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안티의 새로운 발견
끼안티의 새로운 발견
이탈리아 끼안티 품질보증협회인 콘소르지오 비노 끼안띠(Consorzio Vino Chianti)가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콘소르지오 비노 끼안티는 1927년 플로렌스(Florence), 아레조(Arezzo), 그리고 피스토리아(Pistoria) 인근지역의 와인생산자들에 의해 설립되었다. 콘소르지움은 15,500헥타의 밭에서 80만 헥토리터 이상을 생산하고 있는 약 3천명의 끼안띠 와인생산자들을 대상으로 품질관리를 하고 있다.
지금까지 일반적으로 우리나라에서의 끼안티 와인에 대한 이미지는 그리 썩 훌륭하지는 않았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와인애호가들이 와인의 신맛을 선호하지 않는데다 끼안티 와인 중에서도 저가의 신맛이 강하고 묽은 듯한 와인들을 맛 본 이들은 끼안티와인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다.
사실 예전에는 단위면적당 생산량이 많았기 때문에 퀄리티 낮은 저렴한 끼안티와인이 생산되었다. 그러나 요즘엔 단위면적당 제식비율을 높여 나무를 많이 심어서 퀄리티를 높이고 있다. 포도나무를 촘촘히 심게 되면 제한된 면적에서 영양을 취하기 위해 포도나무는 뿌리를 보다 깊이 내리게 된다. 그리하여 보다 땅 속 깊은 곳에서부터 다양한 미네랄과 복합적인 풍미를 끌어올려 전반적으로 과실의 풍미가 더 깊어지고 복합미를 가지게 되어 그 후 전반적으로 끼안티와인의 퀄리티가 많이 좋아졌다.
또한 1967년에는 신선한 와인을 선호하는 수요자를 위해 레드 와인에 화이트 포도품종인 뜨레비아노Trebbiano 혹은 말바시아Malvasia를 의무적으로 블랜딩하게 규정하였고 급기야 1967년에는 30%까지 블랜딩하도록 규정화하여 그저 가볍게 마시고 끝내는 깊이감 없는 와인으로 혹평을 받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1984년, DOCG로 품계를 상향 조정하면서 종전의 화이트 블랜딩 수준을 2%로 낮추고, 다른 외국 포도 품종과의 블랜딩을 금지했던 규정을 풀었고 1996년에는 종전의 2%규제마저 없애고 외국포도품종과의 블랜딩을 15%까지 허용하게 되었다.
현재 끼안티 클라시코 지역에서는 청포도품종의 블랜딩이 금지되어있다. 그리하여 현재는 산지오베제를 최소 70%까지 국제품종은 15%까지 블랜딩하여 만들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규정의 변화를 통해 오늘날의 끼안띠의 품질이 눈부시게 발전하게 되었고 보다 다양하면서도 높은 품질의 끼안티와 끼안티 클라시코 와인들이 탄생하게 되었다.
끼안티로 만든 산지오베제는 안토시아닌색소가 많지 않다. 그래서 진한 색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가벼운 꽃향기, 바이올렛, 장미꽃, 붉은 과실향이 주를 이루며 오크숙성하지 않고 일상적으로 마실 수 있는 가볍고 편안한 와인을 비롯하여 오크숙성을 통해 장기숙성가능한 탄탄한 와인도 만들어진다.
이날 행사는 오전 끼안띠 와인 세미나와 오후 생산자들과 함께 하는 시음회로 이루어졌다.
오전 시음회에서는 총 6가지의 와인을 테이스팅하였다.
두 가지의 끼안티와 끼안티 슈페리오레, 그리고 두 가지의 리제르바, 그리고 천연스위트와인인 빈산토를 테이스팅하였다.
이날은 콘소르지오 비노 끼안띠의 이벤트 메니저 루카 A. Alves Franco가 끼안티지역의 특성과 테이스팅 와인의 각각의 특징에 대해 설명하였다. 르꼬르동 블루의 와인랩 이인순원장이 끼안티지방과 떼루아에 대한 더 자세한 해설을 곁들여 끼안티와인에 대한 이해를 도왔다. 이인순 원장은 유쾌한 농담과 질문을 통해 재미있고 흥미로운 참여자들의 질의응답을 유도하였다. 특히 각 와인마다 어울리는 한국의 음식에 대한 참석자들의 다양한 의견이 쏟아져 무척 흥미로운 질문과 응답이 이루어졌다.
테이스팅와인들은 기본적으로 처음에는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런지 산도가 다소 튀거나 오크숙성한 경우는 오크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났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밸런스를 잡아가는 경향을 보였다. 특히 끼안티 슈페리오레는 한국에서는 맛보기 힘든 일반 끼안티와 리제르바 사이의 중간적인 형태로 끼안티 7개 지역에서 재배가 가능하다. 최소한 9개월이상 숙성해야 출고될 수 있으며 리제르바보다도 오히려 좀 더 엄격한 기준을 가지고 있다. 강우량이 많아서 쉽지 않은 빈티지였다고 하나 마치 피노누아 같은 섬세함과 복합미가 잘 살아있는 와인이었다. 끼안티 리제르바는 최소 2년 숙성을 해야 리제르바 명칭를 붙일 수 있다. 끼안티 리제르바는 탄탄한 바디감을 기본으로 하여 부드러운 탄닌감과 부드러운 오크향, 복합적인 과실미가 잘 어우러진 맛있는 와인이었다.
마지막으로 차갑게 서빙된 와인은 이태리 최고의 디저트 와인인 빈 산토였다.
수확해서 서늘하고 그늘진 곳에서 말려 수분을 날린 다음 꾸덕꾸덕해진 건포도상태가 되어 독특한 풍미가 생겨나고 당도가 높아진 포도로 만든 와인이 빈산토이다. 소테른보다는 당도가 낮아서 비교적 마시기 편하면서도 견과류와 말린 과일 등 복합적인 아로마와 산화된 듯한 독특한 풍미를 가진 스위트 와인으로 토스카나 지방의 아이콘 와인이기도 하다.
주어진 6가지의 각각의 와인에 어울리는 음식에 대한 다양한 의견교류와 함께 끼안티와인의 과거와 현재에 대해 보다 자세히 파악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오후에는 끼안티지방의 각 생산자들의 와인을 테이스팅하는 시간을 가졌다. 끼안티지방의 와인들만 모아서 따로 시음하는 것은 처음이었는데 생각보다도 밸런스를 잘 갖춘 탄탄한 와인들이 많아 기존의 끼안띠 와인에 대한 선입견을 깨는 계기가 되었다. 대부분이 화이트포도품종 비율은 10%미만으로 가져가고 유럽포도품종이나 소수품종을 섞어서 만든 와인들이 많았는데 다양한 유럽품종과의 블랜딩을 통한 양조방법의 혁신을 통해 보다 세련된 와인스타일으로 빠르게 변화해 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사실 끼안티 와인은 어떤 식사에도 무난하게 어울릴 수 있는 부드러운 바디감과 탄닌감을 가지고 있다. 때로는 피노누아의 질감과 비교될 정도로 부드럽고 섬세하다. 특히 육류보다는 채소위주의 식사이고 스테이크보다는 고기의 결이 얇은 요리가 많은 한국요리에는 끼안티와인이 두루 매칭할 수 있는 좋은 와인이라고 본다. 이번 행사를 통해 보다 질좋은 끼안티와인들을 한국시장에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하며 내년에도 이들과의 만남을 통해 흥미로운 끼안티와인들과의 조우를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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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센트 편집부 오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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