 술을 거의 마시지 못했다고 한다. 그녀가 샴페인으로 목욕하는 장면과 술 취한 듯한 몽롱한 연기 등으로 그녀를 알코올 중독자로 오해하는 세평도 있었지만, 그녀는 스스로의 삶에 고뇌하며 세상과 마주하는 진지한 삶을 영위했었다.

 

그러한 그녀의 화려한 듯 비극적 삶조차도 아름다움의 절정의 뒤편에 공존하는 비극의 테마처럼, 이세상에 슬픔을 넘어서 존재의 쾌락적 소멸이라는 이중적 화두를 던지고 떠난 것이다. 오늘도 한 잔의 와인을 마시면서 별무리 가득했던 캘리포니아의 밤하늘을 회상하며, 먼 곳에서 아스라히 비쳐지는 푸른빛 여명을 바라본다.

 

WRITTEN BY Wayne Cho (조원태)

WS통상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