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uo Vadis Gran Baron?
Quo Vadis Gran Baron?
스페인의 5대 Cava 생산자 중의 하나인 Vallformosa가 생산하는 Cava 중에서 Gran Baron 시리즈는 국내의 비교적 작은 규모의 A수입사로부터 몇 년 전부터 수입되어 왔었다. 몇 년 동안 이 브랜드를 한국에서 알리고 판매를 늘리기 위해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했었고, 특히 Gran Baron Brut는 작년에 국제와인품평회 아시아와인트로피(Asia Wine Trophy)에서 금상을 받는 등 그 품질과 가성비를 인정받았다.
적극적인 마케팅의 효과가 나타나며 판매가 늘어나고 있어서 이제야 브랜드 성장에 대한 기대감을 갖기 시작하고 있을 때 이 수입사는 스페인에서 황당한 연락을 받게 되었다. Vallformosa는 전국 규모의 유통망을 갖고 있는 모 수입사와 Gran Baron 시리즈의 독점계약을 맺고 이러한 사실을 사후에야 A수입사에게 통보한 것이다.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의 수입사가 브랜드를 키워놓으면 대형 수입사에게 빼앗길 염려가 있으니 브랜드를 너무 키워도 안 된다는 이야기를 몇 번 들은 적이 있는데 이번에 그런 경험을 옆에서 지켜보게 되었다. 작년 초에 이 와이너리를 방문한 적이 있고, 금년 3월 세계 최대 규모의 와인박람회 프로바인에서도 이 와이너리의 부스에 들려 시음을 했기 때문에 더욱 안타깝게 여겨진다. 사전에 한국의 파트너와 협의를 하지 않은 와인생산자의 행태도, 새로운 브랜드의 개척을 통해 이미 국내에 론칭된 브랜드를 보호해주려는 노력이 부족한 수입사의 행태도 아쉽다. 이제 또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 새로운 브랜드를 개발하고 발전시켜야 하는 A수입사의 손실은 어떻게 보상받을 수 있을까?
<작년 2월 Vallformosa를 방문하고 시음한 Gran Baron 시리즈>
다른 브랜드를 Gran Baron 시리즈와 같은 가격에 공급할 수 있다는 Vallformosa의 사후 제안은 뻔뻔스럽게만 여겨진다. 이 브랜드를 가져간 모 수입사가 이 브랜드가 이미 한국에 상륙해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 기존의 수입사에게 협의하자고 제안을 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는 큰 아쉬움이 남는다. Gran Baron 브랜드의 양보와 A 수입사의 다른 와인 판매 협조를 통한 보상을 맞교환 형식으로 협의할 수도 있었을 텐데 말이다. 항상 쌍방이 만족할 수 있는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없지만 적어도 이러한 시도가 상도덕을 지키며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할 수 있는 하나의 길일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 법적인 문제나 계약상의 문제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상도덕의 문제를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이 문제가 어떻게 받아들여질까? 전국 규모의 유통망을 가진 수입사가 수입할 경우 대량 수입으로 인해서, 이미 다른 수입사에 의해 알려진 브랜드를 가져갈 경우 마케팅 비용의 절약 때문에, 소비자가가 낮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단순하게 보면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환영할만한 일일 것이다. 그런데 만약 이 논리를 적용한다면 국내에 수입되는 와인은 모두 그러한 수입사를 통해 수입되어야 할 것이고 중소업체가 설 자리가 없어진다. 어디 와인뿐일까? 마트에서 판매되는 모든 다른 소비재에도 적용해야 할 것이다. 결국 국가경제의 문제로 변하게 된다. 대기업의 문어발식 사업영역 확장이 문제로 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독과점 현상이 나타나게 될 경우, 저렴한 가격으로 와인의 대중화에 기여하겠다는 대기업의 사업 정당화가 지속 가능할지도 의문이다.
기존의 수입사의 경우 기존에 해당 와인을 납품하던 거래처와의 관계에서도 복잡한 문제가 발생한다. 브랜드를 놓침으로 인해 생길 수 있는 기존 수입사의 이미지 손상도 생각할 필요가 있다. 와인이 다른 알코올 음료에 비해서 갖는 큰 장점 중의 하나가 다양성이라는 것을 웬만한 와인애호가들은 안다. 또한 와인은 문화상품이라고 말한다. 단순히 가격경쟁의 논리로만 말한다면 이러한 와인의 장점은 부각될 수 없고 장기적으로는 와인시장의 확대에 도움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또한 수백 개의 영세한 와인수입업자가 와인의 저변 확대를 위해 노력해온 것도 높게 평가 받아야 할 일이다.
전반적으로 국가경제가 좋지 않은 시기에 여기에서 다룬 케이스와 같은 문제로 중소와인업체가 더 어려움에 처해지는 현실이 안타깝다. 강자가 상도덕을 지키며 상생하는 미덕을 보일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결국 머지않아 제 발등을 찍게 될 것이다.
이 글은 그 동안 언론에 보도되었던 유사한 내용을 다룬 글의 연장선상에 있을 뿐이다. 작은 목소리에 불과하겠지만 건전한 와인의 유통문화가 정착되기를 바라는 새로운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기존에 유사한 문제를 다룬 기사들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시사포커스 2015년 5월 20일자 보도
“와인까지 장악하려는 신세계그룹, 중소와인유통사 뿔났다”
http://www.sisafoc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22737
ChosunBiz 2015년 5월 20일자 보도
“와인수입업계 “정용진 부회장은 황소 개구리” 논란”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5/05/20/2015052001107.html
BizFACT 2015년 6월 4일자 보도
“신세계L&B 와인시장 장악∙∙∙중소 수입사들 울상”
http://news.tf.co.kr/read/economy/1534897.htm
일요신문 2015년 8월 19일자 보도
“대기업 ‘해외브랜드 판권 빼앗기’ 실태”
http://ilyo.co.kr/?ac=article_view&entry_id=138308
현대경제신문 2015년 3월 30일자 보도
“신세계 L&B, 매출 90% 이상 내부거래로 실적 반등”
http://www.finomy.com/news/articleView.html?idxno=20585
매경이코노미 2017년 7월 24일자 보도
“금양 너마저∙∙∙롯데 – 신세계 등쌀에 와인사 다 죽네~”
http://news.mk.co.kr/v2/economy/view.php?year=2017&no=495072
WRITTEN BY 박찬준 (Chan Jun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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