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최태호의 와인 한 잔] 와인, 스토리텔링
주식시장이 끝나면 주가가 오르고 내린 이유에 대한 다양한 기사가 나온다. 주가가 오르고 내리는 이유가 꼭 있어야 할까? 이유 없이 주가가 움직이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이유가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원인과 결과를 맞춘다. 원인과 결과에 대한 집착이 투자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럴듯한 스토리가 되면 주식을 사게 만들 수도 있고 지금도 주식시장에는 필연을 내세워 주가를 끌어 올리려는 스토리텔링이 난무한다. 본질과 상관없이 스토리텔링이 되면 물건은 팔린다.
이탈리아 시칠리아 삼부카 마을에서 자유롭게 와인을 즐기는 젊은이들.
스토리텔링이란 상대방에게 알리고자 하는 바를 재미있고 생생한 이야기로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행위를 말한다. 미래학자 롤프 옌센은 “세상은 이미 물질적인 부가 아닌 문화와 가치, 생각이 중요해지는 꿈의 사회로 진입했으며, 이러한 사회에서는 브랜드보다 고유한 스토리를 팔아야 하며 이제 스토리텔링을 배우지 못한다면 사람들을 설득할 수 없고, 설득할 수 없다는 것은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한다는 의미와도 같다”고 말했다.
역사상 가장 성공한 스토리텔링은 종교다. 천지창조부터 신과 인간, 하늘과 땅의 세계를 이어주는 많은 이야기. 사람들은 원인 모를 사건, 과학적으로 증명하지 못한 다양한 현상을 신의 영역, 신의 뜻으로 귀결되는 스토리텔링으로 해결한다. 와인은 중세에 기독교가 와인에 종교적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프랑스와 유럽 사회에서 확고부동한 지위를 얻게 된다. 포도 재배와 와인 생산은 유럽 전역으로 퍼졌으며 왕과 귀족에서부터 서민에 이르기까지 와인을 마시는 것은 삶의 한 부분이 되었다.
18세기 파리에는 커피와 함께 카페가 등장해 많은 철학자의 사랑을 받았다. 낮에는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토론하고 철학을 논했지만, 그들의 저녁에 활기와 상상력을 부여한 것은 와인이었다. 와인을 마시며 철학 정치 문학 예술을 이야기하고 새로운 시대를 준비했다. 역사적인 배경이 되는 수많은 이야기가 와인스토리텔링 마케팅의 소재가 될 수 있다.
마케팅이 제품 중심에서 벗어나 인간 중심적 개념으로 진화하는데 70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고객경험은 구매경험이나 고객서비스와만 관련된 것이 아니다. 고객이 제품을 사기 전부터 사고 난 뒤까지 이어진다. 기업은 고객이 의미 있고 기억에 남는 완벽한 경험을 할 수 있게 고객경로 전반을 세심하게 챙겨야 한다.
시간은 흐르고 사람들의 생각과 트렌드는 변한다. 기술을 이용해 만든 소셜미디어가 성공을 거둔 이유도 인간이 사회적 존재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다른 사람이 개인적으로 겪은 경험을 듣고 스스로 겪은 경험을 말해주는 걸 좋아한다. 소셜미디어를 통한 스토리텔링 마케팅은 대면 대화를 넘어 대체 플랫폼을 통해 사회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많은 소비자에게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다.
인생은 외로움의 연속이다. 외로움은 어디에도 내 것이 없다는 상실감이 원인이다. 외롭지 않으려면 몰입의 대상이 필요하다. 형식적이고 정확한 사실을 기록한 글보다 느낌을 즉흥적으로 적는 글이 감동적이다. 교육적이고 정확하게 그린 그림보다 느낌을 자유롭게 그린 인상파의 그림에 빠져드는 것처럼 와인도 나의 느낌을 즐기고 표현할 수 있으면 좋다. 상상력은 우리를 더 창의적으로 만든다. 나만의 스토리텔링으로 와인을 즐겨보자.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최태호 부산가톨릭대 와인전문가과정 책임교수
등록된 코멘트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