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난영의 이탈리아 와인] 03. 와인 덕후 바롤로(Barolo), 그것이 전부가 아니다(2)
와인 덕후 바롤로(Barolo), 그것이 전부가 아니다(2)
바롤로 와인은 이제 이백 세를 맞이 했다. 최초의 바롤로 와인은 바롤로 성 주변에서만 만들어졌지만 2018년 현재 포도밭은 2,112헥타르(21,12 km2)의 면적으로 확장되었으며 한 군데의 마을에서 11개의 마을로 늘어난 바롤로 클러스터를 이루었다. 2014년에는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되어 바롤로가 유네스코 와인이란 감투도 쓰게 되었다. 또한, 바롤로 와인 생산자들의 숙원이었던 포도밭 구획화가 최근에 완성되어 네비올로 뿌리가 관통하는 토양의 특질에 따라 포도밭은 181군데로 세분되었다.
그 결과 이제부터는 넓은 바롤로 바다에 낚싯대를 드리우고 앉아 있으면서 입에 맞는 바롤로가 낚시찌를 물 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게 되었다. 포도밭 이름만 알면 장미, 제비꽃, 자두, 라즈베리 향기가 타닌에 녹아 내리는 부드러운 바롤로를, 산미와 타닌이 두드러지며 다양한 향기로 똘똘 뭉친 개성 덩어리 바롤로를 골라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바롤로는 귀로 흘러 든다
몇 년 전 성인을 대상으로 특정 음악을 들려주면서 와인을 마시게 했을 때 음악에 따라 실험대상자의 와인에 대한 선호도가 변화하는가를 실험한 적이 있었다. 결과는 “그렇다”였고 웅장한 클래식 음악을 들려주었을 때는 까베르네 소비뇽 와인이 더 맛있다고 했으며 생동감 있고 경쾌한 음악이 나올 때는 샤르도네 와인의 선호도가 높았다(호텔앤레스토랑 2016년 8월 호에 실린 기사 중 인용).
위 실험 결과는 보이지도 않고 형체도 없는 음악에 따라 와인의 맛이 순식간에 뒤집히는 감각기관의 변덕스러움을 간접적으로 암시하고 있다. 하지만, 바롤로는 사람의 감정에 선택 받거나 음악의 종류에 구속되지 않는 자유로운 와인이다. 까베르네 소비뇽과 샤르도네의 매력이 녹아 있으면서도 어떤 장르의 음악이 흐르는 공간에 내놓아도 잘 어울리는 순둥이 와인이다.
샹들리에가 고상한 빛을 발하며 베토벤의 영웅 협주곡의 웅장함이 흐르는 궁전이 바롤로 마시기에 걸맞은 분위기며 대부분의 사람들은 바롤로 와인은 그렇게 마시는걸 예의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줄리엣타 후작부인이 환생해서 보았다면 기절초풍해서 다시 무덤으로 돌아갈 만한 일이 바롤로 성을 배후에 두고 있는 줄리엣타 콜베르 광장에서 일어난다. 매년 7월이면 바롤로는 왕의 권위가 씌운 부자유와 구속의 옷을 벗어 던지고 자유분방함과 하나가 된다. 포도밭으로 둘러 쌓인 한적한 시골이 일순간 대형 야외 콘서트 장으로 둔갑하며 록과 재즈를 연주하는 콜리지오니 록 축제로 뜨거워진다.
바롤로 신세대들은 록음악의 경쾌함과 생동감에 줄리엣타의 바롤로와 결합을 시도하며 엘튼 존이 부르는 다니엘(Daniel)의 달콤한 멜로디의 흐름에 맞추어 바롤로 칸누비(Cannubi)와인의 감미로움에 몸을 맡긴다.
<바롤로 칸누비 와인은 어릴 때도 향미가 뛰어나며 실크 같은 타닌과 장기 숙성력이 뛰어난 바롤로 와인의 대명사다>
마을 정상에 세워진 조각공원과 호르쇼브스키 오디토리움으로 유명한 몬포르테 달바 마을은 Jazz In Monforte 축제로 바롤로를 표현한다. 익숙한 리듬이 즉흥연주로 돌변할 때의 생소함과 부조화가 점점 익숙하게 들리는 순간 재즈의 몽환적인 분위기에 몰입한다. 잔에 따른 직후는 단단히 뭉쳐있지만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조금씩 결합이 느슨해지면서 숨겨놓았던 온갖 향미를 실타래처럼 조금씩 풀어놓는 그란 부씨아(Gran Bussia) 바롤로는 카리스마 흡인력으로 영혼을 매혹시킨다.
<포데리 알도 콘테르노 와이너리의 그란 부씨아는 세 군데 크뤼 밭에서 자란 네비올로를 블랜딩해서 만든 와인으로 포도품질이 특별히 우수한 해에만 생산된다. 슬라보니아 오크통에서 최소 9년 이상 숙성한 뒤에야 햇빛을 보게 되는 귀한 와인이다>
WRITTEN BY Nanyoung Baek
Sommelier of Associazione Italiana Sommelier,
Wine Writer, Blogger, Judging Panel at Wine Competitions
President of BARBAROLSCUOLA(specialized in Italian Wine & Gastronomic Tour)
Member of Cheese Tasters Panel for EUROFINS Cheese Laboratory
백난영
이탈리아 소믈리에 협회(Associazione Italiana Sommelier)과정 1,2,3 레벨 이수 후 소믈리에 자격증 취득
이탈리아 와이너리투어 전문기관 바르바롤스쿠올라(BARBAROLSCUOLA) 운영
각종 온라인 매체 와인칼럼니스트,
ONAF(Organizzazione Nazionale Assaggiatori Formaggio)가 주관하는 치즈 테이스터 과정 1레벨 이수 후
EUFOFINS 치즈 평가기관 치즈 평가원 멤버
블로거 (주소: http://blog.daum.net/baeknanyoung/?t_nil_login=mybl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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