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신희의 내추럴와인] 02. 내추럴 와인 탐구생활 2편 – 내추럴 와인의 정의
내추럴 와인 탐구생활 2편 – 내추럴 와인의 정의
“Life is too short to drink bad wine.” 영국 유학 시절 우연히 들른 와인 상점에 이런 문구가 붙어있었다. “인생은 나쁜 와인을 마시기에 너무 짧다.”라는 강렬한 문구에, 나쁜 와인이 있을까? 라는 의문과 함께 나쁜 와인보다는 다양한 와인이라는 표현이 맞지 않을까? 하는 짧은 생각을 해 봤다. 세상에는 정말 많은 종류의 와인이 있다. 같은 품종이라 하더라도 생산지의 떼루아, 양조가의 철학, 또는 와인이 유통되는 이동 마일리지와 컨디션에 따라서도 최종 소비자가 경험하는 와인은 다양한 상황만큼 다채롭게 느껴질 수 있을 것이다.
과거에도 있었고 현재에도 존재하는 내추럴 와인이 최근 뜨겁게 재조명 받고 있는데, 내추럴 와인, 오가닉 와인, 바이오다이나믹 와인 등등... 부르는 이름도, 쓰는 이름도 다양하다. 우리가 알고 있는 와인과 내추럴 와인에 대한 정의가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와인을 만드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주연배우를 위해 필요한 연출과정은 매우 복잡하지만 어쨌든 포도와 효모가 주인공이다. 포도재배와 양조 과정에서의 약간의 다른 점이 각각의 와인 명칭으로 분류된다. 일반적으로 상업적인 목적으로 품질의 일관성을 추구하는 와인을 편의상 컨벤셔널 와인(Conventional wine)이라고 부른다. 여기서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상업적 목적으로 만들어진 와인이라고 해서 품질의 고저(高低)를 논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널리 모든 사람이 편리하게 와인을 소비할 수 있도록 해준 고마운 효자상품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내추럴 와인에 대한 인기가 날로 높아지면서 떼루아, 혹은 포도의 재배와 와인 생산방법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렇다면 이 참에 내추럴 와인과 유기 농와인, 바이오다이나믹 와인 등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전통와인과 유기농와인 등의 분류: 필자 재정리>
유기농 와인, 바이오다이나믹 와인, 내추럴 와인의 포도재배와 양조 방법의 기본은 일단 유기농법으로 재배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유기농 와인은 화학비료나 제초제, 살충제, 유전자 변형물(GMO), 곰팡이 제거제 등등의 사용을 지양해서 포도를 재배하고, 바이오다이나믹 와인은 유기농 재배를 기본으로 달의 움직임(음력)에 따라 포도를 재배하고, 규정(바이오다이나믹 농업규정; BD 500~508 등 9개의 특별퇴비와 소뿔점토 등을 사용)이 정하는 퇴비만 사용한다. 포도 수확도 기계 수확이 아닌 손으로 수확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유기농 와인의 포도밭은 생물의 다양성과 조화를 존중하며, 100% 자연 부산물 퇴비만을 사용하는 것을 허용하며, 유기농 인증을 획득해야 한다. 바이오다이나믹 와인은 1920년 오스트리아의 철학자인 루돌프 슈타이너(Rudolf Steiner) 박사에 의해 시작되었다. 혹자들은 유기농 와인 보다는 상위단계라고 하는데, 포도밭을 자체적인 자연 순환이 가능한 살아있는 생명체로 보는 것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내추럴 와인이란 무엇인가? 내추럴 와인은 언제나 존재해 온 와인이며, 전혀 새로운 존재는 아니다. 2차 대전 이후 부족한 식량 수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든 농업 분야에서 신품종의 개량과 개발로 기술적 혁신을 통해 식량 생산이 증가하게 되었지만, 와인 생산을 위한 포도재배에도 화학약품 등이 본격적으로 사용되면서 자연적인 방법으로 만든 와인이 설 자리를 위협받게 되었다. 내추럴 와인 캠페인을 최초로 시작한 MW 이자벨 르게롱(Isabelle Legeron)은 아버지와 삼촌 등 친척들이 화학물질의 노출 등에 기인한 암으로 병을 얻어 유명을 달리하는 것을 목격하게 되면서, 내추럴 와인은 우리의 생존을 위해 필요하며, 땅의 정화작업과 함께 깨끗한 환경을 만들고 지켜야 하는 것이 우리들의 사명이라고 주장하였다.
내추럴 와인은 유기농 혹은 바이오다이나믹 방법으로 포도를 재배, 생산하는 것을 기반으로 최소한의 조정만을 시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개개인의 와인 생산자가 적은 포도수확량으로 생산하며, 정제된 효모가 아닌 야생효모를 사용하고, 대부분 청징(fining)과 정제(filtering) 과정을 최소화하거나 시행하지 않고 이산화황의 첨가도 배제한 상태로 생산된다. 매년 생산량과 품질의 일관성을 보장할 수는 없지만, 환경 사랑과 장인정신에 가치를 두는 밀레니엄 소비트렌드에 영향을 받는 젊은 세대들에게 인기 만점이다. 유니크하고 재미있는 레이블 디자인도 인기몰이의 일등공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산화황을 첨가하지 않지만, 생산과정 중 천연적인 이산화황의 존재로 각 와인 스타일별 SO2 허용량이 정해져 있기도 하다.
<와인 스타일별 이산화황 함유량, 출처 : www.vignevin.com/pratiques-oeno>
아쉽게도 현재 내추럴 와인에 대한 공식적인 정의와 법적인 규정은 없다. 하지만 건강과 자연, 환경 등의 가치가 강조되고 있는 요즘 내추럴 와인의 인기는 쉽게 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와인협회의 김준철 회장의 어록 중 이런 말이 있다. “내추럴 와인은 테루아라는 작곡가가 만든 클래식 음악을, 연주자인 와인메이커가 품종이라는 악기를 이용해 연주하는 아름다운 음악”이다. 내추럴 와인을 이해할 수 있는 최고의 표현이 아닐까 싶다.
WRITTEN BY 안신희 박사 (Dr. Shin Hee An)
Food Stylist, University Lecturer, Wine Wri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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