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난영의 이탈리아 와인] 10. 이탈리아 와인과 어울리는 이탈리안 치즈를 찾아라(제 3회)
이탈리아 와인과 어울리는 이탈리안 치즈를 찾아라(제 3회) - 남중부 이탈리아의 소울푸드, 페코리노(02)
우유는 따라올 수 없는 양유의 장점
양유 치즈는 특유의 양취(노린내)로 탈도 많고 말도 많다. 어느 정도의 양취는 페코리노 고유 향 즈음으로 여겨 견딜 수 있지만 심할 경우는 결함이라 할 수 있다. 4개월 미만의 신선한 페코리노는 양취가 좀 덜한데 원유의 달콤함과 견과류 향이 양취를 어느 정도 덮어주기 때문이다. 숙성의 징후가 또렷해지는 6개월의 문턱을 넘으면 매콤함과 복합 풍미와 결합해 근사한 향을 내지만 양취는 여전히 맹렬하다. 신선해도 오래 묵혀도 강약의 차이가 있을 뿐, 양취는 피할 수 없는 운명 같다.
<사르다 종,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품종 중 하나이며 원산지가 사르데냐 섬이다. 사르데냐 주민들이 1960년대 중부 이탈리아로 이민해오면서 양들도 들여왔다. 이탈리아에서 양유 치즈 목적으로 사육되는 양의 45%가 사르다 종이다>
양취의 원인은 포화지방산의 일종인 카프릴산(C8), 카프로산(C6), 카프르 산(C10)에서 온다. 셋 다 ‘카프르’를 어근으로 갖는데 염소를 뜻하는 카프라(capra)에서 왔다. 이들 향이 염소가 발산하는 체취와 비슷한데 이유가 있다. 코코아 오일, 모유, 산양유도 함유하고 있으며 분자구조가 단순한 중쇄지방산이다. 지방이지만 인체에 들어온 대부분의 지방은 곧바로 에너지로 소모되어 체지방으로 쌓이는 양이 적다.
양유는 단백질과 지방 같은 고형성분이 우유에 비해 2배 많다. 즉, 10리터가 담긴 우유 통과 양유 통에 각각 응고제를 넣었다고 가정하자. 우유 통에서는 1kg의 치즈를 얻을 수 있지만 양유 통에서는 3kg의 페코리노를 건질 수 있어 치즈공방의 수입과 직결된다. 다만, 지방 분자의 크기가 작아 유청에 섞여 빠져나가는 단점이 있지만 유청을 따로 모아 끓인 리코타는 고소한 맛이 우유 리코타를 추월한다. 페코리노 생산공정에 들어간 후 3~4시간 후면 나오는 뜨끈하고 몽글거리는 즉석 리코타. 당신의 버킷리스트에 입성할 자격이 충분하다.
<피엔자 중심가. 페코리노 디 피엔자는 피엔자 주변의 광활한 방목지에서 생산된다. 사진Wikipedia>
향초, 천연 숙성 재료, 사르데냐 장인의 손 맛이 낳은 페코리노 디 피엔자
양취를 피할 수 없다면 순한 페코리노 디 피엔자에 도움을 구할 수밖에. 피엔자가 원산지라 그런 명칭을 갖게 되었다. 피엔자는 토스카나 남동부에 있는 소도시로 몬탈치노와 몬테풀차노를 연결하는 와인루트 중간에 있다. 몬탈치노를 가건 몬테풀차노를 가건 꼭 거치게 된다.
원래는 ‘크레테 세네시 페코리노’라 불리던 토속 치즈였다가 1960년대에 현재의 이름을 갖게 되었다. 이때는 사르데냐 섬 주민들이 토스카나로 엑소더스행이 시작되던 때와 일치한다. 도시로 일감을 찾아 떠난 후 버려진 토스카나의 빈 농가나 목장은 섬사람들로 채워진다. 이민자들은 양 떼 방목과 페코리노 제조를 생업으로 하던 목동 출신이 대부분이었고 토스카나로 이민오면서 사르데냐 페코리노 제조 노하우도 전해진다. 이때 페코리노 전통이 있던 피엔자는 바다와 육지 페코리노 융합의 중심지로 부상한다.
