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출시 토카이 와인 테이스팅(1) – Dry White Wine
2020년 12월 16일 헝가리를 대표하는 토카이(Tokaji) 와인을 홍보하기 위한 특별한 테이스팅 행사가 열렸다. 올해 출시된 2019년 빈티지의 드라이 토카이 와인 9종과 2013년 빈티지의 아슈(Aszu) 와인 9종을 비교 시음하기 위한 행사로 토카이 르네상스 협회(Tokaj Renaissance Winery Association, 1995년 설립된 토카이 특급와인생산자들의 연합체)의 주관으로 중국, 일본, 한국, 베트남, 폴란드의 와인 전문 기자들을 초청하여 온라인 컨퍼런스의 형태로 개최되었다. 각 기자들은 각국 헝가리 대사관을 통해 미리 수령한 와인 샘플들을 마스터 오브 와인 론 비건드 (Ronn Wiegand)씨의 가이드와 함께 비교 테이스팅 하는 방식으로 진행하였다. 그는 와인 전문가이면서 작가인데 와인과 관련한 3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지고 있다. 또한 Restaurant Wine Magazine의 발행자이며 동시에 세계 최초로 마스터 오브 와인 (1991)과 마스터 오브 소믈리에 (1986)의 두 타이틀을 모두 보유한 인물로도 잘 알려져 있다.
토카이(Tokaji) 와인은 프랑스 소테른(Sauternes) 와인, 그리고 독일의 트로켄베렌아우스레제(Trockenbeerenauslese) 와인과 함께 세계 3대 명품 디저트 와인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장기 보존력과 뛰어난 품질에 비해 낮은 가격으로 앞으로의 성장세가 주목되는 와인이다.
특히 달콤한 디저트 와인인 아슈(Aszu) 와인에 비해 드라이한 스타일의 와인은 지금껏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는데 이번 과정을 담당한 론 비건드씨의 의견에 따르면 앞으로 30년 내에 이 지역의 드라이 와인이 전 세계 화이트 와인의 지도를 바꿀 것이라고 장담했다. 이 글을 쓰는 필자도 이번 시음행사를 통해 드라이한 화이트 와인의 다양성에 놀랐으며 매우 긍정적이리라 생각한다. 특히 TOKAJ-PORTIUS FURMINT SELECTIO 2019 와인은 푸르민트 100% 와인이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개성과 복합미를 가진 와인으로 꼭 시음해보기를 권한다.
다음은 이번에 출품된 총 18종의 와인에 대한 분석으로 진행을 맡은 론 비건드씨의 테이스팅 총평과 함께 본 기자가 시음한 와인에 대한 분석이 혼재되어 있음을 알린다.
2019 토카이 드라이 와인 테이스팅
1992년에 처음으로 드라이한 스타일이 만들어진 이래로 토카이 지역 전체의 55%-65%가 드라이한 스타일로 만들어진다. 공산주의 시대 이후 최초의 상업용 드라이 토카이 와인이 Disznókő 와 Hétszőlő 와이너리에서 1992년에 생산되었다(https://tastehungary.com/journal/dry-wine-in-tokaj/) 품질이 매년 나아지고 있으며 스테인리스 스틸에서 발효와 숙성이 이루어진 신선한 과실의 향을 강조한 스타일부터 부분적으로 오크를 쓰는 등 다양한 방식의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연평균 기온이 9-10도인 서늘한 대륙성 기후대에 위치한 토카이 지방의 와인은 뚜렷하게 두드러지는 높은 산도와 함께 약간의 잔당이 있는 경우도 있다. 다양한 토양에서 오는 복합미와 강한 미네랄리티가 시음한 와인 전반에서 느껴졌다.
여섯 종류의 화이트 품종만이 토카이 와인으로 인정되는데 가장 근간이 되는 와인은 푸르민트(Furmint)이며 할쉬레벨루(Hárslevelű), 카바르(Kabar), 코베르스졸로(Kövérszőlő), 사르가무스코탈리(Sárgamuskotály) 그리고 제타(Zéta)이다. 대부분 블랜딩으로 만들지만 최근 단일 품종으로 만드는 경향이 늘어나고 있다. 식전 주로 마시거나 흰색 고기와 좋은 페어링을 보이며 음식 없이 와인 자체로 즐기기에도 무난하다.
