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난영의 이탈리아 와인] 09. 이탈리아 와인과 어울리는 이탈리안 치즈를 찾아라(제 3회)
이탈리아 와인과 어울리는 이탈리안 치즈를 찾아라(제 3회) - 남중부 이탈리아의 소울푸드, 페코리노(01)
로마 출신 동료들과 저녁식사 자리였다. 두 종류 파스타가 나오는 코스 식사였는데 첫 번째 파스타는 아스파라거스 소스에 버무려 나왔다. 내 입에는 간이 딱 맞았는데 동료들은 간이 맞지 않다고 했다. 이어 토마토 소스 파스타가 나왔으며 이번에는 간이 맞는다고 했다. 여기서 로마인들이 말한 간이 맞고 안 맞고의 기준은 파스타에 넣은 치즈가루에 따른 것임을 말해둔다.
먼저 나온 파스타는 맛은 좋았으나 개인 취향에 따라 딸려 나온 파미자노 가루를 넣거나 생략할 수 있었고 나중에 나온 파스타는 이미 요리할 때 페코리노 가루를 넣은 상태였다. 결론은 로마 동료들에게 치즈 가루는 페코리노를 의미했고 이것이 빠진 첫 번째 파스타는 당연히 달짝지근하고 심심한 맛이 났음에 틀림없다.
<페코리노 디 피엔자 치즈의 고유한 맛은 다양한 자연재료와 숙성한 데서 온다. 좌측에서 시계방향으로 재, 볏짚, 호두 잎, 산조베제 지거미, 올리브 오일에 숙성했다. 사진Podere il Casale 목장>
이탈리아인들이 습관적으로 파스타 위에 뿌리는 치즈가루는 설령 그것을 넣지 않아도 이미 맛있는 파스타의 맛을 끌어올리는 화룡점정 구실을 한다. 이런 관습에 비추어 볼 때 파미자노 치즈는 이탈리아인 입 맛의 영원한 정답인 것 같지만 중남부 이탈리아 식탁으로 옮기면 상황은 좀 다르다. 페코리노는 심장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소울 음악처럼 중남부 이탈리아적인 향수를 건드리는 맛이라 할 수 있다.
치즈가루에 비추어진 이탈리아인의 맛의 취향을 들여다보면 ‘북소남양’의 치즈 지도가 그려진다. 즉, 에밀리아 로마냐주를 분기점으로 이북은 소젖이 주원료이거나 양젖이 부 재료다. 반면, 중남부로 내려오면 대세는 양젖 치즈로 기운다. 그렇다고 중남부 이탈리아에서 소젖 치즈가 나지 않는다는 건 아니고 모짜렐라, 생김새가 영락 표주박인 카초카발로, 스카모르짜로 우유는 치즈 양대 축을 이룬다.
페코리노는 양유로 만든 치즈를 아우르는 명사로 젖을 낼 정도로 성숙한 암양을 뜻하는 페코라(pecora)가 몇 번의 발음 변형을 거친 후 현재의 단어로 정착했다. 언어와 풍습이 복잡한 다혈질 나라 이탈리아, 페코리노는 양젖 치즈의 공통어로 뇌에 저장해두었다가 배가 추출할 때 꺼내 쓰면 요긴한 단어다.
치즈 이름을 원산지로 묶어버리는 이탈리아 관습상 종류가 4백여 개 이르는 소젖 치즈는 산골이나 읍리 단위로 세분화되었다. 이와는 반대로 페코리노는 생산지역이 광범위해 어디선가 한 번 들어본 지명들이 들어가 있어 원산지 파악이 땅 짚고 헤엄치기다. 사르데냐 산 페코리노는 페코리노 디 사르데냐, 토스카나 산은 페코리노 디 토스카노, 수도인 로마가 속한 라찌오 산은 페코리노 디 라찌오, 시칠리아산 페코리노는 페코리노 디 시칠리아 식이다(일부 DOP치즈는 ‘디’를 생략하고 간단하게 페코리노 사르도, 페코리노 로마노로 부른다).
앞에서 말한 북소남양 식의 치즈 가르기는 소와 양의 먹성과 덩치와도 상관 있다. 암소는 다 성장하면 몸무게는 500~750kg에 이르며 하루에 2백 리터의 물과 30~40kg의 건초를 먹는다. 반면, 암양은 같은 조건이면 몸무게가 50kg 내외며 하루에 1,5kg의 건초와 10~15리터의 물이면 족하다. 비가 충분하게 내려 곡물과 풀 밭이 지천인 북이탈리아 파다노 대평원은 소의 대식성을 감당할 수 있다. 반면, 덥고 건조한 중남 이탈리아에 적응한 양들은 구릉지를 재빨리 이동하면서 야생풀과 억센 나뭇가지를 가리지 않고 먹는다. 현재 이탈리아에서 방목되는 양의 수는 6백20 만(2016년 Coldiretti통계) 마리이며 약 50여 종의 페코리노 치즈가 있다. 양모와 고기보다는 치즈제조 목적으로 사육되며 이탈리아는 스페인, 프랑스, 그리스와 함께 유럽의 4대 양유 치즈 생산국이다.
WRITTEN BY Nanyoung Baek
Sommelier of Associazione Italiana Sommelier,
Wine Writer, Blogger, Judging Panel at Wine Competitions
President of BARBAROLSCUOLA(specialized in Italian Wine & Gastronomic Tour)
Member of Cheese Tasters Panel for EUROFINS Cheese Laboratory
백난영
이탈리아 소믈리에 협회(AssociazioneItaliana Sommelier) 과정 1,2,3 레벨 이수 후 소믈리에 자격증 취득
이탈리아 와이너리 투어 전문기관 바르바롤스쿠올라(BARBAROLSCUOLA)운영
각종 온라인 매체 와인칼럼니스트,
ONAF(Organizzazione Nazionale Assaggiatori Formaggio)가 주관하는 치즈 테이스터 과정 1레벨 이수 후 EUFOFINS 치즈 평가기관 치즈 평가원 멤버
블로거 (주소: http://blog.daum.net/baeknanyoung/?t_nil_login=mybl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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