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난영의 이탈리아 와인] 11. 자연스러운 치즈가 뜨고 있다 (제1회)

2021.04.30 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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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러운 치즈가 뜨고 있다 (1)

 

1986년 로마 맥도널드 1호점 개장은 3대 미식 국가라는 이탈리아의 자긍심 비행기를 급 추락시켰다. 3년 뒤 카를로 펠트리니와 그의 동료들은 파리 선언문을 발표했고 맥도널드 햄버거로 대표되는 패스트 푸드 열풍을 슬로푸드 운동으로 맞선다지역음식문화 중요성과 미각 획일화의 피해를 알려온 지 30주년을 맞는 올해에는 160여 개 국가와 백만 명의 회원이 활동하는 국제조직으로 성장했다.

 

슬로푸드는 파리 선언문을 기리기 위해 매년 축제를 연다짝수 해는 살로네 델 구스토(맛의 전당, Salone del Gusto)홀수해는 Cheese 축제를 번갈아 개최한다둘 다 슬로푸드의 발생지이탈리아 피에몬테주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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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CHEESE 축제 공식 포스터>

 

 

올해로 12회를 맞는 CHEESE 축제는 9 20일부터 23일까지 슬로푸드 본부가 있는 브라(Bra) 시에서 열렸다. ‘내추럴 치즈는 가능하다(Natural is Possible)’라는 주제로 열린 올해 축제는 자연치즈에 초점이 맞추어졌다내추럴 치즈는 요즘 와인계의 뜨거운 감자인 내추럴 와인과 흐름을 같이 한다배양된 효모를 사용하지 않고각종 화학제품 사용을 제한한 내추럴 와인은 건강식품 인기와 맞물려 건강한 알코올 음료로 받아들여지고 있다익숙지 않은 맛이지만 맛의 좋고 나쁨은 개인 취향에 맡기자는 관대함도 내추럴 와인 인기에 한 몫하고 있다.

 

치즈가 자연성을 의심받는 이유는 멸균유에 있다대부분의 치즈 원료와 마시는 우유는 살균유다인체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병원균이 몸 안으로 들어오는 위험을 미리 제거한 위생상 결점 없는 젖이다.  젖소염소에서 짜낸 생유 한 방울 안에는 수백만 개의 미생물이 살아있다그 중 80만 개의 미생물은 치즈제조에 필수다그러나 멸균처리를 거치면 10만에서 5천 마리밖에 살아남지 못한다미생물이 빈약한 원유를 치즈 제조에 사용하면 단백질이 단단하게 뭉쳐지지 않고 숙성을 하더라도 치즈의 풍미가 떨어진다이러한 부작용을 막는 손쉬운 방법 중 하나가 실험실에서 배양된 유산균인 스타터(starter) 첨가다.

 

슬로푸드 전문가들에 따르면 스타터 배양과 생산은 다섯 개의 기업이 독점하고 있다치즈 생산자가 어떤 치즈를 만들고 싶다고 말하면 기업들은 치즈 공정에 맞는 맞춤 스타터를 대령한다스타터를 원유에 넣기만 하면 정해진 패턴에 따라 제조된 치즈가 생산라인을 채운다.

 

문제는 5대 기업이 배양한 스타터를 넣고 만든 치즈의 풍미는 서로 비슷하며 잘 알려진 유럽산 DOP마크 치즈들도 5대 스타터에 의존한다는 것이다이 기업들은 응고제(레닛), 곰팡이치즈 껍질 처리제액상 훈연 향도 생산하고 있어 치즈 맛의 표준화는 여러 면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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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ese축제의 꽃프레시디아 치즈들>

 

 

2019년 CHEESE 축제는 30개국에서 온 320여 개의 치즈 공방과 장인의 열기로 뜨거웠다평생을 생유(raw milk)와 조상 비법으로 만든 자연 유산균이나 유청 스타터(whey starter)만 사용해 치즈를 발효 숙성해서 인공 스타터의 존재조차 모르는 사람들이다깊은 산골에서 가축만 돌보는 목동들과 치즈 숙성 장인 아피뇌르도 참여해 내추럴 치즈가 다양한 연계 업종과 맞물려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본 행사는 브라시 테마 거리와 폴렌조(Pollenzo)소재 UNISG미식 대학 캠퍼스를 축으로 진행되었다대부분 관람객이 도착하는 브라 중앙 역을 출발점으로 중심가인 Piazza XX Settembre 광장까지 5개 구역으로 나뉘었으며 다음과 같다.