PATRICIUS TOKAJI FURMINT DRY 2019
드라이한 푸르민트 100%로 만들었으며 오크를 전혀 쓰지 않았고 스테인리스 스틸로 발효와 숙성을 마쳤으며 신선한 과실의 풍미를 강조한 스타일의 와인이다. 5.7g/l의 잔당을 가졌으며 6.3g/l의 높은 산도와 함께 중간의 바디와 12.5%의 알코올이 푸르민트에서 오는 순수한 풋사과, 패션 푸르트, 시트러스 향과 균형을 이루며 끝향에서 미네랄의 풍미를 가졌다. 중간 정도의 피니시와 심플한 과실의 향이 일품인 와인이다.
DISZNÓKŐ TOKAJI DRY FURMINT 2019
100% 푸르민트로 만들었으며 앞의 와인과 마찬가지로 오크를 전혀 쓰지 않았다. 1992년에 현대적 스타일의 와인을 처음 만든 와이너리로 포도의 재배에서부터 양조에 이르기까지 많은 경험을 축적했다. 1.3g/l의 매우 드라이한 스타일이며 6.6g/l의 산도와 13.5%의 알코올과 풀바디를 가진 와인이다. 깨끗한 캐릭터의 와인으로 앞의 Patricius 와인과 비해서 상당한 집중도와 복합미를 보여준다. 푸르민트에서 기인된 서양배, 모과, 라임, 흰 복숭아의 향과 함께 특히 화산 토양의 캐릭터에서 온 것으로 보이는 스모크하며 독특한 불의 뉘앙스가 주는 미네랄리티가 중간 정도의 복합미를 보여준다. 특히 미드 팔렛에서 느껴지는 매우 조밀한 구강촉감(mouthfeel)이 두드러진다.
BÉRES TOKAJI FURMINT DRY 2019 - ESTATE FURMINT
100% 푸르민트로 만들었으며 흰 꽃의 캐릭터와 함께 과실향이 아름답다. 오크를 쓰지 않았고 스테인리스 스틸에서 발효와 숙성을 했다. 풀바디이며 7.4g/l의 잔당감과 함께 5.4g/l인 중간 이상의 산도와 13%의 알코올이 전혀 거슬리지 않으면서 과실과의 좋은 균형감을 보여준다. 특히 미드 팔렛에서의 두텁지만 바삭한 구강촉감이 와인의 높은 품질을 보여주며 중간 이상의 길이감으로 이어진다. 마시기 편안한 와인이다.
FÜLEKY TOKAJI FURMINT 2019
100% 푸르민트로 만든 와인이다. 50%는 배럴에서 숙성하였으며 리치한 텍스처와 오크의 뉘앙스를 가진다. 사과, 파인애플, 자몽, 배, 바닐라, 복숭아 향이 4.1g/l의 잔당과 함께 6.4g/l의 산도와 13.5g/l의 알코올과 균형을 이룬다. 풀바디의 복합미를 추구하는 스타일의 와인으로 세 지역의 토양에서 만든 와인을 블랜딩 했으며 특히 특급 밭인 Király 지역에서 오는 미네랄의 풍미가 훌륭하다.
SAMUEL TINON TOKAJ DRY FURMINT BIRTOK 2019
100% 푸르민트로 만들었으며 헝가리 오크에서 발효(136리터 Gönc 배럴)를 했다. 2.1g/l의 드라이한 와인으로 높은 7.3g/l의 산도와 13.13%의 알코올이 토스트, 오크, 시트러스, 자몽 등의 집중도 있는 과실의 캐릭터와 매우 좋은 균형감을 보여준다. 바삭거리는(Crisp) 산도, 중간에서 풀바디의 와인으로 강렬하면서도 긴 피니시를 보여준다. 지금까지의 와인에 비해 좀 더 진지하면서 복합미를 추구하는 스타일이다.
