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은주의 와인 테이스팅] 09. 불량이야? 스타일이야? 와인의 결점 향을 알아맞혀라
불량이야? 스타일이야? 와인의 결점 향을 알아맞혀라
영화 평론가들의 혹평을 받은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는가 하면 극찬을 한 영화는 참패를 하는 경우가 있다. 관객들은 지루하거나 재미없는 영화보다는 직설적이고 가볍게 웃을 수 있는 영화를 좋아한다. 평론가는 맥락을 잡고 은유를 찾으며 영화 배경까지 들여다보며 해체하고 분석하려고 든다. 결국 관객과 평론가는 같은 영화를 두고 다른 관점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와인을 테이스팅할 때도 이와 비슷한 현상이 일어난다. 애호가 대 초보자, 양조 전문가 대 소믈리에, 판매자 대 소비자 등 다양한 전선을 형성하면서 같은 와인을 두고 다른 시각으로 와인을 평가한다. 특히 와인의 향은 결함을 판단하는 가장 중요한 관문이므로 의견에 따라서 이후 시음이 용납될 수도 불가할 수도 있게 된다. 따라서 결점이 있는 향이 무엇이고 이를 어떻게 판단하는지 알아보자.
바로 그 향!
먼저 와인 초보자가 간과하기 쉽지만 와인의 결함으로 간주되어 버려야 되는 향들이 있다. 와인을 마시다가 아마 한번쯤 맡아보았겠지만 특별히 문제 삼지 않았던 바로 그 향이다.
젖은 땀 또는 젖은 걸레 냄새: 빛에 과다 노출로 비롯된 향. 스파클링 와인을 비롯해서 화이트 와인에 자주 일어난다. 약하게 드러날 경우 감지하기 어렵다.
젖은 종이박스 또는 지하실 곰팡이 냄새: 가장 잘 알려진 ‘코르키’ 향이다. 초보자들은 오크 향으로 착각할 수도 있다.
젖은 흙 또는 불결한 냄새: 오크통의 위생관리가 철저하지 못해서 생긴 향이다.
흑설탕 또는 달고나 냄새: 와인을 잘못 보관해서 일어난 열화현상 향. Cooked wine 으로 표현한다. 주로 레드 와인에 자주 일어난다. 과실 향과 섞여서 나기 때문에 결점이라고 판별하기 어렵다.
견과류 또는 김빠진 산패 향: 와인의 산화 현상.
위 향들은 별도로 학습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초보자라면 감지하기 어려운 향들이다. 하지만 위와 같은 향들이 난다면 대부분 와인의 풍미를 저해하기 때문에 교환하거나 버려야 하는 와인이다. 몇 가지 팁을 말하자면 코르키 와인으로 의심이 들지만 뚜렷하게 가려내기 어려울 때 와인 잔을 비닐랩에 씌워보자. 몇분 뒤 랩을 벗겨내면 코르키 향이 두드러져 전보다 수월하게 구분될 것이다. 두 번째로는 오래 숙성된 와인인지 산화된 와인인지 구별하기 어려울 때다. 산화 와인은 토니 와인과 아몬티아도 쉐리를 교과서로 삼아라. 테이스팅하면서 익혀 좋은 교과서가 된다. 토니 포트와 아몬티아도 쉐리는 일부러 산화시켜 만든 와인이기 때문에 산화된 와인의 색과 향을 기준으로 익혀두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와인의 캐릭터일까 아니면 결함일까?
음식을 조리하는데 소금은 꼭 필요한 존재이다. 적당한 양을 넣으면 음식 맛이 더 풍부해지고 살아난다. 하지만 지나치게 넣으면 음식 맛을 망쳐 먹을 수 없게 된다. 이처럼 와인의 향 가운데에는 적당하게 발산할 경우 와인의 복합미와 개성을 실어주지만 지나치면 와인에 도리어 해를 주는 다루기 까다로운 향들이 있다.
지나친 오크 향: 바닐라 또는 나무 향. 오크 향은 결점 있는 향이라고 보기 어렵다. 하지만 오크 향이 지나친 경우 와인에서 비롯된 자연 향을 가리게 된다.
농익은 과실 향(아세트알데히드 향): 묵은 사과 향(화이트 와인)이나 카모마일 향(레드 와인)이 난다. 이산화황 처리를 미숙하게 했을 경우 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와인 테이스팅에서 결점으로 규정하지 않는다.
금속성 향, 거름퇴비 향: 박테리아나 미생물이 그 근원이다. 초보자라면 향기롭게 느끼기 어렵겠지만 전문가들은 브레타노미스라는 효모에서 비롯된 향을 떼루아 향이라고 긍정적으로 표현한다.
위에서 언급한 향들은 정말 판단하기 어려운 대상들이다. 대부분 기호에 따라서 또는 산지의 유명세에 따라서 너그러이 용서가 되며 결점으로 보지 않는다. 불쾌감을 주는 향도 아닌 데다가 오크 향이나 과실, 꽃 향을 좋아하는 취향이라면 오히려 즐거움이 배가되기 때문이다. 브레타노미스 향은 초보자들은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향일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 좋은 산지에서 풍기는 향이라서 애호가라면 열광하며 반기게 된다. 이들은 엄밀하게 분석하면 양조 과정 중의 결함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문제가 있는 향이다. 만약 양조가라면 냉정하게 불량으로 감정해야 한다.
이 밖에도 같은 향이지만 원인을 감식해서 다른 결론을 내리는 향이 있다. 바로 이산화황 향이다. 만약 와인에서 성냥을 긋는 스모키한 향이나 양파껍질 같은 냄새가 났다. 이럴 경우 무조건 잘못된 와인이라고 판단해서는 안된다. 먼저 환원(reduction)현상, 즉 병안에서 오랫동안 공기를 쐬지 못한 경우라면 잠깐 열어 두면 해결된다. 자연스럽게 날아갈 것이다. 심각한 상태는 Mercaptain(황산화수소) 때문에 열어 두더라도 자극적인 향이 계속 남아 있는 상태다. 이는 발효 과정 중 온도 조절에 실패했거나 효모나 살균제를 잘못 사용해서 생긴 것이므로 명백하게 결함 있는 와인이다.
WRITTEN BY 백은주 (Eunjoo Baik)
(경희대학교 관광대학원 와인, 워터, 티 소믈리에 전문가 과정 교수 / 부산 가톨릭대학교 와인 소믈리에 전문가 과정 교수)
등록된 코멘트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