 

까를로 알베르토 거리로마거리아우디지오 거리 주변의 치즈마켓 거리이탈리아 치즈 마켓국제 치즈 마켓치즈 숙성사 아피뇌르거리가 있다.

마르코니 거리: 프레시디아 거리

발프레 디 본조(Via Valfre di Bonzo) 거리 주변: Piccoli & Naturali 소규모 치즈 공방 거리푸치나 푸드 트럭 거리

Piazza XX Settembre 광장치즈 와인 홀(Gran Sala Dei Formaggi Enoteca)

크라베리 거리미식연구소(Laboratorio del Gusto)에서 학술회의 개최

폴렌조 소재 UNISG 미식대학 캠퍼스: 각종 와인과 치즈 매칭 세미나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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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영국산 체다치즈>

                                              

 

치즈 마켓에는 공장 제조 치즈만 빼고 다 있다

올해 주제가 내추럴 치즈인 만큼 기업형 치즈에 꿋꿋이 맞서는 소규모 치즈 장인들의 작은 단결이 돋보였다오렌지 빛의 매끈한 표면이 먹음직스러운 체다치즈의 원조는 울퉁불퉁한 껍질이 속 살을 보듬고 있는 못난이 치즈다영국 치즈 생산규정은 멸균유 사용과 무껍질 치즈를 의무화하고 있어 전통 체다치즈는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영국 남서쪽이 원산지인 소머셋 체다치즈는 마을 전통 핀트 스타터와 송아지 위에서 추출한 레닛만을 사용하며 얇은 껍질이 체다를 두르고 있다소머셋 출신 세 명의 체다치즈 장인은 치즈 규정과 지나친 멸균유 의존이 소머셋 체다 목줄을 조이고 있다고 영국 치즈 규정을 비난하면서 소머셋  체다를 당국이 인정할 때까지 저항할 거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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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전통 생유 치즈>

 

러시아 안에서 조차 구경하기 힘든 생유 러시아산 치즈가 CHEESE축제에 등장해 화재를 모았다러시아 정부는 생유치즈의 일반 도소매를 금지하고 있어 이의 판매는 농가 직거래나 농부시장에 의존하고 있다생유치즈 생산을 고산 목장 내로 제한한 규정도 전통 치즈 생산의 걸림돌이다멸균 치즈를 생산하고 싶어도 그림에 떡이다균시설을 갖추지 못한 낙농가는 원유를 평지로 옮겨와 멸균한 다음 이를 다시 목장으로 운반해야 하는 이중고를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러 난관을 헤치고 Ystreboy형제는 러시아에서 규모가 제법 큰 러시아 전통 치즈 공방 꿈을 이룬다.  형제는 치즈의 자도 모르던 일반인으로 우연한 기회에 치즈와 인연을 맺는다주차장 직원인 형제는 Kozlovo마을에 있는 유일한 치즈 농장이 폐업한다는 소문을 듣고 농장 인수를 결정한다인수 당시는 소 한 마리와 20 핵타르의 초지에 불과했던 농장은 현재는 100마리 소가 방목하는 50헥타르로 키웠다.

 

WRITTEN BY Nanyoung Baek

Sommelier of Associazione Italiana Sommelier,

Wine Writer, Blogger, Judging Panel at Wine Competitions

President of BARBAROLSCUOLA(specialized in Italian Wine & Gastronomic Tour)

Member of Cheese Tasters Panel for EUROFINS Cheese Laboratory

 

백난영

이탈리아 소믈리에 협회(AssociazioneItaliana Sommelier) 과정 1,2,3 레벨 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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