그렇다면 피엔자의 페코리노의 순한 맛의 비결은 무얼까? 먼저 송아지 레닛(응고제)의 역할을 들 수 있다. 보통, 양유를 굳히는 속도를 가속시키고 향미의 강도를 높이려고 어린 양이나 염소 위장에서 추출한 레닛을 사용한다. 그러나, 송아지 레닛을 넣으면 천천히 굳는 단점은 있지만 향이 순하고 식감은 부드러워진다. 피엔자의 점토 토양에서 자라는 향초(ascenzio, barbabecco, mentastro) 는 천연조미료 구실을 한다. 치즈가 어느 정도 형태를 갖추면서 스며 나오는 허브 향의 정체가 바로 이들이다.
<순서대로 ascenzio, mentastro, barbabecco 향초, 피엔자 페코리노의 허브향은 향초에서 온다>
세심하게 고른 자연 재료로 숙성해도 양취를 어느 정도 누그러뜨릴 수 있다. 나무 태운 재, 후추, 산조베제 지게미, 올리브 오일 폰도(오일 맨 밑에 가라앉는 침전물), 농축 토마토, 호두나무 잎 등 재료는 다양하다. 숙성의 첫 단계는 치즈의 엄격한 선별이다. 치즈는 천연재료와 접촉한 상태를 최소 4~5개월 견뎌야 하므로 껍질을 손가락으로 눌렀을 때 단단하면서도 탄력 있는 1개월 안 밖의 경성치즈가 적합하다.
<피엔자 페코리노는 비노 노빌레디 몬테풀차노 와인과 궁합이 잘 맞는다. 몬테풀차노 와인은 ‘토스카나 3락의 교차로, 몬테풀차노’ 칼럼을 참고http://www.the-scent.co.kr/xe/wine_story/264201>
이렇게 선발된 치즈와 재료가 만나면 어떤 풍미와 식감을 낼까! 재는 치즈 내부의 습기를 흡수하며 삶은 밤의 팍팍한 느낌과 담백한 맛으로 돌려준다. 새콤함과 소량의 떫은 맛이 나는 드렁큰 페코리노는 발효 끝난 산조베제 지거미로 채워진 오크통에서 숙성했다. 붉은 꽃 향기는 덤이다. 호두 잎에 정성껏 쌓아 질항아리에 넣어두면 치즈 속살은 카프치노 색을 띠고 훈제향을 피우며 단 맛을 낸다. 이외에도 자연산 재료는 치즈의 껍질을 견고하게 만들어 곰팡이 침입방지와 치즈 속 건조를 방지하는 천연 코팅 기능도 한다.
포데레 일카살레(Podere Il Casale ) 목장의 산드라와 울리세 부부. 둘 다 스위스가 고향으로 1991년부터 피엔자에서 페코리노 치즈를 생산해오고 있다. 초창기에는 이탈리아의 까다로운 치즈 규정 때문에 많이 고생했다고 한다. 현재는 2백 헥타르의 초지에서 양 2백 마리를 키운다. 토지의 일부는 경작지로 바꿔 올리브 오일, 파스타, 와인, 꿀, 각종 천연소스를 생산하며 모두 BIO제품이다. 산드라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에서는 토스카나 가정식을 맛볼 수 있으며 결혼식 피로연 장소로도 인기가 높다. 토스카나 쿠킹클래스, 트러플 헌팅 투어도 운영한다. 연락처 이메일:info@podereilcasale.it 주소: Via Podere il Casale 64 53026 Pienza(Siena) Italia
WRITTEN BY Nanyoung Baek
Sommelier of Associazione Italiana Sommelier,
Wine Writer, Blogger, Judging Panel at Wine Competitions
President of BARBAROLSCUOLA(specialized in Italian Wine & Gastronomic Tour)
Member of Cheese Tasters Panel for EUROFINS Cheese Laboratory
백난영
이탈리아 소믈리에 협회(AssociazioneItaliana Sommelier) 과정 1,2,3 레벨 이수 후 소믈리에 자격증 취득
이탈리아 와이너리 투어 전문기관 바르바롤스쿠올라(BARBAROLSCUOLA)운영
각종 온라인 매체 와인칼럼니스트,
ONAF(Organizzazione Nazionale Assaggiatori Formaggio)가 주관하는 치즈 테이스터 과정 1레벨 이수 후 EUFOFINS 치즈 평가기관 치즈 평가원 멤버
블로거 (주소: http://blog.daum.net/baeknanyoung/?t_nil_login=mybl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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