GRÓF DEGENFELD TOKAJI HÁRSLEVELŰ 2019 ORGANIC
100% 할쉬레벨루(Hárslevelű)로 만든 와인으로 오크를 전혀 쓰지 않았고 향기로운 스타일의 유기농으로 만든 와인이다.
꽃 향이 지배적이며 푸르민트의 바삭거리는 산도가 아닌 부드럽고 유질감이 있는 구강촉감을 가졌다. 6.5g/l의 잔당감과 함께 5.7g/l의 산도 그리고 13%의 알코올이 흰 복숭아, 바나나, 멜론, 인동덩굴 향과 매우 좋은 균형감을 보여주고 중간 이상의 긴 여운을 가졌다.
ERZSÉBET ZAFÍR DŰLŐ 2019
단일 포도밭에서 생산된 와인으로 90%의 푸르민트와 10%의 할쉬레블루의 블랜딩으로 만들어졌다. 25%의 뉴 오크와 75%의 스테인리스 스틸로 양조했으며 6개월간 오크 숙성을 했다. 이 와인은 6.8g/l의 바삭거리는 산도와 함께 와인의 우아함을 잘 반영한 와인으로 3.7g/l의 잔당과 13%의 알코올이 배, 사과, 시트러스의 베이스 위에 라임, 오크, 바닐라 향과 매우 좋은 균형감을 보여주며 긴 피니시를 보여준다. 1년에 1,200병만 생산되는 와인이며 MW 론 비건드는 2년 정도 숙성하면 더욱 복합미가 뛰어나질 것으로 예상했다.
TOKAJ-PORTIUS FURMINT SELECTIO 2019
단일 포도밭에서 생산된 와인으로 100% 푸르민트로 만들어졌다. 특히 55%의 헝가리 오크 (Zemplén 300리터 오크 배럴)와 45%의 스테인리스 스틸에서 발효를 하였고 같은 비율로 6개월간 숙성하였다. 개인적으로 시음한 총 9개의 드라이 와인 중에서 가장 강한 인상을 남긴 와인이며 푸르민트 와인이 가진 포텐셜을 잘 보여주는 와인으로 생각한다. 첫 향을 맡았을 때 푸르민트에서 공통적으로 느끼는 사과향과 함께 북부 론 지방의 오크를 잘 쓴 비오니에에서 느껴지는 리치(lychee), 흰 복숭아, 구아바의 풍미, 그리고 오스트리아 그뤼너 벨트리너에서 느낀 스파이시함과 백 후추의 피니시까지 다양한 스타일의 여러 품종을 이 한 와인에서 느꼈다. 7g/l의 강한 산도와 함께 13.5%의 알코올을 가진 풀바디 스타일의 와인이며 매우 강렬하면서 동시에 유질감이 있는 구강촉감을 가졌다. 한해 3,200병만 생산되며 매우 가성비가 좋은 와인으로 생각되며 오크의 어우러짐으로 볼 때 긴 숙성력을 가졌을 것으로 예상된다.
TOKAJ CLASSIC – TOKAJI FURMINT “GRAND CRU” 2019 BETSEK
단일 포도밭에서 만든 와인으로 2019년 빈티지는 1,200병만 생산되었다. 푸르민트 100%로 만든 와인으로 스테인리스 스틸에서 발효되고 8개월간 스틸에서 숙성시킨 후에 2개월간 헝가리 뉴 오크에서 숙성했다. 매우 독특한(exotic) 향을 가졌다. 시트러스 하면서 동시에 열대과일 향과 7.5g/l의 높은 산도와 3.5g/l의 잔당 그리고 13%의 알코올을 가진 풀바디 와인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가죽의 뉘앙스와 함께 복숭아, 망고 열대과일 향이 좋은 균형감을 주고 매우 강렬한 향과 맛을 가졌다. MW 존 비건드는 이 와인이 5년정도 숙성하면 복합미가 높아져 더욱 좋은 결과를 보여줄 것으로 예상했고 지역성을 매우 잘 보여주는 와인으로 설명한다. 세계의 여러 화이트 와인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매우 잘 만들어진 와인임을 강조했다.
WRITTEN BY 변정환 (Junghwan Byun)
Wine Writer
WSET 레벨4 디플로마 취득
저서: <와인단상>(2020년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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