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난영의 이탈리아 와인] 07. 이탈리아 와인과 어울리는 이탈리안 치즈를 찾아라(제2회)
이탈리아 와인과 어울리는 이탈리안 치즈를 찾아라(제2회) - 와인은 흔들고 치즈는 씻어야 제 맛(1)
놋그릇이 눈에 띄면, 명절 전 날 할머니 집 앞마당에 깔려 있던 돗자리 위의 놋그릇 탑이 눈에 선하다. 그릇을 움켜쥘만한 손 힘이 없는 아이들은 제외하고 친척 어른들은 돗자리 위에 둥그렇게 모여 앉는다. 어른들은 녹슬어 거무딩딩해진 그릇을 한 개씩 집어 들고 돗자리 위에 단단히 고정시킨 다음, 재를 바른 볏짚을 벅벅 문질러 대었다.
온 힘을 팔목에 집중시키고 이마에 구슬땀이 맺힐 때까지 닦아내지만 몇 겹으로 쌓인 완고한 녹때는 쉽게 씻겨나갈 기미가 없어 보였다. 허나, 손 힘 좋고 요령 있는 어른들의 손에 걸려든 그릇들은, 몇 번의 볏짚 마사지를 받은 후에는 결국, 때를 벗고 뽀얀 황금빛 살을 드러내었다.
이튿날 새벽 제사상에 자리 잡은 놋그릇 들은 주변의 물건을 다 비추어낼 기세로 투명했고 그 안에 담긴 음식들은 저마다 자긍심으로 빛났다. 전날의 노동이 남겨준 후유증으로 어깨와 손목이 욱신거렸을 터인데도 모두의 얼굴은 만족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 흐뭇함은 십 년 묵은 체증이 확 뚫리는 순간에 전신에 전달되는 후련함과 다름이 없다.
놋그릇처럼, 겉을 자주 여러 번 씻어 줘야만 참 맛을 드러내는 치즈가 있다. 이러한 마찰 친화 치즈를 워시 치즈라 하며, 놋그릇을 닦는 행위와 목적은 워시 치즈와 일맥상통한다. 워시 치즈의 일생은 응고제를 넣어 굳힌 커드에 브레비 박테리움 리넨스(Brevibacterium linens, 이하 리넨스균) 균을 넣는 것으로 시작된다. 굳어진 커드는 모양 틀에 넣어 형태를 잡은 뒤 눌러서 커드에 남아 있던 유청을 빼낸다. 저온(영상 2~6도) 다습(85~90%)한 숙성실로 옮겨진 어린 치즈를 소금, 식염수, 알코올 등의 용액을 골고루 적셔가며 닦아내면 얇은 껍질이 살 위에 새싹처럼 돋아난다.
<이탈리아 워시 치즈의 대명사, 탈레조(Taleggio) 치즈, 표면에는 T마크가 음각되어 있다>
워시 치즈의 종류에는 부르고뉴 와인 산지에서 나는 에스푸아, 노르망디 지방에서 나는 리바로와 퐁레베크, 알자스 지방에서 나는 묑스테르가 있다. 이탈리아의 워시 타입 치즈로는 탈레조, 폰티나, 풋조네 디모에나를 들 수 있다. 그 중 탈레조 치즈는 35~40일간의 짧은 워시과정을 거치지만 적당한 가격에 이탈리안 워시 치즈의 매력을 충분히 누릴 수 있는 매력덩어리다.
여기서 잠시 기억의 타임머신을 타고 돗자리 깔린 앞마당으로 돌아가자. 재 가루는 지금의 식염수, 볏짚은 부드러운 털이 박힌 솔로 역할이 바뀐다. 리넨스 균은 소금과 만나면 효소의 활동을 촉진시켜 표피를 주홍색으로 변색시키며 메틸케톤이나 아미노산 같은 방향물질을 만들어 탈레조 고유의 향미의 낳는다. 또한, 치즈 숙성을 방해하는 해로운 균이 범접할 수 없는 잡균 퇴치 역할도 한다.
흥미로운 건, 숙성이 이미 끝난 탈레조에 사용하던 솔을 담았던 식염수를, 어린 탈레조에 문질러 리넨스균을 번식시킨다는 것이다. 식염수로 솔질하는 워시 방법을 습염 마사지라 하며, 소금을 손바닥에 묻혀 문질러대는 건염 마사지에 비해 짧은 시간 내에 소금 맛을 골고루 속 살에 배어들게 할 수 있어 탈레조 공방이 애용하는 인기 마사지 법이다.
숙성된 탈레조는 단지 2백 그램 한 덩어리가 20평 크기의 실내를 치즈향으로 진동하게 만드는 초방향력을 발휘한다. 특히, 탈레조의 다양한 풍미 중 술빵 냄새가 그러한데 마치 막걸리를 발효시켜 만든 술 빵과 흡사하다. 입안에 퍼지는 구수한 효모 맛과 시큼한 맛은 한국인의 맛 정서와 닿아 있어 친근함도 일으킨다. To be continued.
WRITTEN BY Nanyoung Baek
Sommelier of Associazione Italiana Sommelier,
Wine Writer, Blogger, Judging Panel at Wine Competitions
President of BARBAROLSCUOLA(specialized in Italian Wine & Gastronomic Tour)
Member of Cheese Tasters Panel for EUROFINS Cheese Laboratory
백난영
이탈리아 소믈리에 협회(Associazione Italiana Sommelier)과정 1,2,3 레벨 이수 후 소믈리에 자격증 취득
이탈리아 와이너리투어 전문기관 바르바롤스쿠올라(BARBAROLSCUOLA) 운영
각종 온라인 매체 와인칼럼니스트,
ONAF(Organizzazione Nazionale Assaggiatori Formaggio)가 주관하는 치즈 테이스터 과정 1레벨 이수 후
EUFOFINS 치즈 평가기관 치즈 평가원 멤버
블로거 (주소: http://blog.daum.net/baeknanyoung/?t_nil_login=myblog
등록된 코멘트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