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배의 노래(1)

2021.05.14 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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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배의 노래(1)

 

우리는 술을 마시며 건배를 많이 한다멋진 건배사에 이어지는 건배는 술자리의 분위기를 흥겹게 만들기도 한다그러나 어떤 모임의 회장님다수의 부회장님총무님 등등 감투를 가진 사람들이 골고루 돌아가면서 건배사를 할 때면 공공기관이 주최가 된 행사 혹은 류근 시인의 첫 시집 <상처적 체질>에 등장하는 시 계급의 발견을 연상하게 된다상대의 존재감을 배려하기 위해 건배사를 하게 유도하는 경우도 있고스스로를 과시하기 위해 몇 번이고 자진해서 건배제의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면 축배의 노래는부르는 사람이 없다가사를 알지도 못하고 가장 잘 알려진 Brindisi는 성악가가 아니면 부를 수도 없다베르디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에 나오는 이 축배의 노래가 모 대통령의 취임 경축음악회에서모 도지사의 취임식에서 축하공연으로 등장한 적이 있다누가 기획했는지 기절초풍할 일이다아무리 멜로디가 흥겹고 제목이 축배의 노래이지만 그 가사내용을 알면 그렇게 하지 못했을 텐데 말이다우리의 민요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의 가사는 Brindisi에 비하면 양반이다. Brindisi가 아무리 세계적으로 유명한 오페라의 아리아라고 해도 나설 자리가 아닌 곳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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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포르투갈의 와인산지 바이라다(Bairrada)의 중심지인 아나디아(Anadia)에서 열린 공연에서 Brindisi를 부르는 성악가들이 스파클링 와인 잔을 들고 있다>

 

 

축배의 노래라고 우리나라에서 소개되기는 1954년에 개봉된 리처드 소프(Richard Thorpe) 감독의 뮤지컬 영화 황태자의 첫사랑(The Student Prince)에 등장하는 곡 ‘Drink, Drink, Drink’도 마찬가지다. Brindisi보다 더 낭만적이고 서민적이다가사의 내용을 비교해 보면 황태자의 첫사랑에 나오는 곡이 더 건전하다그래도 이 곡이 높으신 분들의 행사에서 공연되지 않는 것은 오페라의 아리아가 아니기 때문일까차이는 축배를 드는 술에도 있다. Brindisi에서는 스파클링 와인을 마시고황태자의 첫사랑에서는 그 배경이 독일의 하이델베르크인지라 맥주가 등장한다하이델베르크로 유학 온 왕자의 학생 신분이 작용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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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황태자의 첫사랑 포스터>

 

우리나라 노래 중에서는 축배의 노래가 없을까홍성기 감독의 1959년 영화 <청춘극장>의 음악담장자 김동진이 작곡하고이태환 작사의 주제곡 축배의 노래가 있다남일해와 송민도가 함께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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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3년에 발매된 것으로 추정되는 여가수 송민도의 애창곡집>

 

 

한 송이 순정의 꽃 뉘에게 바치리까

마음의 창문을 내 앞에 열어주오

술잔을 높이 들어 청춘을 노래하면

이 밤은 즐거우리 인생은 즐거우리

나의 사랑 나의 희망 어떠한 가시밭길에도

행복은 있으리라 나의 사랑 나의 행복

어떠한 가시밭길에도 행복은 있으리라

 

어느새 잠이 들어 먼동이 트이면은

정든 임 그 모습을 그리며 잠 이루리

냉정한 인생에도 사랑은 따사로워

잠들면 꿈을 꾸리 꿈길에 만나보리

나의 사랑 나의 희망 어떠한 가시밭길에도

행복은 있으리라 나의 사랑 나의 행복

어떠한 가시밭길에도 행복은 있으리라

어떠한 가시밭길에도 행복은 있으리라

 

그런데 궁금해진다이 곡에 어울리는 술은 무엇일까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1980년대에 수입이 허가된 와인은 당연히 아니었고맥주일 가능성도 낮지 않을까 싶다아무래도 좀 고급스러운 전통주이겠지위에서 배경이 된 국가가 각각 다르고술이 각각 다른 축배의 노래 3개를 소개했지만 공통점이 하나가 있다모두 사랑의 노래라는 것이다윌리엄 버틀러 예이츠(William Butler Yeats)가 이미 음주가(A Drinking Song)에서 술은 입으로 들어오고 사랑은 눈으로 들어오네라고 노래한 것처럼 사랑과 술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것인가?

 

WRITTEN BY 박찬준 (Chan Jun Park)

Wine Writer / Consultant / Lectur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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